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군무·권투시합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진화 속도 높아진 中 [CES 2026]
||2026.01.10
||2026.01.10
올해 CES에서는 중국 로봇 기업의 존재감이 확연히 커졌다. 휴머노이드 로봇 전시와 시연이 대폭 늘었고, 단순 콘셉트를 넘어 상용화를 염두에 둔 기술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월 6일부터 9일(현지시각)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는 중국 기업이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한층 노련해진 움직임과 향상된 인지 능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올해 CES의 핵심 키워드는 ‘피지컬 AI’였다. 지난해가 개념과 미래상을 제시하는 단계였다면, 올해는 상용화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그 중심을 중국 로봇 기업이 차지했다.
중국 로봇 기업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끈 곳은 유니트리다. 유니트리는 G1, H2, R1 등 휴머노이드 로봇 전 라인업을 공개하고 시간대별로 다양한 시연을 진행했다.
유니트리의 소형 휴머노이드 로봇 G1은 키 130cm, 무게 약 35kg의 체형을 갖췄다. 사각 로프가 둘러진 링 위에서 두 대가 권투 시합을 벌였다. 펀치가 적중할 때마다 관객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고, 상대 위치를 잘못 판단해 헛발질을 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다른 시간대에는 G1과 함께 키 180cm의 H2, 키 121cm의 R1이 동시에 움직이는 장면이 연출됐다. 2년 전 공개된 4족 보행 로봇 ‘고2-W’가 다리를 쿵쿵거리며 G1에게 다가오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H2는 이미 온라인에서 날아차기와 공중회전 등 격투 동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유니트리가 올해 특히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 시연을 넘어 대량 생산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G1을 중심으로 한 시연에서는 공격을 피하거나 막는 동작까지 구현되며, 민첩성과 반응성이 사람에 근접했음을 보여줬다. 가격은 R1이 약 710만원, G1이 2100만원대, H2가 9200만원 수준이다.
유니트리 관계자는 “G1은 경제성과 확장성을 고려한 소형 접이식 휴머노이드 로봇이다”라며 “H2는 산업용 로봇 시장 투입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자 생태계 확대를 위해 휴머노이드 전용 앱스토어 형태의 플랫폼도 추진 중이다. 다만 정밀 조작과 손 기술은 여전히 기술적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다른 중국 로봇 기업들의 기술력 향상도 두드러졌다. 부스터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K1’을 활용해 수십 대의 로봇이 음악에 맞춰 군무를 펼치는 시연을 진행했다. 키 95cm, 무게 19.5kg의 초소형 로봇이지만 무릎과 관절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구현돼 현장 관람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현장 관계자는 “최대 200TOPS(초당 200조 회 연산)의 처리 능력을 갖춰 영상 인식과 사람 추적, 자율 보행 판단, 음성 처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전문기업 애지봇은 대형 휴머노이드 로봇 A2, 소형 휴머노이드 로봇 X2, 산업용 로봇 G2 등 전 라인업을 공개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관람객에게 음식을 서빙하는 등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시연이 1시간 단위로 이어졌다. 애지봇은 이미 5000대의 로봇을 고객에게 공급하며 상업적 출시 단계에 들어섰다.
샤르파는 상체는 사람, 하체는 4개의 바퀴를 단 독특한 구조의 로봇을 선보였다. 5개의 로봇 손으로 탁구를 치고 사진 촬영과 카드 조작 등 섬세한 손동작을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로봇 기업들이 CES 2026에서 격투, 군무, 서빙 등 시각적 효과가 큰 시연을 앞세워 기술 진화를 강조한 가운데, 전시 현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쟁력을 바라보는 기준에 이견도 존재했다. 화려한 퍼포먼스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반복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생산성과 비용 효율을 증명할 수 있는지가 향후 로봇 상용화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잭 재코우스키 아틀라스 개발 총괄은 “중국 업체들이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며 “중요한 건 퍼포먼스가 아니라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걷거나 격투 동작만 보여준다면 경제적 효용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CES 특별취재단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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