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잡아라”… 스테이블코인 ‘우군 확보’ 총력전
||2026.01.09
||2026.01.09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로 은행 중심 컨소시엄을 구성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그래도 일단 은행이 중심에서 키를 쥐게 될 것이라는 점에 있어선 별다른 이의가 없는 상황.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4대 은행을 중심으로 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회에 보고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주요쟁점 조율방안’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관련해 은행 중심(50%+1) 컨소시엄부터 우선 허용하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는 은행 중심 구조로 추진하되, 점차 발행 권한을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대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술기업이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열어뒀다. 업계에서 비은행 발행 제한이 혁신성을 저해할 수 있다 지적받은 만큼 기술기업 역할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순을 목표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발의할 계획이었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간 이견으로 일정이 해를 넘기게 됐다. 결국 이번 안으로 금융당국이 한은의 의견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회에서 ‘은행 지분 51% 컨소시엄’은 반대하고 있다는 게 변수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은행 중심 발행 구조는 국제 표준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TF는 금융당국의 초안 제출이 계속 늦어지자 단독으로 법제화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디지털자산TF 한 관계자는 “국회에선 금융위의 안에 대해 동의나 합의가 이뤄진 바 없다”며 “컨소시엄 자체는 환영하지만, 은행이 발행을 맡더라도 지분을 최대 30%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가 국회 논의와 결이 다른 안을 제시하면서 국회 내부에서도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제도 윤곽이 드러나면서 일단은 4대 은행을 중심으로 한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지분 수준의 차이점이 있을 뿐, 은행 중심 컨소시엄으로 가는 큰 그림은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을 중심으로 플랫폼 기업, 핀테크, 가상자산거래소, 증권사 등 업권 간 경계 없이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유통·결제가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특성상 단일 기관이 모든 인프라를 구축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안정성을 갖춘 은행과 대규모 사용자 기반 결제·유통에서 강점을 지닌 결제 플랫폼이나 거래소 등과 협력은 생태계 구축에 있어 전제 조건으로 여겨진다.
가장 먼저 주목되는 곳은 하나은행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네이버와 두나무와 이미 협력 접점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하나은행은 네이버와 플랫폼 연계형 수시입출금 통장을 출시한 데 이어 두나무와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이 경우 ‘빅테크–블록체인–은행’을 잇는 시장 내 뚜렷한 존재감을 갖게 될 것이란 평가다.
다른 은행들은 실명계좌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가상자산거래소와 협력 강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행법상 가상자산거래소는 원화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어야 하는데, 기존 관계가 자연스럽게 스테이블코인 논의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국민은행은 빗썸, 신한은행은 코빗과 협업 가능성이 거론된다. 더 나아가 국민은행은 빗썸과 자산관리 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한 한국투자증권과, 신한은행은 현재 코빗 인수를 추진 중인 미래에셋증권과의 연계할 가능성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연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의 디지털 결제 서비스인 ‘삼성월렛 머니·포인트’ 서비스 운영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어,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자산 및 결제 부문으로의 사업 확장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금융위는 ‘은행 지분 51% 컨소시엄’ 관련해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관계기관 등과 가상자산 2단계법 주요 내용에 대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 등 주요 내용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정서영 기자
insy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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