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런던 테이트모던이 보여준 용산의 미래
||2026.01.05
||2026.01.05
영국 런던의 사우스워크(Southwark)에는 네오 뱅크사이드(NEO Bankside)라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있다. 침실 1개짜리 아파트의 월 임대료가 3400파운드(약 662만원)에 달하는 최고급 아파트다. 2012년 완공된 곳으로 12~24층 높이의 4개 스틸-글래스(Steel-Glass) 건물 안에는 217호의 아파트와 펜트하우스가 있다. 이 아파트가 있는 사우스워크 지역은 1981년 폐쇄된 후 약 20년 동안 방치됐던 화력발전소 부지를 포함한 낙후된 빈곤 지역이었다.
모든 것을 바꾼 것은 테이트모던(Tate Modern)으로 불리는 현대미술관. 영국 정부가 폐쇄된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바꿔 2000년 개관하면서 이 지역은 런던 문화, 예술의 중심지가 됐다. 한해 국내외 5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오고, 외식업체와 호텔, 고급 주거시설도 급증했다. 월세와 주택 매매가 급등 등 부작용도 있지만, 낙후됐던 런던의 변방이 세계적 명소로 도약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효과다. 테이트모던의 파급력이 워낙 컸기에 일각에서는 ‘테이트 효과’라는 용어도 사용한다. 낡은 공장과 창고를 문화 공간으로 개발한 성수동도 테이트모던의 개발 사례와 많이 닮았다.
낡고 허름한 공간을 명소로 바꾼 것은 문화의 힘이다. 마르셀 뒤샹,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로이 리히텐슈타인, 앙리 마티스 등 거장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게 한 것이 20년간 아무도 찾지 않던 화력발전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최근 정부와 서울시는 용산 철도 정비창 용지에 얼마만큼의 주택을 공급할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개발되는 이곳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최소 1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자고 주장하고 서울시는 6000가구를 계획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여당 의원과의 질의에서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조금 더 많은 양의 주택을 양질의 공간에 공급하는 것은 주거 공간이 부족한 서울의 현실을 봤을 때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그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고, 어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될지를 고민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입지가 좋은 지역이라 해도 대규모 아파트만을 조성하면 결국 베드타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용산 철도 정비창 용지에 어떤 문화 공간을 조성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는 것이 아쉽다.
용산 철도 정비창 용지는 국립중앙박물관과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지난해 12월 연간 관람객 600만명을 넘은 곳이다. 미술 전문 매체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의 집계에 따르면 세계 박물관 중 연간 6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간 곳은 루브르(약 873만명), 바티칸(약 682만명), 영국박물관(약 647만명)뿐이다. 국립박물관이 내놓은 문화상품 브랜드 ‘뮷즈’(뮤지엄+굿즈)의 매출은 사상 최고치인 400억원을 넘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다.
철도창 부지 일부를 국립중앙박물관의 분관(分館)으로 개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금도 각 지역 국립박물관이 있지만 서울과는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또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김환기, 이중섭, 박서보, 김창열, 백남준 등 한국 근·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지리적 접근성을 활용해 본관이 다 담아내지 못하는 문화·예술 작품을 모으면 더 큰 네트워크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지만, 그 이후 그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용산국제업무지구가 국제사회에 한국이 어떤 곳인지를 알리는 공간이 되길, 그리고 이곳에 살고 이곳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삶이 변화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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