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독일 거점.투트랙 밸류체인 구축 가속
||2026.01.05
||2026.01.05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삼성전자가 독일에서 추진하고 있는 '투트랙 밸류체인'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SDV(소프트웨어정의자동차) 전환과 AI 인프라 확대라는 두 메가트렌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독일을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제조부터 차량용 칩과 전장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첫 번째 축과 반도체 제조에서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냉각으로 연결되는 두 번째 축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자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720'을 BMW의 신형 '뉴 iX3'에 공급했다. BMW의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 '노이어 클라쎄'를 적용한 첫 양산 모델에 삼성전자 칩을 선택한 것이다.
향후 BMW 7시리즈에도 5나노 공정 기반의 엑시노스 오토 V920이 들어간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영국 ARM의 최신 전장용 CPU 10개가 탑재된 데카코어 프로세서로, 기존 제품 대비 CPU 성능은 1.7배, GPU 성능은 2배, AI 연산 성능은 2.7배 향상됐다. 고성능·저전력의 LPDDR5를 지원해 최대 6개의 고화소 디스플레이와 12개의 카메라 센서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 자회사인 하만은 독일 ZF의 ADAS 사업부를 2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ZF는 ADAS 스마트 카메라 시장 1위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을 인수한 이후 8년 만에 진행한 대규모 전장 분야 인수합병이다.
크리스천 소봇카 하만 CEO는 "디지털 콕핏과 ADAS가 통합되는 기술 변곡점에 있는 전장시장에서 중앙집중형 통합 컨트롤러를 공급할 수 있는 전략적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ADAS와 함께 소봇카 CEO가 강조한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분야는 연평균 12% 성장률이 예상되는 고성장 시장이다. 시장 규모만해도 2025년 62조6000억원에서 2035년 189조30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앙집중형 컨트롤러는 무선(OTA)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기능을 업데이트할 수 있어 SDV 시대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7년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이후 매출이 7조1000억원에서 2024년 14조3000억원으로 2배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시장 성장에 투자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전장 및 오디오 부문 매출 200억달러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AI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에서도 독일이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독일 플랙트그룹 인수를 완료했다. 1909년 설립된 플랙트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다. 데이터센터 냉각 분야에서 60년 이상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플랙트그룹 데이비드 도니 CEO는 사내 뉴스룸과의 인터뷰를 통해 "1964년에 최초의 전산실 에어컨 장치를 선보인 이래로 60년 넘게 관련 솔루션을 제공해왔다"고 말했다.
플랙트는 글로벌 10여개 생산거점과 유럽·미주·중동·아시아 판매망을 보유했다. 특히 글로벌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플랙트의 고정밀 공조 제어 시스템과 자사 AI 기반 빌딩 통합 제어 플랫폼을 결합해 차세대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은 "플랙트 인수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공조 시장을 주도하며 고객들에게 혁신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플랙트의 기술력과 삼성전자의 AI 플랫폼을 결합해 글로벌 공조 시장에서 업계 선도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연계성을 설명한 바 있다.
◆삼성, 독일서 SDV·AI 성장동력 확보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독일에서의 연쇄 인수는 각 사업부문 간 시너지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경쟁력이 차량용 칩 공급으로 연결되고 전장 시스템 통합으로 확대되는 구조다.
지난 2024년 4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독일 광학기업 자이스를 방문해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협력을 모색했다. 자이스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핵심 부품인 광학계를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다. 반도체 제조 경쟁력 강화가 차량용 칩과 AI 서버용 반도체 공급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는 것이다.
동시에 AI 컴퓨팅 수요 급증으로 데이터센터 냉각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조 사업도 성장 궤도에 올랐다. 플랙트의 냉각수 분배 장치(CDU) 기술과 삼성의 모듈러 칠러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이 미국 항공우주 분야 고객사에 공급되며 첫 성과를 거뒀다.
독일 현지에서의 인수·협력·제품 공급을 통해 구축한 투트랙 밸류체인은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전략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SDV와 AI라는 두 축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단순 부품 공급사에서 통합 솔루션 제공업체로 전환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삼성전자는 하만으로 디지털 콕핏에서 ADAS까지 영역을 확장했고, 플랙트로는 데이터센터 공기냉각에서 액체냉각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독일에서 반도체-전장-공조를 연결해 SDV와 AI 시대에 필요한 통합 솔루션 역량을 확보했다"며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경쟁력을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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