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내재화 한계… 車업계, 미래차 경쟁 해법은 ‘동맹’
||2026.01.07
||2026.01.07
미래차 경쟁의 승부처가 기술력이 아닌 ‘동맹’으로 옮겨가고 있다.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로보틱스, 피지컬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의 복잡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완성차 업계가 반도체·AI·소프트웨어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기술 내재화에 따른 막대한 시간·비용 부담을 줄이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변화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과거에는 핵심 기술의 내재화를 경쟁력의 기준으로 삼아 왔지만, 최근에는 자율주행과 SDV, 로보틱스 분야에서 외부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기술 확보 방식이 ‘개별 기업 간 개발 경쟁’에서 ‘생태계 구축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이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AI 칩 ‘블랙웰(Blackwell)’을 기반으로 한 AI 팩토리 구축에 나서며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피지컬 AI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25년 10월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현장에서 양사는 블랙웰 기반 AI 팩토리 도입을 통해 자율주행과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분야 혁신을 공동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칩 공급을 넘어 핵심 피지컬 AI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단계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약 5만 장의 블랙웰 칩을 활용해 통합 AI 모델의 개발과 검증,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모빌리티 솔루션은 물론 차세대 스마트 팩토리와 온디바이스 반도체 영역 전반에서 AI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양사의 협력 범위가 자율주행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을 통해 자사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파마요는 카메라와 라이다 등 각종 센서로 수집한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량의 다음 행동을 추론하고, 그 판단 과정까지 인간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현지 기자간담회서 알파마요 도입 가능성과 관련해 “여러 방법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 내부에는 포티투닷과 모셔널이라는 자율주행 전문 조직이 있어 자율주행 전략은 조만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 칩 활용 측면에서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AI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같은 날 그룹은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와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 조직으로 평가받는 구글 딥마인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업을 통해 양측은 복잡한 로봇 제어를 위한 AI 모델 연구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제조·물류·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휴머노이드의 실질적 도입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잭 재코우스키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 개발 총괄은 “로봇과 AI의 융합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인간의 삶을 더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혁신”이라며 “구글 딥마인드와의 협력은 미래 산업 패러다임을 재정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현대차그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엔비디아와 협력해 SDV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SDV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고도화를 위해 외부 기술 협력을 전제로 전략을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양사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정의 컴퓨팅 아키텍처를 공동 개발 중이다. 벤츠는 차세대 차량에 엔비디아 드라이브(Drive) 플랫폼 기반 컴퓨팅 시스템을 적용해 자율주행과 AI 주행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할 방침이다.
폭스바겐그룹도 유럽 자동차 부품 업체 발레오(Valeo)와 인텔의 자율주행 자회사 모빌아이(Mobileye)와 협력해 레벨 2+ 수준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이 시스템을 향후 수년 내 MQB 플랫폼 기반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로 개발되는 시스템은 360도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통합한 ‘360도 링’을 기반으로 하며, 모빌아이의 최신 서라운드 ADAS 플랫폼과 아이큐 6 하이(EyeQ 6 High) 프로세서, 정밀 지도 기술이 결합된다.
업계는 이 같은 협력 확산을 미래 모빌리티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제조사가 모든 기술을 직접 확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핵심 파트너와 생태계를 구성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은 미래차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플랫폼”이라며 “누가 더 많은 기술 동맹을 효과적으로 엮어내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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