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넘어 RWA로…증권가 ‘디지털 자산’ 패권 경쟁
||2026.01.05
||2026.01.05
[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증권업계가 2026년 최우선 과제로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내세웠다. 특히 토큰증권(STO)과 실물연계자산(RWA) 등 디지털 자산을 미래 먹거리의 핵심으로 삼아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2026년을 디지털 자산 시장 진입의 원년으로 보고 관련 전담 조직을 잇따라 신설하거나 확대 개편했다.
증권사들의 디지털 자산 패권 경쟁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됐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6월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디지털 자산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며 포문을 열었고 NH투자증권이 7월 4일 증권사 최초로 자체 상표권을 출원해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후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IBK투자증권 등이 가세하며 브랜드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부터 '가상자산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며 시장 진입을 준비해왔으며 11월에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며 결제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DB증권 역시 같은 달 '디지털자산 신사업추진팀'을 신설해 STO 시장 진입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의 행보가 눈에 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17일 열린 '2026년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자산 전문 증권사로 전환하겠다"는 파격적인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한화투자증권은 '글로벌 넘버원 실물기반 토큰화 자산(RWA) 허브'라는 비전을 공식 선포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리서치센터 내에 '디지털자산리서치팀'을 신설하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등 주요 가상자산에 대한 분석 업무를 본격화했다. 이는 기존의 전통적 자산 분석에 국한되었던 증권사 리서치의 영역을 디지털 자산으로까지 과감하게 확장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조직 개편을 통해 전열을 정비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인공지능(AI)와 디지털 자산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존 조직을 'Tech&AI부문'으로 개편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AI)와 Web3(웹3)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신한투자증권은 'AX(AI Transformation)본부'를 신설해 내년 시행 예정인 인공지능기본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회사 측은 "AI를 활용한 상품과 서비스 혁신을 통해 미래 금융의 길목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교보증권은 기획부 산하에 '미래전략파트'를, 디지털지원본부 산하에 '디지털기획부'를 각각 신설했다. 기존의 디지털자산Biz파트는 '부' 단위로 승격시켜 STO 사업화와 외부 제휴 등 실행력을 한층 강화했다. 하나증권 역시 'AI전략실'을 신설해 전사적 AI 문화 확립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NH투자증권은 디지털사업부를 '미션 기반의 크로스 펑셔널(Cross-functional)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번 인사로 중책을 맡게 된 이실 디지털자산관리본부장을 필두로 AX 내재화와 디지털 자산 관리 역량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KB증권은 다소 신중하면서도 기회를 엿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2022년 STO 플랫폼 개발에 착수해 'ST 오너스'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나 법제화 지연으로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최근 시장 확대 가능성이 다시 부각됨에 따라 법제화 동향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증권가가 이토록 디지털 자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RWA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최대 10조달러(약 1경4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RWA는 부동산, 미술품, 채권 등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올려 토큰화하는 것을 말한다. 법적 '증권'의 성격을 가진 토큰증권(STO)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RWA가 △24시간 거래 △즉시 정산(T+0) △글로벌 유동성 확보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전통 금융 시장의 비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블랙록(BlackRock), 프랭클린템플턴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펀드 토큰화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JP모건과 씨티은행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된 예금을 통해 국경 간 결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26년은 전통 금융(TradFi)의 신뢰와 웹3(Web3)의 기술적 효율성이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금융'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결국 누가 먼저 모든 자산이 거래되는 '슈퍼 플랫폼'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증권업계의 판도가 뒤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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