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없는 노소영, 법은 ‘뇌물’을 말하고 국민은 '환수'를 외친다 [데스크 칼럼]
||2026.01.09
||2026.01.09
노태우 300억 비자금…뇌물 판단은 나왔지만 환수는 미궁
권력형 범죄 유산 앞에 선 법과 사회의 시험대

▲ 유산(遺産)은 가문의 명예와 정신을 잇는 매개다. 하지만 우리 현대사의 어떤 유산은 가문의 영광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가 되기도 한다. 5공과 6공의 그림자인 '전두환·노태우 비자금'이 그렇다. 전두환·노태우 두 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돈은 '통치 자금'이라는 그럴듯한 외피를 썼지만, 본질은 권력을 사유화해 챙긴 부당한 뒷돈이었다.
특히 노태우 비자금은 1995년 세상을 뒤흔든 뒤 30년 만에 다시금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번엔 진상 규명이 아니라 딸과 사위의 이혼 소송 현장에서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부친의 비자금 300억원이 적힌 메모를 꺼내 들며 '가문의 기여'를 주장한 것이다. 사적인 재산 분할 액수를 높이기 위해 부친의 치부(恥部)이자 국가의 범죄 수익을 스스로 세상에 공표한 셈이다. "당사자들만 알기로 한 비밀"이었다는 법정 진술은 국민의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 대법원은 최근 이 자금에 대해 민사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불법 뇌물이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당연한 결과다. 법언(法諺)에 '불법 속에 권리의 근원은 없다'고 했다. 뿌리가 썩은 나무에서 정당한 열매를 기대할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노 관장 측은 판결 이후에도 사과나 해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 여론은 차갑다. 지난해 데일리안이 한 여론조사에선 70%에 가까운 응답자가 추가로 드러난 비자금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은 단순한 액수가 아니다. 불법 은닉 자산을 마치 당연한 권리인 양 주장하는 그 '뻔뻔함'에 있다. 우리 사회가 지탱해온 최소한의 도덕적 마지노선인 '염치'가 무너진 꼴이다. 여기에 불법 세습 논란의 당사자인 노재헌 씨가 주중 대사에 임명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공직자는 능력 이전에 그 삶의 궤적이 국가의 품격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 노태우 비자금 불법 은닉·상속 의혹의 한복판에 있는 인물이 국가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는 것이 과거사 청산과 법 앞의 평등에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이재명 대통령은 "민사상 소멸시효도 배제해 상속재산 범위 내라면 사망한 후 그 상속자들한테까지도 민사상 배상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며 미청산의 과거가 12·3 내란을 불렀음을 지적했다. 과거를 매듭짓지 못한 대가는 이처럼 혹독하다. 국세청과 검찰은 "법리 검토 중"이라는 해묵은 답변만 되풀이할 때가 아니다.
노태우 비자금 환수는 시효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다. 부정한 권력이 쌓은 부가 세탁을 거쳐 대물림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는 공정한 법치국가라 자부할 수 없다. 불법의 유산 앞에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통렬한 참회와 국가로의 반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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