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첫 靑시무식서 ‘책임·권한·유혹’ 직설…"공직자 1시간 5200만 시간"

데일리안|maengho@dailian.co.kr (맹찬호 기자)|2026.01.05

"공무원 퇴근 시간 없다"…공직 사회 헌신 강조

공직자 '작은 신'에 비유…"미꾸라지가 우물 흐려"

"돈이 진짜 마귀…자신 정비하지 않으면 당한다"

공직 윤리·책임 전면에…강한 표현으로 내부 단속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새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새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 시무식에서 공직자들에게 "대한민국 공직자의 1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비정상에서 정상으로의 전환을 밝혀 온 이 대통령은 공직자의 책임, 권한의 본질, 권력의 유혹을 정면으로 거론하며 사실상 현 정부 공직 운영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5일 KTV를 통해 공개된 청와대 전 직원 대상 시무식 영상에서 "처음으로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다"며 "이게 정상이 드러나는 첫 징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정들이 왜 이렇게 굳어 있느냐. 오늘은 첫 업무를 시작하는 날"이라며 박수를 유도한 후 곧바로 공직자의 무게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어딘가에선 생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을 겪는 사람도 있고 새롭게 희망을 설계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모두가 더 행복한 삶을 원한다. 그런데 객관적 조건이 어려우면 모든 게 힘들어진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공직자의 1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이 말을 지겨울 정도로 반복하는 이유는 자주 잊어버리기 때문"이라며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지 잘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권리'와 '권한'을 법학적으로 구분하며 "힘은 힘인데 자기 이익을 챙기는 힘을 권리라고 한다"며 "(권한은) 남들을 위한, 세상을 위한 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한을 권리로 착각하는 순간 꼬이게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공직자의 근무 개념을 두고 "공무원은 퇴근 시간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 대통령은 "동네에 불 났는데, 적군이 쳐들어오는데 '나 퇴근했네, 휴일이네'는 게 어디 있느냐"며 "공직자는 24시간이 일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이는 공직 사회의 헌신을 강조하는 동시에 향후 고강도 국정 운영을 예고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의 역할을 '작은 신'에 비유했다. 그는 "소방관들에게 '여러분은 작은 신의 역할을 한다'고 얘기했다”며 "조금 더 신경 쓰고 조금만 더 신속하게 움직이고 조금만 더 배려하면 죽을 사람이 산다"고 했다.

이어 1년에 약 2만 명이 각종 사고와 이유로 목숨을 잃는다면서 "상당 부분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살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새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새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권력의 유혹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권한은 아주 잘 드는 칼날과 같아서 좋은 용도에 쓸 수도 있고 나쁜 용도에 쓸 수도 있다"며 "돈이 진짜 마귀"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마귀는 절대 마귀 얼굴로 나타나지 않는다. 꼭 천사의 얼굴로 나타난다"며 "선의와 선행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정비하지 않으면 당한다"고 했다.

공직 사회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인정하면서도 "압도적 다수의 사람(공무원)들은 선의를 가지고 자기 본분을 다한다"며 "만약 대다수가 부패했다면 대한민국이 이렇게 발전할 수 없었다. 소수가 전체를 훼손한다. 미꾸라지가 우물을 흐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지속 가능성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나라는 왜 망하느냐. 공정과 투명성이 무너지기 때문”이라며 "구성원들의 힘으로 조금이라도 더 공정하고 더 투명하고 더 합리적인 세상을 만들어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자원과 기회가 좀 더 고르게 분배되고 더 효율을 발휘하고 성과나 결과도 노력한 만큼이 주어지면 계속 흥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지금 분수령에 서 있다"며 "앞으로 더 흥할지, 추락할지가 결정되는 시점"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우리 손에 대한민국의 운명뿐 아니라 지금과 미래를 사는 수많은 사람의 생사와 행복이 달려 있다"며 "죽을 사람이 살았고, 불행할 사람이 조금 더 행복해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삶 아니겠느냐"라고 덧부였다.

이번 시무식 연설은 국정 성과나 정책 목표보다 공직 윤리와 책임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대통령이 직접 "퇴근은 없다" "작은 신" "마귀는 천사의 얼굴로 온다"는 강한 표현을 쓴 것은 계엄 사태 이후 흐트러진 국가 기강을 다시 죄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동시에 공직 사회에 대한 국민의 시선을 의식한 일종의 '내부 단속용 선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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