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줄 돈 미리 쌓아두는 보험사, 연말 배당은 언감생심
||2026.01.09
||2026.01.09
보험사들이 연간 수천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올해 실제 배당이 가능한 회사는 손에 꼽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국 규제 탓에 이익잉여금의 상당 부분을 곳간에 넣어둬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배당 가능한 회사가 4곳 정도로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험업권 전반이 ‘배당 불모지’로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생명보험사 23곳과 손해보험사 18곳의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는 46조760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말 37조6398억원과 비교하면 1년이 채 되지 않아 24.2%나 늘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때 돌려줘야 할 돈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보험사가 장부상 계산한 부채보다 실제 환불해 줄 돈이 더 많을 수 있으니 그 차액만큼을 벌어들인 이익에서 미리 떼어 비상금으로 챙겨두라는 의미다.
현행 규정상 건전성 지표인 킥스(K-ICS) 비율이 160% 미만이면 차후 환급 잔여분의 100%를, 160% 이상인 우량 회사라도 80%까지 미리 적립해야 한다. 체력이 좋은 보험사조차 이익의 대부분을 금고에 잠가야 하다 보니 주주들을 위한 중장기 환원 계획을 세우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공시마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보험업종의 저평가 해소를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생명보험사 23곳 가운데 이익잉여금 대비 해약환급금준비금 비중이 50%를 넘는 곳만 9곳에 달한다. 하나생명은 이익잉여금 916억원 전액이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묶여 비중이 100%에 달했다. DB생명도 1조9679억원으로 이익잉여금의 98.6%를 차지했다. 농협생명은 2조3178억원으로 비중이 86.5%에 이르렀다.
대형사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화생명은 해약환급금준비금이 5조2791억원으로 이익잉여금의 73.8%를 차지했다. 신한라이프도 4조5726억원으로 비중이 65.6%에 달했다. 동양생명(62.1%), 미래에셋생명(55.6%), IBK연금보험(51.1%) 역시 이익잉여금 절반 이상이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묶여 있다.
지난해까지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인식하지 않았던 교보생명도 올해 3분기에는 4485억원을 적립했다. 삼성생명만이 5대 생보사 가운데 유일하게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없는 회사로 남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연말 기준 전체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가 5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도 예외는 아니다. 18개 손보사 가운데 6곳은 이익잉여금의 절반 이상을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3893억원으로 비중이 82.9%에 달했고, 한화손해보험(76.8%), 농협손해보험(71.6%)도 70%를 웃돌았다. KB손해보험과 흥국화재는 각각 52.6%, 현대해상은 50.5%를 기록했다. 이익잉여금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 손보사일수록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배당 여력을 직접적으로 제약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보·코리안리 등 4개 보험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보험사가 올해도 배당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빠르게 늘어나는 배경에는 보험사들의 상품 포트폴리오와 영업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했거나, 장기 보장성 상품 비중이 높은 보험사일수록 보험부채가 커지면서 환급금을 더 쌓아야 한다. 신계약 영업을 지속할수록 환급준비금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여서 단기간 해소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당국이 제도 손질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현재 금융당국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160%를 충족한 보험사에 대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률을 80%로 낮출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올해도 준비금 규모와 비중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어 제도 완화 효과는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약준비금은 보험사 배당 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어느 회사든 부담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추가 건전성 강화 규제 도입이 예고된 상황에서 별도로 이익잉여금을 대거 적립하는 제도가 과도하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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