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로 무너진 빌라촌… 피해자 구제 나선 이준철 마을변호사
||2026.01.05
||2026.01.05
[편집자주] 법전의 차가운 글자보다 이웃의 젖은 눈망울을 닦아주는 이들이 있다. 화려한 조명 대신 변호사 한 명 없는 섬마을과 오지 등 ‘무변촌(無辯村)’을 직접 찾아가 무료 법률 상담을 이어가는 마을변호사들이다. 어느덧 13년, 1228명의 변호사가 전국 1414개 읍·면·동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가장 낮은 곳을 향해 묵묵히 발걸음을 옮겨온 그들의 따뜻한 목소리를 담았다.
“2021년쯤 경기도 광주에서는 신축 빌라 전세 사기 문제가 크게 불거졌습니다. 당시 피해자들이 찾아와 법적으로 정리해야 할 사항과 고소 절차 등을 설명해 드렸는데, 그때 생각만 하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만약 개별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빌라 사기 문제가 커져서 국가 차원의 대응 시스템이 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시 광주에서는 빌라의 이중계약 사실을 숨기거나 신축 빌라에 설정된 담보신탁 등기를 말소해 주겠다고 속여서 전세보증금 123억원을 받아 가로챈 빌라 전세 사기가 발생했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만 126명이었다.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가락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준철(변호사 시험 2회)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대표변호사는 “지역에 애착을 가진 마을변호사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법의 문턱을 낮추고 싶다”는 생각으로 변호사의 길을 택했고, 마을변호사 활동이 그 신념을 실천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경기 광주시 남종면에서 2017년부터 마을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로 9년째다. 광주시는 마을변호사를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지자체로 꼽힌다. 이 변호사는 2016년 법무부로부터 ‘모범 마을변호사’로 선정됐고, 당시 광주시도 ‘모범 지자체’로 평가받았다.
─마을변호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사람들에게 법의 문턱을 낮춰주고 싶어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공익법무관으로 법률구조공단에서 근무할 때도 일이 많은 성남출장소, 충주출장소를 찾아다녔다. 3년간 2000건 정도 법률 상담을 했다. 형편이 어렵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과 계속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변호사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라고 느꼈다.”
─경기 광주시는 서울과 가깝다. 그곳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서울에서 태어나 분당에서 자랐고, 2013년 결혼 후 광주에 신혼집을 마련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 지역에서 봉사할 방법을 고민하다 마을변호사를 떠올렸다. 도심과 농촌의 성격이 섞인 곳으로, 계획도시가 아니다 보니 생활 속 법적 갈등이 많았다. 누군가는 이런 문제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민들이 주로 어떤 문제를 상담하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전세 사기’였다. 광주에서는 2021년쯤 관련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빌라 입주자 대표가 찾아와 법적으로 정리해야 할 사항과 고소 절차 등을 설명해 드렸다. 개별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기엔 비용 부담이 컸을 것이다. 지금은 사안의 심각성이 커져서 국가 차원의 대응 시스템이 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난개발로 인한 갈등 해결 사례도 있었나.
“똑같은 구조의 4층 빌라 두 동 사이 화단을 두고 분쟁이 있었다. 앞동 주민들은 주차장과 붙어 있다며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했고, 뒷동 주민들은 화초를 키우는 공간이라며 항의했다. 앞동 주민들이 주차를 하고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려서 문제가 시작됐다.
건축물 대장과 토지 대장을 확인한 결과 화단은 뒷동 소유였다. 법적 판단을 설명한 뒤, 상호 양보와 규칙 마련을 권했다. 빌라를 동별로 쪼개 개발한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광주시는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나.
“경기 광주시 남종면 인구는 1372명으로 적다. 이에 광주시는 마을변호사를 개별 면 단위가 아닌 시 전체 단위로 묶어 운영한다. 다른 변호사와 함께 광주시를 담당하고 있고, 월별 상담 장소가 정해지면 순번에 따라 상담을 맡는다.
─모범 지자체로 선정된 이유는.
“담당 공무원이 사전 신청을 받고 상담 취지와 자료를 정리해 준다. 예를 들어 상속 상담이라면 가계도를 미리 작성해 보내준다. 보통 20~30분 상담하는데, 사전 정보를 듣는 데 시간이 다 소요된다. 시에서 사전 자료를 충분히 조사해 주면서 상담 시간에 진전이 있는 심층 상담이 가능해 효율이 좋다.”
─마을변호사 경험이 도움이 되나.
“아무래도 초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장 상인들은 밤낮이 바뀌어 일한다. 법률 상담이나 소송은 낮에 해야 하고, 분쟁 상대방도 낮에 일한다. 그래서 야간 상담도 하고, 시장에 들어가 상담하기도 한다. 마을변호사로서 주민들을 만나는 것과 가락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나는 게 비슷한 측면이 있다.”
수륜아시아는 과거 무역·통상 영역에서 중점적으로 활동하다가, 사무실을 송파구 가락시장으로 옮기면서 시장에서 발생하는 분쟁 해결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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