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전망보고서] IP·AI 활용…불확실의 시대, 안전·효율 추구하는 방송가
||2026.01.09
||2026.01.09
웹툰·웹소설 영상화→시즌제, 팬덤 겨냥 여전히 활발
멀어진 관심, 잃어버린 신뢰 회복 필요한 지상파
팬덤을 구축한 원작 활용 방식은 올해도 방송가의 ‘대세’가 될 전망이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방송가는 안전한 선택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AI(인공지능) 활용에 방점을 찍으며 효율을 추구 중이다.

웹툰, 웹소설에 스포츠까지…‘팬덤’ 소환 바쁜 방송가
지난 2일 첫 방송을 시작하며 2026년 새해를 여는 첫 작품이 된 MBC 금토드라마 ‘판사 이한영’은 거대 로펌의 노예로 살다가 10년 전으로 회귀한 적폐 판사 이한영(지성 분)이 새로운 선택으로 거악을 응징하는 내용의 드라마다.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으로, 웹툰·웹소설계 인시 키워드인 ‘환생’을 소재로 해 쾌감을 선사한다. 아직 2회 만이 방송된 시작 단계지만, 웹소설 특유의 상상력과 시원시원한 전개로 4%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재혼황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SBS 드라마 ‘김부장’, MBC 드라마 ‘유부녀 킬러’ 등 올해도 웹툰 또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방송가의 ‘보물 창고’인 웹툰과 웹소설은 물론, 소설 또는 희곡을 바탕 삼기도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캔들’은 2003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소환했으며, ‘맨 끝줄 소년’은 동명의 희곡이 원작이다. 티빙에서 공개되는 ‘사내 히어로’는 소설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과거 흥행작들은 새로운 시즌의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사냥개들’, ‘지금 우리 학교는’의 두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며, 디즈니플러스에서는 ‘킬러들의 쇼핑몰’의 새 시즌을 공개한다.
‘낭만닥터 김사부’, ‘모범택시’를 시즌3까지 선보이며 IP(지식재산권)을 영리하게 활용해 온 SBS는 올해 ‘재벌X형사’와 ‘굿 파트너’의 두 번째 시즌 제작을 확정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은 시즌3으로 돌아오며 ‘장수 시즌제’ 대열에 합류했다.
주로 예능에서 활용되고 있는 스포츠 영역이 드라마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tvN 드라마 ‘기프트’는 한국 드라마 최초로 고교 야구의 세계를 조명한다. 배우 한효주가 출연해 관심을 받는 MBC 드라마 ‘너의 그라운드’ 역시 야구가 중심 소재다. SBS는 ‘풀카운트’를 통해 프로야구 코칭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방송가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기존의 드라마 공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3사가 꼽은 생존 전략 ‘AI’
지상파 3사는 나란히 AI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효율성’도 방점을 찍었다. 먼저 박장범 KBS 사장은 “지난해 AI 방송 원년을 선포했다. 올해는 AI가 일상이 되고 전사적으로 확산하는 해가 돼야 한다”며 “여러 제작 현장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세계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을 바꾸고 있는 AI는 KBS의 중요한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KBS는 지난해 선보인 단막 프로젝트 ‘러브: 트랙’의 ‘늑대가 사라진 밤에’ 편에서 개를 AI 기반 영상 변환 기술을 활용해 늑대로 변모시키는 새로운 제작 방식을 적용해 소재의 폭을 넓힌 바 있다. 더불어 이를 통해 쌓은 AI 기술과 제작 노하우를 내년 방영 예정인 KBS 새 대하드라마 ‘문무’(文武)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안형준 MBC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AI 대전환기를 맞아 AI와 데이터에 기반한 성장 구조를 튼튼히 다지겠다. 현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AI 표준 제작 절차를 마련하고, AI 콘텐츠를 선도할 전문 인력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AI 비즈 TF’를 신설해 노하우를 공유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 제작 효율성을 높이고 축적된 데이터와 기술을 새 사업 기회로 연결해 공영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했다.
방문신 SBS 사장 역시 ‘AI와 함께 하는 콘텐츠 리더’로서의 목표를 밝히며 “콘텐츠 산업 밸류 체인이 AI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한 만큼 콘텐츠 전 영역에서 AI를 내재화하는 AI 퍼스트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 방안으로는 AI를 활용한 콘텐츠 기획과 제작 확대, 영상데이터 자산화, 방송콘텐츠에 특화된 멀티모달 AI에이전트 시스템의 구축 등을 언급했다.
수익성 추구만큼…절실한 신뢰 회복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의 급성장 이후 늘 위기에 시달렸던 방송가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나름의 전략적인 시도를 한 셈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 강화를 노리지만, 동시에 멀어진 시청자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선 ‘신뢰 회복’이라는 또 다른 과제가 남았다.
공영방송 KBS와 MBC는 ‘공익성’을 강조하며 숙제 풀이를 시작한다. 특히 지난해 수신료 통합징수를 이뤄내며 경영 불안을 다소 완화한 KBS는 “한 발 더 도약해 수신료의 가치를 분명히 증명해야 한다”며 불안이 해소된 만큼 공영방송만이 만들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앞서 촬영도 시작하기 전 제작발표회를 열고, 박 사장이 직접 참석해 ‘대하 드라마’를 향한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박 사장은 신년사에서 “KBS가 제작하는 고품격 다큐멘터리와 드라마가 더 많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중동과 유럽시장도 적극 공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안 사장은 “지난해 우리는 좋은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방송사였지만 과실을 거두는 미디어 그룹은 아니었다. 이제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왜 MBC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MBC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와 함께 뉴스 부문을 언급하며 “‘뉴스데스크’는 신뢰도와 영향력, 시청률 1위를 유지하겠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검증과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는 보도로 공영방송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MBC에 따르면 ‘뉴스데스크’는 수도권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2차 ‘여론 영향력 조사’에서 24.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이 2위, ‘스트레이트’, ‘100분 토론’은 나란히 6위와 7위를 기록했었다.
‘논란’에, 밀린 관심에…위기의 예능
예능가는 ‘위기’ 극복을 과제로 받게 됐다.
‘미운 우리 새끼’, ‘돌싱포맨’ 등에서 활약한 방송인 이상민에게 대상을 준 SBS를 비롯해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MBC),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KBS)의 전현무까지. 지난해 지상파 3사의 연예대상 시상식에서는 수년째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장수 예능의 주역들이 대상을 수상했다.
이중 MBC는 새롭게 론칭한 ‘신인감독 김연경’이 흥행에 성공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다만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 키가 불법 의료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이고 ‘놀면 뭐하니’의 전 출연자 이이경의 하차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탓에 ‘축제’보다는 숙연한 분위기가 감지됐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뜬뜬’의 토크 콘텐츠 ‘핑계고’가 연 시상식에 황정민, 이성민, 화사, 우즈 등 예능인과 배우, 가수가 어우러져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지상파 시상식보다 재밌다’는 반응을 끌어냈다. 웹예능에게도 빼앗긴 화제성을 극복하고, 시청자들의 실망감을 만회할 수 있을지 예능가의 신뢰 회복도 중요한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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