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건당국, 어린이 예방접종 권고안 전면 수정…‘의무 접종’ 17개서 11개로
||2026.01.06
||2026.01.06
미국 연방 보건 당국이 어린이 예방접종 정책을 전면 수정해 접종을 권장하는 질병 수를 대폭 줄이며 논란을 빚고 있다. 이번 조치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취임 이후 가장 급진적인 정책 변화로 평가된다.
5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보건복지부는 모든 아동에게 접종을 권장하는 질병 항목을 기존 17종에서 11종으로 축소한 예방접종 권고안을 수용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실행을 지시했다. 이 권고안은 각 주(州) 정책과 학교 입학 요건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 권고안에 따르면 CDC는 아동 예방접종 범주를 ▲모든 아동에게 권장되는 예방접종 ▲특정 고위험군·집단에 권장되는 예방접종 ▲공유된 임상 결정에 기반한 예방접종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이 중 ‘모든 아동에게 권장되는 예방접종’은 11종으로 ▲홍역 ▲풍진 ▲소아마비 ▲백일해 등이 포함됐다.
반면 ▲A형 간염 ▲B형 간염 ▲수막구균 ▲뎅기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은 고위험군에만 접종이 권장된다. 또 ▲로타바이러스 ▲코로나19 ▲독감 등은 의사 판단이 있을 경우에만 권장될 전망이다. HPV 백신의 경우 접종 횟수가 2회에서 1회로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정책 변화가 선진국의 예방접종 정책을 참고해 권고안을 재조정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케네디 장관은 “독일·덴마크·일본 등 사례를 통해 국제적 합의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고, 투명성과 선택권을 강화했다”며 “아이들을 보호하고 공중 보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워싱턴대 의대 소속 헬렌 추 교수는 “미국 전체 어린이 백신 일정을 갑작스럽게 뒤집는 이번 조치는 불필요하고 위험하며,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며 “이미 부모들이 백신 안정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면서 접종률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른바 ‘백신 회의론자’인 케네디 장관 취임 이후 백신 관련 정책이 잇따라 폐지·완화되면서 예방접종률이 지속 하락해 왔다. 그 영향으로 지난해 미국 홍역 환자 수는 199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달 말에는 미국이 2000년부터 유지해 온 ‘홍역 퇴치국’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백일해 등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감염병 발생률 역시 최근 들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결정에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예방접종 권고안은 독립성을 갖춘 연방자문위원회 조사를 토대로 백신 효과와 위험성, 접종 시기 등을 두루 검토해 마련됐으나 이번 개편의 경우 이러한 절차를 사실상 건너뛰면서 구체적인 데이터 및 전문가 의견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은 채 강행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숀 오리어리 미국소아과학회(AAP) 감염병위원장은 “연방 정부가 백신과 관련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비극적인 고통을 낳게 될 것”이라 비판했다. AAP는 정부 조치와 별개로 자체 접종 권고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법적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백신법 전문가인 리처드 휴스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행정절차법상 연방 기관은 중대한 정책 변경 시 충분한 근거를 갖춰야 한다”며 “기존 전문가 권고를 뒤집을 만한 명확한 이유가 제시됐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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