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전쟁’ 발언에 반응 없는 월가… “장기 불안 여전” 전망도
||2026.01.09
||2026.01.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공습을 감행하고 추가 군사 행동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지만, 금융시장에는 거의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국제 질서를 흔들 수 있는 발언이 잇따랐음에도 주식·채권·원자재 시장은 동요하지 않았고,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긴장보다 미국 경제와 기업 실적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8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한 이후에도 뉴욕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갔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큰 변동 없이 유지됐다. 유가 역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시장의 공포 심리를 반영하는 변동성지수(VIX)도 의미 있는 상승을 나타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통제권을 언급하며 동맹국을 자극했지만, 투자자 반응은 미미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이런 태도가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비중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서치 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경제 규모는 세계 GDP의 0.1%에 불과하며, 석유 생산량 역시 전 세계 공급의 1% 수준에 그쳤다. 군사 충돌이 확산되지 않는 한 글로벌 성장과 기업 실적에 미칠 직접적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미국 경제의 견조한 흐름이 꼽혔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강했고, 소비와 고용 지표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기술 투자와 성장 전망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무반응이 오히려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전직 관료였던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칙 기반 국제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을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국가 간 분쟁을 조정해 온 규범과 제도가 약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행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 질서와의 결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는 군사력과 제재, 관세를 전통적 규범의 제약 없이 활용하고 있으며, 유엔 헌장이 금지한 무력 위협의 원칙에도 공개적으로 도전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실제로 백악관은 최근 기후 변화와 젠더 문제 등을 다루는 수십 개 국제기구에서 미국이 탈퇴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은 이러한 변화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오랜 기간 자유무역과 집단안보에 대한 회의감을 키워왔고, 중국과 러시아 역시 기존 질서에 도전해 왔다”면서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가장 노골적인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의 차분한 반응은 단기적 관점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충격은 서서히 누적되는 경향이 있으며, 규칙의 붕괴가 실물 경제와 기업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이 지나야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국제 규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들은 공급망과 투자 전략에서 더 보수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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