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홈 AI 컴패니언’ 전략 본격 가동...수면·건강 관리 활용 주목

디지털투데이|석대건 기자|2026.01.08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삼성전자 '더 퍼스트룩' 단독 전시관에서 배우 안효섭이 AI TV 신제품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삼성전자 '더 퍼스트룩' 단독 전시관에서 배우 안효섭이 AI TV 신제품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삼성전자가 CES 2026에서 'AI 일상 동반자'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노태문 DX부문장은 5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기자간담회에서 연간 4억 대 기기를 연결해 "진정한 AI 일상 동반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가전 부문에서는 '홈 AI 컴패니언(Home AI Companion)'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가사 부담을 'Zero화'하고 수면과 건강까지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AI는 일상 필수재로 안착했다. 오픈AI에 따르면 AI앱인 챗GPT 주간 활성 사용자는 9억 명을 돌파했다. 한국은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전국민 절반 수준인 2162만명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이용자 절반이 AI 챗봇을 쓰고 있는 셈이다. 또 매킨지(McKinsey) 조사 결과 글로벌 기업 88%가 AI를 도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강조하는 '동반자'라는 단어가 마케팅 수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지난해 11월 아마존 CTO 버너 보겔스(Werner Vogels)가 발표한 2026년 기술 전망은 이 질문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보겔스는 기술과 인간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겔스 CTO는 "거래적 기기 상호작용에서 물리적 AI와 관계 구축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화에 주목한 배경에는 외로움 확산이 있다. 보겔스에 따르면 전 세계 6명 중 1명이 외로움을 겪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공중보건 위기로 지정했다. 60세 이상 성인 43%가 외로움을 호소하고, 사회적 고립은 사망 위험을 32%까지 높인다.

보겔스는 "10년 전만 해도 로봇과 의미 있는 정서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공상과학이었지만, 오늘날 고령화 인구구조와 발전된 AI 역량, 글로벌 외로움 확산이 컴패니언 혁명의 조건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임상 근거도 있다. 캐나다 장기요양시설에서 진행된 파로(Paro) 로봇 연구에서 치매 환자 95%가 긍정적 상호작용을 보였다. 동요와 우울, 외로움이 감소했고 약물 사용량과 수면 패턴도 개선됐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이 왜 기계에 정서적으로 반응하는가에 대한 보겔스의 설명이다. 보겔스는 "인간은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물체에 의도와 생명을 투영하도록 생물학적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말했다. MIT 연구자 케이트 달링(Kate Darling) 연구를 인용하며, 사람들이 로봇을 기기가 아닌 동물처럼 대한다고 설명했다. 룸바(Roomba) 소유자 50~80%가 진공청소기에 이름을 붙인다는 사례도 제시했다.

모바일, TV 등 삼성전자 제품군 [사진: 삼성전자]
모바일, TV 등 삼성전자 제품군 [사진: 삼성전자]

◆노태문 "4억 대 기기로 진정한 AI 동반자 되겠다"

삼성전자가 '홈 AI 컴패니언' 전략 목표로 수면·건강 관리를 제시한 이유는 보겔스가 든 사례와도 맞닿는다. 특히 삼성전자가 4대 신성장 동력으로 로봇과 메디컬테크놀로지를 지목한 점은 보겔스가 예측한 "고령화 인구구조, 발전된 AI 역량, 글로벌 외로움 확산이 만든 컴패니언 혁명의 조건"과 일치한다. 

물론 삼성전자가 취하는 접근법은 보겔스가 분석한 컴패니언 로봇과는 다르다. 로봇을 도입하는 대신, 이미 가정에 있는 가전과 TV, 모바일을 연결해 '통합 AI 경험'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노 대표는 "모바일은 AI 허브로 진화하고, TV는 비전 AI(Vision AI)를 적용해 맞춤형 AI 스크린 경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접근이 로봇이 아닌 기기 생태계라 해도, 성공 조건은 동일하다. 보겔스는 AI 컴패니언 성공은 "인간을 돌봄의 중심에 두면서 지원 역량을 확장하는 것(keeping people central to care while extending our capacity)"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로봇이든 가전이든, 기술이 인간 돌봄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도 이러한 인간 중심 철학을 디자인 단계부터 적용하고 있다. 마우로 포르치니 최고디자인책임자(CDO)는 7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삼성테크포럼에서 "디자인 전반에 '형태와 기능은 의미를 따른다(Form and function follow meaning)'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며 "제품 중심이 아닌 경험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르치니 CDO는 "사람 중심 접근은 미래를 위한 당연한 책임"이라며 "당위성을 넘어 전략적으로나 경제적 측면에도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디자인을 통해 기술과 사람 사이에 감정과 정체성이 자리잡아야 인간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우로 포르치니 삼성전자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사진: 삼성전자]
마우로 포르치니 삼성전자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사진: 삼성전자]

◆ "인간을 돌봄의 중심에 둬야"

그러나 인간 중심 AI 기조가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보겔스 CTO는 경고도 남겼다. 보겔스는 "사람들이 컴패니언과 깊은 신뢰를 형성할수록, 해당 기업은 그 신뢰를 악용해 사용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신념을 형성하지 않도록 강력한 통제 장치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책임감 있게 개발될 때, 이것은 기술의 최선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4억 대 기기를 고객 일상 전반에 연결하겠다는 삼성전자에게 AI윤리가 더 중요한 이유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삼성전자 AI 윤리 원칙 정하고 AI 안전 프레임워크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개발과 이용에 있어 공정성, 투명성, 책임성을 핵심 원칙으로 정했다. 

불공정한 편향 방지, 개인정보보호, AI 윤리협의회 운영 등을 통해 '인간 중심 기기'를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또 온디바이스 AI 기능이 확대되면서 AI 안전성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보고, 이에 데이터·모델 거버넌스와 AI Safety 평가·레드팀 운영이라는 2가지 핵심 프로세스, 4가지 핵심 컴포넌트로 구성된 'AI Safety Framework'를 구축했다.

삼성전자 AI 윤리 원칙 서문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AI 윤리 원칙 서문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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