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밉상된 김범석… 미국서 버티는 이유 [쿠팡 차등의결권 해부①]

IT조선|변상이 기자 윤승준 기자|2026.01.09

쿠팡 정보유출 논란이 실 소유주인 김범석 의장의 경영권 이슈로 확산하고 있다. 정치권의 맹공에도 김 의장이 믿고 버티는 건 그의 지배구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는 국내에 아직 생소한 ‘차등 의결권(Dual-Class Stock)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차등의결권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혁신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 온 제도지만, 동시에 책임 경영의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한계도 드러낸다. 차등의결권의 구조와 해외 운영 사례, 국내 제도화 논의를 통해 한국 자본시장에 던지는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쿠팡의 정보유출 논란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모양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나서 실 소유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무책임 경영을 질타하고 있지만, 김 의장이 직접 나선 건 서면 사과문이 끝이었다. 김 의장이 자신만만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의 경영권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거란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 / 쿠팡Inc
김범석 쿠팡Inc 의장. / 쿠팡Inc

9일 정치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 여당은 올해 초 ‘쿠팡 불법 행위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외에도 노동자 사망사고 은폐 의혹, 불공정거래, 물류센터 실태조사 등 그간 쿠팡에서 불거진 여러 문제를 전방위로 다루겠다는 취지다. 또 김남근 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 20여명은 ‘집단소송법안’을 발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시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이 확대된 데는 김범석 의장의 안일한 태도에서 비롯됐다. 김 의장은 쿠팡의 최대주주임에도 사태가 발생한지 한달이 지나서야 사과문을 올리는 등 다소 책임 경영과 먼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국회 청문회에도 외국인 CEO를 내보내 국내 정서와는 엇갈린 답변을 하게 하는 등,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여기에는 그가 강력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복수의결권)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차등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분위기다. 특히 IT 창업주들이 이를 통해 투자금을 유치하면서도 경영권을 방어하는 용도로 많이 쓴다.  

차등의결권은 발행시 보통주를 클래스 A·B·C 등으로 나눈다. 각 클래스는 1주 당 ‘몇 표’를 행사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통상 클래스A는 일반 주주용으로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B는 창업자·경영진들이 1주당 복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C는 재무적 투자자들이 갖게 되는데, 우리의 우선주처럼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적인 형태를 띤다. 

쿠팡은 '클래스A'와 '클래스B' 2종의 보통주만 발행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쿠팡Inc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쿠팡Inc의 전체 발행 주식은 18억2664만7538주다. 이중 클래스A가 16억6884만4548주, 클래스B가 1억5780만2990주다.

클래스A에는 일본 소프트뱅크 산하 SB인베스트먼트가 지분율 17.35%로 가장 많고, 영국 자산운용사 배일리 기포드가 9.01%로 2대 주주에 올라있다. 이어 블랙록이 3.85%, 티로프라이스가 3.68%, 모건스탠리가 3.67%, 그린옥스캐피탈파트너스가 3.30% 순이다. 이들은 클래스B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클래스B는 모두 김 의장 몫이다. 클래스B 발행주식 1억5780만주 모두 김 의장이 들고 있는데, 주식수로만 보면 지분율은 8.7%에 불과하다. 하지만 클래스B에 부여된 29배의 차등의결권 원칙에 따라 김 의장의 의결권 행사 비율은 73.3%로 껑충 뛴다. 주식수만 놓고 보면 클래스A  비중이 훨씬 높지만, 1주당 의결권이 1개로 제한된 구조기 때문에 김 의장이 실질적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쿠팡은 클래스A와 B 보통주만 발행하고 있다. 김 의장의 경우 지난해 기준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 주식의 ‘클래스B 보통주’ 1억5780만2990주를 소유하고 있다. / 오픈AI
쿠팡은 클래스A와 B 보통주만 발행하고 있다. 김 의장의 경우 지난해 기준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 주식의 ‘클래스B 보통주’ 1억5780만2990주를 소유하고 있다. / 오픈AI

김 의장이 경영권에 당당할 수 있는 이유 중에는 친동생 김유석 쿠팡 부사장의 역할도 한몫했다. 김 부사장은 2014년부터 쿠팡 소속으로 근무하며 미등기임원에 올라있다. 그는 미등기임원으로 존재감을 숨겨왔지만 그간 김 의장과 함께 주요 경영 결정에 관여했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부사장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쿠팡에서 챙긴 보수가 22억648만원에 달한다. 또 성과에 따른 조건부 주식 보상인 RSU(Restricted Stock Unit)도 119억원 정도 수령했다. RSU는 향후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어 김 의장 지원에 도움이 된다. 

이처럼 매출은 한국서 챙기면서 최대주주의 책임 경영은 최소화 된 기형적인 지배구조가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 실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창업주의 지배권을 강화해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혁신 기업들은 성장 과정에서 외부 투자 유치로 지분이 빠르게 희석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역시 2014년 홍콩 거래소에 상장하려 했지만 차등의결권이 허용되지 않아 뉴욕으로 선회했다. 이후 2018년 홍콩에서도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자 홍콩 시장에도 진출했다.

김 의장도 이 같은 제도의 강점을 활용해 미국에서 상장을 준비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아직 국내에서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주주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목적이 뚜렷했던 셈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국내에서 쿠팡 사태를 처벌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차등의결권은 ‘주주가 표로 책임을 묻는 것’을 봉쇄하기 때문에 김 의장이 지배권을 유지하며 버티기 쉬운 구조”라며 “관건은 지배 구조보다도 국내서 정부가 어느 수준의 제재를 가하느냐, 피해 구조가 어느 규모로 현실화되는지, 그 과정에서 최고결정권자인 김 의장의 관여가 어디까지 드러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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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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