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빚투’ 무성한 오천피, 내실 돌아볼 때 [줌인 IT]
||2026.01.09
||2026.01.09
코스피 사상 최고가가 일상이 됐다. 지난해 4214로 마감한 코스피는 새해 들어 4거래일 연속 역대 최고치를 새로 쓰며 장중 4600선까지 올라섰다.
1년 1개월 전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2300선까지 추락했던 순간을 상기하면 감개무량하다. 허황된 정치적 구호인 줄로 알았던 ‘코스피 5000시대’도 이제는 현실로 바짝 다가왔다.
속을 들여다보면 어떨까? 덩치는 커졌으나 체질은 여전했다. 투전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단타(단기매매)’가 잦았다. 거래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지표인 회전율은 올 들어 하루 평균 0.78회로 ‘삼천피’를 찍었던 작년 6월(0.89회) 이후 제일 높았다.
이는 투자자들이 장기 보유 목적보다는 주가 흐름에 집중하며 사고팔고를 반복하고 있다는 뜻이다. 코스피가 신고가를 찍었던 5일, 개인은 코스피에서 1조5000억원을 팔아치웠다가 6일 6000억원을 사들였고 7일엔 다시 3000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실제로도 널뛰기 매매를 하고 있다.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에서도 투기적인 매매형태를 보이고 있다. 하락에 베팅하는 지수형 인버스 상품을 대거 사들이는가 하면, 코스피 레버리지 상품 매매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주가가 ‘오천피’ 시대에 근접했어도 개인에게 ‘국장’은 투자처가 아닌 빠르게 치고 빠지는 단타 시장인 것이다.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현상이 과열된 점도 부담이다. 코스피·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6일 현재 27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 달 만에 1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지금같은 상승장에서야 괜찮겠지만, 조정장이 찾아오면 반대매매로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을 것이 예상되는 상황. 현재 빚투 물량 대부분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쏠려 있다는 점도 지금의 상승장이 빚으로 만든 신기루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키운다.
외국인 물량도 부담이다. 외국인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7일 현재 37.18%,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다. 나쁘게 말하면 ‘끝물’이다. 정부가 46조원에 달하는 서학개미 투자분을 국내 증시에 흡수하고자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올해에만 적용하는 일회성 정책이라 효과가 지속될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차제에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장기투자 유인 방안 중 하나로 복수의결권을 제시하기도 했다. 보유 기간에 따라 1주에 2~4표 부여하자는 주장인데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점이라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물론 대주주 지배력 강화, 기관투자자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의 폐혜를 막기 위한 보완책은 필수적일 테다.
절세 유인책도 필요하다. 현행법상 국내주식을 장기 투자해서 얻는 이점이 없다. 오히려 이자·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으로 분류해 최대 45%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보유자에게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주고 보유 기간에 따라 세율을 낮춘다면 장기투자를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전설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은 “주식시장은 인내심 없는 사람의 돈을 인내심 있는 사람에게 옮기는 장치다”라는 격언을 남겼다. 장기투자 중요성을 설파한 말인데 신뢰를 잃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 말 하나로 설득하긴 어려울 것이다. 장기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 통해 오천피만큼은 개미들이 주도하길 기대해 본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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