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경쟁’ 중국은 뛰고 한국은 멈췄다 [줌인IT]
||2026.01.06
||2026.01.06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는 단순 미래 기술 전시를 넘어 인공지능(AI)이 실제 움직이며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현실 경쟁의 장이 됐다.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하던 단계를 지나 이제는 집 안과 공장, 거리에서 몸을 가진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 피지컬 AI 경쟁에서 중국 기업은 매년 전장을 넓히고 속도를 높이고 있다.
먼저 결실이 드러난 분야는 로봇청소기다. 로보락과 드리미, 나르왈 등 중국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뒤, CES 무대에서도 성능 고도화와 제품 변주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롤러형 물걸레, 더스트백 없는 구조, 스팀 기능 추가 등은 이제 기본 사양에 가깝다. 로봇청소기는 중국 기업들에게 피지컬 AI의 실험장이었고, 이 실험은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이런 성공 경험은 곧바로 휴머노이드와 목적 특화형 로봇으로 확장되고 있다. CES 2026에서 중국 기업은 저가형 휴머노이드, 소방·물류·탐사용 로봇을 대거 선보인다.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G1’을 비롯해 다수의 로봇은 공통적으로 대중화와 상용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2월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한 글로벌 기업 66곳 중 40곳이 중국이다. 반면 한국은 1곳에 불과하다. 기술을 제품화하는 속도에서도 격차가 벌어진다.
가전 전반에서도 중국 기업은 AI를 기능이 아닌 생활 시나리오로 풀어낸다. 하이센스의 요리·세탁·공조 에이전트, TCL의 ‘AI 스마트 라이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년간 제시해온 AI 홈 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별 가전의 완성도보다 AI가 생활 전반을 관통하는 사용 장면을 보여주는 중국 기업의 청사진은 피지컬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설명’에서 ‘사용’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지컬 AI 패권 경쟁의 본질은 누가 더 정교한 기술을 가졌느냐보다 누가 더 빨리, 더 넓은 영역에서, 실제로 쓰이는 제품을 내놓느냐다. 중국 기업은 기술 정의와 상용화의 경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시장 반응을 먼저 보고 다음 단계를 준비할 뿐이다. 기술과 제품, 생태계를 동시에 밀어붙이는 구조다.
한국 기업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LG 클로이드’를 통해 가사 노동을 수행하는 홈 로봇을 구체적으로 시연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로보틱스 확장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AI 홈 플랫폼을 중심으로 TV·가전·서비스를 연결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각자의 기술이 하나의 피지컬 AI 경험으로 어떻게 수렴될지와 관련한 그림은 명확치 않다.
CES에서는 해마다 같은 문제의식이 제기된다. 중국 기업들이 피지컬 AI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동안, 한국 기업은 여전히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피지컬 AI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은 출발선 너머 어디쯤에 서 있는지 이번 CES 2026을 통해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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