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후 "‘신의악단’ 종교색 강하다고? 오히려 강점" [D:인터뷰]
||2026.01.05
||2026.01.05
배우 박시후가 영화 '신의악단'으로 약 14년만에 스크린을 통해 국내 관객을 만났다. 드라마 현장의 속도에 익숙해진 뒤 다시 만난 영화는 그가 기억하던 한 씬 한 씬 고심하는 세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예상보다 훨씬 더 가혹하기도 했다.

"예전에 영화 '나는 살인범이다' 했을 때 기억이 너무 좋았어요. 한 작품 한 씬 한 씬에 정성을 들이고 배우랑 스태프가 한 가족같이 찍었던 기억으로 남아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기대가 컸는데 막상 몽골에 가서 촬영을 했는데 이건 드라마보다 더 힘들더라고요. 제한된 시간 안에 다 찍어야 되니까 오히려 더 급하게 찍는 느낌이었어요"
영화 '신의악단'은 대북 제재로 돈줄이 막힌 북한이 국제 무대 앞에서 '종교의 자유'를 증명해야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에 박시후가 연기한 보위부 장교 박교순은 생존을 위해 '아멘'을 외쳐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어릴 때 교회에 열심히 다녔어요. 할머니가 권사님이시고 작은아버지가 목사님이시거든요. 집안이 다 그런 분위기였죠. 근데 제가 기독교라서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고요. 작품이 재밌고 대본 받았을 때 느낌이 좋아서 선택했어요. 기독교적인 부분이 있긴 한데 저는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교인분들도 많잖아요. 처음에 교인분들이 와서 봐주셔도 좋고, 일반 관객들도 또 다른 재미랑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극 중 박교순이 처음엔 가짜로 신앙심을 연기하다가 어느새 교화되는 부분을 연기하면서 박시후 역시 신앙심이 차올랐다고 한다. "저는 노래하는 부분에서 감정이 좀 올라오더라고요. 우리 영화 자체가 음악 영화잖아요. 김대위 역을 맡은 정진운 배우가 '광야를 지나며'라는 노래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때가 되게 확 와닿았어요. '내가 이 정도 느끼면 관객도 느끼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들었고요"
그러나 박시후는 노래하는 장면을 연기하는 게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가장 큰 부담이었다고 한다. "처음엔 감독님한테 '저는 노래하는 부분 좀 빼주시면 안 되겠어요?'라고 했어요. 진운이도 아이돌 출신이고 다른 배우들도 성악과 출신이고 다 잘하니까 제가 괜히 노래했다가 망신당할까 봐요. 근데 '절대 빼줄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극중 성악을 전공한 배우가 노래를 디테일하게 알려줬는데 그 과정이 재밌어서 연습 장면이 애드리브처럼 들어가기도 했죠"
북한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 만큼 그들의 말투를 고증해내는 것도 관건이었다. 박시후는 북한 사투리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제가 충청도 사람인데요. 사투리 연기는 '청담동 앨리스' 이후로 처음이에요. 실제 북한에서 장교로 계셨던 분이 1대1로 북한 사투리를 가르쳐주셨어요. 제가 연습한 목소리를 녹음해서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이어폰 끼고 계속 듣기도 했죠. 대사를 듣고, 반복하고, 입으로 수도 없이 내뱉고 수백 번 연습했어요. 그래서인지 현장에서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칭찬해주시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영화는 북한이라는 배경에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사투리 고증 뿐만 아니라 촬영 현장도 몽골의 설원을 택했다. "첫 촬영 날 영하 38도였어요. 1분만 서 있어도 눈물 콧물이 확 나더라고요. 촬영하려고 했는데 카메라가 멈추기도 했죠. 그래서 실내 들어가서 녹이고 다시 나가서 찍고 그렇게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실내씬으로 돌리기도 하고 장난 아니었어요. 2~3주 지나고 나서야 야외가 영하 20도 정도로 그나마 따뜻해진 느낌이었죠(웃음). 카메라가 얼어서 멈추는 건 처음 봤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했던 건 '맨발' 촬영이었다. 영화의 후반부 교순이 악단 단원들을 압록강으로 보낸 것에 대한 벌을 받으러 설원을 등반할 때 그는 물리적 고통을 제대로 느꼈다고 한다. "다섯 발자국 이상을 못 걷겠더라고요. 다섯 발 걷고 수건으로 녹이고, 또 다섯 발 걷고 수건으로 녹이고 하면서 반나절 이상 찍었던 것 같아요. 해지기 전까지요. 드라마 촬영으로 쌓인 감으로 '난로는 무조건 가져가야 겠다'고 생각해 챙겼는데 없으면 큰일날 뻔 했어요"
영화 중반부 교순이 기독교에 완전히 감화돼 보위부에 맞서기 위해 준비하는 장면에 나오는 상반신 노출 씬이 테이크가 굉장히 길다. 때문에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걸로 유명한 박시후의 의견이 아닐까 했지만 굉장히 즉흥적으로 이뤄진 촬영이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원래 없던 장면이에요. 사실 몽골에서 촬영하면서 운동할 데도 없고 준비도 안 돼 있잖아요. 근데 교순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아픔을 어떻게 표현할지 감독님이랑 얘기하다가 '총상 같은 걸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왕이면 노출하자'고 해서 현장에서 결정됐어요. 그래서 저는 2주만 시간을 달라고 했죠(웃음). 한국이었으면 트레이너랑 제대로 만들었을 텐데 급조된 거라서 아쉬움은 있었어요"
영화를 보면 관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 장면도 꽤 많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악단 단원들을 빼돌려 월남시키는 장면에서 김대위는 보위부 군인들을 간식으로 빼돌려 다시 숙소로 들어가는데 그에게 10여년을 충성한 군인들이 김대위의 편에 설지 사실을 안 즉시 총살했을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아 저도 그 부분 되게 궁금하더라고요. 사실 영화 시간을 맞추다 보니까 편집된 장면이 많아요. 원래는 2시간 반 분량이었어요. '죽이고 월남 성공해서 도착했습니다'와 같은 대사도 있었고 교순이랑 단원들이 교감하는장면도 더 있었는데 다 편집됐더라고요. 그리고 첫 등장씬이 굉장히 차갑고 날카로운 모습이었거든요. 근데 막상 영화 보니까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봤을 때는 도입부에 몰입을 못하기도 했는데 두번 보니까 이해도 되고 재밌더라고요. 볼수록 더 재밌다고 느끼실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박시후는 2020년 TV조선 '바람과 구름과 비' 이후 5년째 공백기를 가지고 있다. "확 와닿는 작품이 없으면 작품을 안해도 된다는 쪽이긴 해요. 불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압박에 끌려가는 편은 아니에요. 작품이 없으면 그냥 저만의 시간을 가져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거든요. 한 번 해외여행 나가면 6개월, 1년씩 나가 있을 때도 있고요. 운동하면서 자기 관리도 하고요. 사실 2021년에 한국판 멘탈리스트 드라마를 찍은게 플랫폼 문제로 방영이 밀리긴 했는데 다시 상황이 좋아지면 공개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팬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있었다. "제가 무명이 10년이었거든요. 촬영 현장에 주연배우들 응원하러 온 팬들 보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어요. 요즘은 라이브 방송으로 팬들이랑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 더 편해졌더라고요. 배우가 왜 이걸 하냐는 얘기도 듣지만 전 세계 분들하고 소통할 수 있고, 영화 홍보도 할 수 있고요. 여행 가서도 같이 산책하는 느낌, 데이트하는 느낌으로 교류하는 게 재밌어요"
마지막으로 새해 소망을 묻자 그는 솔직한 바람을 밝혔다. "강력한 영화들이 많긴 한데 그 사이에서도 대박 났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를 통해 도약의 기회가 있었으면 해요. 올해 범죄스릴러 장르의 영화 '카르마'도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다음 작품도 잘 이어가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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