내수는 버텼다, 수출은 숙제… 르노코리아 새 수장 시험대 [2026 핫피플]
||2026.01.11
||2026.01.11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자동차 수출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르노코리아의 향방이 새 수장의 전략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25년 9월 취임한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내수 방어와 수출 회복이라는 이중 과제를 떠안았다. 업계에서는 2026년이 그의 경영 역량이 본격적으로 검증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니콜라 파리 사장은 르노그룹 내부에서 대표적인 ‘구매통’으로 꼽힌다. 글로벌 부품업체 ZF를 거쳐 르노그룹에 합류한 그는 해외 시장 신차 개발을 비롯해 섀시·플랫폼, 전동화, 첨단 기술 등 구매 조직의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원가 구조와 기술 전략을 동시에 다뤄온 경력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얼라이언스 이노베이션 랩에서 구매 담당장을 맡으며 전동화·자율주행·커넥티비티 분야 첨단 기술 개발에 깊이 관여했다. 이 조직은 글로벌 스타트업과 협업해 미래차 기술을 발굴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해온 곳이다. 이후 그는 섀시·플랫폼 구매 담당 부사장을 거쳐 배터리, 전동 파워트레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소프트웨어, 전자부품 구매를 총괄하며 르노그룹의 전기차 전환 전략을 실무에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이력을 지닌 파리 사장의 한국행은 르노코리아의 신차 개발 로드맵에 속도를 붙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현재 르노코리아는 주력 모델이던 SM6와 QM6가 단종되면서 그랑 콜레오스, 아르카나, 전기차 세닉 등 소수 차종으로 내수를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그마저도 내수 실적은 사실상 그랑 콜레오스에 의존하고 있다. 2025년 그랑 콜레오스 판매량은 4만877대로 전년 대비 8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르노코리아의 전체 내수 판매량은 5만2271대였다. 반면 SM6는 359대, QM6는 4480대, 아르카나는 5562대, 세닉은 642대에 그쳤다.
수출 부진 역시 파리 사장이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2025년 르노코리아의 수출 물량은 3만5773대로 전년 대비 46.7% 감소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판매량도 8만8044대로 17.7% 줄었다.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를 중심으로 수출선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 5월 중남미와 중동을 시작으로 6월에는 아프리카 시장까지 진출하며, 두 달 만에 3개 대륙 18개국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했다.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그룹의 유럽 외 글로벌 시장 공략 전략인 ‘인터내셔널 게임 플랜’의 핵심 모델 중 하나다. 이 전략은 한국·인도·중남미·터키·모로코 등 5개 허브를 중심으로 2027년까지 8종의 신차를 선보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다른 관건은 오로라 프로젝트의 두 번째 주자인 ‘필랑트(FILANTE)’다. 필랑트는 그랑 콜레오스에 이어 선보이는 핵심 차종으로, 이달 13일 국내 시장에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부산공장에서 생산돼 올해 1분기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필랑트를 단순한 신차가 아닌, 르노코리아가 단일 모델 의존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전략 차종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필랑트가 그랑 콜레오스보다 더 넓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수출 물량 회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파리 사장은 전기차 전환을 통한 중장기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2025년 10월 열린 ‘APEC CEO SUMMIT KOREA 2025’에서 글로벌 기업 투자 파트너십 행사에 참석해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를 진행했다.
부산공장의 전기차 생산을 위한 추가 설비 투자 등을 포함한 한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약속했으며, 단기간 내 집행 예정 금액에 대해서도 투자신고서를 제출했다. 전체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FDI 신고 자체가 실행 단계에 들어선 투자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앞서 올해 1월 미래차 생산 기지 전환을 위해 총 68개 설비에 대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마쳤다. 이를 통해 하나의 혼류 생산 라인에서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를 함께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니콜라 파리 사장은 구매와 기술 전략을 동시에 이해하는 드문 유형의 경영자”라며 “다만 르노코리아는 신차 한두 종의 성과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구조인 만큼, 필랑트의 성패가 그의 경영 성적표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2026년은 내수 방어를 넘어 수출 회복과 라인업 확장의 실질적 성과가 요구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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