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더 가까워진 기술의 향연… IT조선 픽은? [CES 2025]
||2026.01.10
||2026.01.10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6일(현지시각)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는 AI를 앞세운 기술들이 전시장 곳곳을 채웠다. AI는 이제 개념이나 데모를 넘어 로봇의 움직임이 되고, 스마트 안경의 화면이 됐다.
사람과 스파링을 벌이는 로봇부터 춤추는 휴머노이드, 정교해진 로봇 손, 가벼워진 스마트 안경과 바이오·에듀테크까지.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확인한 CES 2026의 기술 풍경을 정리했다.
관람객 시선 사로잡은 ‘대결형 로봇’
유니트리(Unitree)의 G1 휴머노이드 로봇은 CES 2026 행사장에서 ‘격투기’ 시연에 나섰다. 혼자서 자세를 잡고 움직이는 모습은 제법 인상적이었다. 다만 사람과 스파링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인식과 판단 단계가 복잡해지면서 즉각적인 대응에는 한계를 보였다. 다른 부스에서도 로봇이 사람과 탁구를 치거나 테니스 공을 받아내는 시연이 이어졌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데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기술 수준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사람처럼 춤춘다… 이미 상용화 단계
중국 로봇 전문기업 애지봇은 CES 2026에서 대형 휴머노이드 로봇 A2, 소형 휴머노이드 로봇 X2,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G2(로봇 개) 등 전 라인업을 공개했다. 행사장에서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관람객에게 음료를 서빙하는 등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쇼는 1시간 단위로 하루 종일 이어졌다. 특히 춤 동작에서는 다리와 팔 관절의 움직임이 비교적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나왔다. 애지봇은 이미 5000대 이상의 로봇을 고객에게 납품하며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스마트 안경’의 진화… 무겁고 두꺼운 스마트 안경은 안녕
본격적인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두껍고 무거웠던 스마트 안경의 한계를 벗어나, 가볍고 활용도 높은 제품들이 CES에 등장했다. 증강현실(AR) 안경이 대중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소재였다. 기존 AR 안경은 유리를 사용해 무겁고 두꺼운 데다 가격도 비쌌다. 기술은 앞서 있었지만, 상품성에서는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국내 광학기술 스타트업 클레어옵틱(CLAROPTIC)은 이 지점에서 접근법을 바꿨다. 3D 스캐너 산업에서 축적한 정밀 광학 설계·제조 역량을 AR 글라스 모듈로 확장하며, 렌즈 소재를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무게와 비용을 동시에 낮췄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구조를 구현했다.
클레어옵틱의 AR 글라스는 착용 시 렌즈 상단에 정보 화면이 표시되는 방식이다. 화면이 나타나는 상단을 제외하면 일반 안경과 유사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지도나 안내 정보를 띄워도 불편함이 크지 않다. 렌즈 한쪽 무게는 약 10g 수준이다. CES 전시장에서는 관람객이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K-pop 영상을 띄워 시연했다.
활용 범위도 넓다. 지도에 화살표를 띄워 길을 안내하는 것은 기본이고, 카메라를 결합하면 도로 상황을 인식해 실시간 내비게이션이 가능하다. 생성형 AI를 접목하면 필요한 정보만 골라 눈앞에 띄워준다. 이번 CES 2026은 이 기술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 자리다. 그간 비공개 상태에서 화웨이와 샤오미의 개념검증(POC)을 준비해 왔으며, 글로벌 지식재산권(IP) 문제도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협업 가능성도 거론된다. 소비자용을 넘어 드론전이 일상화된 전장에서 방탄 헬멧이나 조종사가 착용하는 장비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 안경 같은’ 스마트 안경
이븐리얼리티(Even Realities)의 ‘G2 디스플레이 스마트 안경’은 외형만 보면 일반 안경과 거의 차이가 없다. 필요할 때만 눈앞에 정보를 띄우는 방식이다. 정보 처리를 스마트폰에 맡겨 안경 무게를 36g까지 줄였다. 과거 AR 글라스를 떠올리면 접근성과 완성도 모두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디스플레이형 스마트 안경의 무게는 이제 60g대까지 내려왔다.
다른 한 축은 ‘대형 화면’이다. 엑스리얼(XREAL)과 에이수스는 CES에서 ‘ROG XREAL R1 게이밍 글래스’를 선보였다. 일부 제품은 60g대 무게로 최대 150인치 크기의 화면을 구현했다. 과거처럼 별도의 렌즈를 맞출 필요 없이 내장 조절 기능을 갖춘 점도 특징이다.
사람 손에 더 가까워진 로봇 손… 정교해지는 ‘물리 AI’
생성형 AI 다음의 화두로 꼽히는 ‘물리 AI’의 완성은 결국 기계다. 사람처럼 걷는 로봇은 여전히 비효율적인 영역으로 남아 있지만, 팔과 손을 중심으로 한 정밀 제어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복잡한 관절 움직임을 AI로 제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며, 로봇의 자유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도 가속화되고 있다.
샤파(Sharpa)의 ‘샤파웨이브(SharpaWave)’는 사람 손 크기에 22개의 액티브 자유도(DoF)를 구현했다. 손끝에는 촉감 센서를 탑재해 물체 표면 상태에 따른 대응이 가능하다. 정교한 손 형태에 실용적인 팔을 결합한 활용이 기대된다.
의수 기술이 만든 ‘힘 있는 로봇 손’
로봇 의수 전문기업 만드로는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손 ‘마크 7X’를 공개했다.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손목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손가락 중심의 로봇 의수 개발에 주력했지만, 이번 제품에서는 손목의 굽힘과 반동까지 구현해 자연스러운 동작을 가능하게 했다.
만드로는 2014년 설립 이후 절단 장애인을 위한 로봇 의수 개발에 집중해왔다. 두산인베스트먼트, 비에이파트너스, 캡스톤파트너스, 멜리오라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총 15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유치했고, CES 혁신상도 수상했다.
회사 관계자는 “골프나 테니스처럼 손목의 각도와 순간적인 스냅이 중요한 스포츠에서는 기존 의수로 구현이 어려웠다”며 “마크 7X는 손목 사용에 제약이 있는 이들이 원하는 각도로 손목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20초 만에 읽어내는 건강 정보
한국 스타트업 바이오커넥트는 20초 만에 혈압, 심박수, 산소포화도, 스트레스 지수를 동시에 측정한다. 접촉식이 아닌 비접촉 방식으로, 기술의 기반은 얼굴 혈류 변화 측정이다. 혈류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AI가 분석해 값을 도출한다. 1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측정 대상자와 비교해 정확도를 높였다.
측정이 간편하고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매일 건강 체크가 필요한 노령층을 중심으로 복지관과 요양원에 공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0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했다. 미국에선 의료기기가 아닌 웰니스 제품으로 분류된다. 규제 부담을 고려해 미국 시장 출시를 먼저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 맞춤 귀여움으로 승부한 에듀테크
중국의 루카.에이아이(LUCA.ai)는 AI를 활용해 아이들의 읽기 능력을 분석·보조하는 에듀테크 기업이다. AI가 책을 읽어주는 기능과, 아이가 직접 읽는 과정을 분석하는 기능을 함께 제공한다. 아이가 소리 내 읽으면 발음과 속도, 이해 수준을 동시에 진단한다. 별도의 시험 없이 독서 과정 자체가 평가로 이어진다.
기반 기술은 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다. AI는 아이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읽기 흐름의 이상을 잡아내고, 누적된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슷한 연령대 학습자와 비교해 결과를 도출한다. 아이는 책을 듣거나 읽기만 하면 되고, 반복적인 훈련과 진단은 AI가 맡는다. 읽어주는 기능과 분석 기능을 결합해 읽기 능력 전반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것이 이 솔루션의 특징이다.
라스베이거스=CES 특별 취재단 권용만(yongman.kwon@)·이선율(melody@)·한재희(onej@)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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