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대극장 코미디 뮤지컬, 여전히 불가능의 영역일까?” [대극장 코미디③]
||2026.01.07
||2026.01.07
한국 관객의 ‘감성적 보상 심리’가 만든 장벽
수백억 단위 제작비와 흥행공식의 딜레마
"심리적 문턱 낮추고 우리만의 언어와 리듬 찾아야"
“나의 최종적인 목표는 우리 관객들이 함께 배꼽 잡고 웃을 수 있는 ‘한국형 대극장 코미디 뮤지컬’을 만드는 것이다.”
뮤지컬 배우 정성화는 시상식에서, 또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오랜 염원을 이같이 밝혀왔다.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대극장 뮤지컬의 정점에 선 그가 ‘한국형 대극장 코미디’를 꿈꾸는 것은 개인의 커리어를 넘어 한국 뮤지컬 시장의 지형도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최근 ‘미세스 다웃파이어’ ‘비틀쥬스’ ‘젠틀맨스 가이드’ 등 해외 라이선스 코미디 작품들이 연이어 성공을 거두며 대극장 코미디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 고유의 정서가 담긴 창작 뮤지컬에서는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창작 뮤지컬 시장은 ‘영웅’ ‘명성황후’와 같은 웅장한 역사극이나 ‘웃는 남자’ ‘프랑켄슈타인’처럼 인간의 고통과 비극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서사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제작사들이 대극장 규모의 창작 코미디를 주저하는 가장 크고, 현실적인 이유는 막대한 재정적 위험성이다. 백억 원 단위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극장 환경에서, 투자자와 제작사는 검증된 흥행 공식인 ‘비극적 웅장함’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 공연 관계자는 “이런 제작사의 선택에는 한국 관객 특유의 독특한 소비 심리가 큰 몫을 차지한다”면서 “높은 티켓 가격을 지불한 만큼 객석에서 눈물을 쏟거나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해야 ‘돈값을 했다’고 느끼는 일종의 감성적 보상 심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쾌하고 가벼운 웃음보다는 묵직한 정서적 소모가 있어야 작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보니, 코미디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장르’ 혹은 ‘소극장용 콘텐츠’라는 편견에 갇히기 일쑤”라며 “결국 창작진 역시 이러한 시장의 요구에 맞춰 비장미 넘치는 작품에 창작 에너지를 집중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교한 희극 작법과 이를 뒷받침할 제작 인프라의 부족도 실질적인 장벽이다. 흔히 코미디가 비극보다 만들기 쉽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대극장 규모에서의 코미디는 정밀한 기계 장치와 같은 공학적 설계를 필요로 한다. 웃음의 타이밍은 단순히 배우의 개인기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조명, 음향, 음악의 박자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약속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미국 브로드웨이의 경우 유머의 결을 다듬는 전문 각색가가 창작 초기 단계부터 투입되어 대사와 리듬을 자로 잰 듯 설계한다. 반면 국내 창작 생태계는 여전히 비극적 서사에 특화된 작가와 작곡가 위주로 형성되어 있다. 웃음의 타격을 음악적 박자로 치환할 수 있는 코미디 전문 창작진이 부족하다 보니, 대극장 규모를 채울 만한 밀도 높은 코미디 창작은 도전 자체가 드문 일이 됐다.
정성화가 꿈꾸는 비전은 이제 한국 뮤지컬계 전체가 마주한 현실적인 과제가 됐다. 해외 라이선스 코미디 작품들의 잇따른 흥행으로 대극장 코미디를 향한 관객의 심리적 문턱은 이미 충분히 낮아졌다는 평이다. 관객들은 이제 비극이 주는 무게감이 아니더라도, 치밀하게 계산된 웃음과 화려한 무대적 성취가 뒷받침된다면 코미디 역시 대극장 뮤지컬로서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대극장 코미디 작품들의 연쇄 흥행으로 관객의 심리적 문턱은 이미 낮아졌다. 이제는 해외의 성공 방정식을 학습하는 단계를 넘어, 우리만의 언어와 리듬으로 관객을 웃기고 울릴 전문적인 제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라며 “브로드웨이 수준의 기술적 완성도에 한국적 정서를 녹여낸 창작 코미디가 나온다면, K-뮤지컬은 장르적 다양성을 완성하고 세계 시장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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