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습 ‘선사용 후보상’ 추진… 보상 기준은 공백
||2026.01.05
||2026.01.05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1월 4일까지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AI 액션플랜)과 관련한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가운데 저작물 ‘선사용 후보상’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AI 모델 학습에 사용하는 데이터 저작권 허락 논의에서 나아간 것인데, 문제는 보상 방안을 마련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 유료방송업계의 경우 프로그램 사용료 대가 산정 방안을 10년 넘도록 합의하지 못하고 아직도 갈등을 겪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의하면 정부는 AI 기업의 수익 일부를 기금 형태로 징수해 창작업계에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I의 저작물 학습을 우선 허용하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환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매출의 일정 비율을 창작 생태계로 환원하는 영화발전기금, 방송발전기금 등과 비슷한 구조다.
이런 선사용 후보상이 논의되는 배경으로는 AI 모델 격차가 꼽힌다. 오픈AI,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와 중국 AI 기업의 수준과 비교하면 우리 AI 업계는 데이터 학습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저작권 분쟁을 우려해서다. 여기에 무단으로 저작물을 AI 학습에 사용했어도 이를 저작권자가 인지하거나 입증할 방법이 부족하다는 점도 있다.
정책 방향이 선사용 후보상으로 확정되더라도 그 이후도 문제다. 저작물 사용 대가를 산정하는 기준 마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업계가 대표적이다. 유료방송업계는 콘텐츠(프로그램) 사용료 대가 산정 기준이 10년 넘게 마련되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해 IPTV업계가 프로그램 사용료 대가 산정 기준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하고 이를 적용한 사례가 전부다.
방송채널사용자(PP)업계는 IPTV업계가 일방적으로 대가를 산정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2008년 IPTV가 출범한 이후 1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다.
AI 관련 저작권 보상안 논의는 더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 AI가 학습할 데이터의 종류와 범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최근 텍스트·오디오 등을 별도 모듈로 결합하지 않고 처음부터 한 번에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옴니모달 AI 모델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준다.
전문가들은 AI 모델이 텍스트·이미지·오디오가 결합된 데이터를 한 번에 학습했다면 각각 저작물의 비율을 어떻게 산정할지도 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율에 맞게 수익을 배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해외 정책도 딱히 없다. 아직 세계 주요국에서도 AI의 저작물 학습이 면책 사유로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12월 기준 66건의 AI 저작권 관련 침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그나마 유럽연합(EU)과 일본이 AI의 저작물 학습을 허용하는 국가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은 창작자가 ‘내 창작물을 AI 학습에 쓰지 마시오’라고 표기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AI가 저작물을 학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옵트아웃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은 사람이 저작물을 향유할(즐기려는) 목적이 아닌 경우 저작물 사용을 허용한다. 다만 EU와 일본의 창작업계가 해당 법제에 반발하고 있다는 점은 과제다. 학습 단계 이용만 제도적으로 허용한 상태다.
우리 정부는 1월 22일 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예고한 상황이다. 규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산업계 우려를 해소하는 동시에 세계 최초로 AI 규제를 시행하는 국가가 되지 않겠다는 의도다.
이진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장은 지난해 24일 AI 기본법 설명회에서 “EU 등 해외 동향과 기술 발전 속도 등을 고려해 유예기간 연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가 산정 기준을 정한 국가가 없으니 우리나라 역시 기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과 그렇게 학습한 데이터로 어떤 산출물을 생성하는지는 별개로 봐야 한다”며 “만약 이미지 생성 AI가 특정 이미지를 생성했을 때 그게 어떤 창작자의 어떤 그림이나 화풍을 보고 생성했는지 증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 산출물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법적 다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산업계의 법적 위험 부담을 줄이려면 산출물 단계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살피고 그 사용 대가를 어떻게 나눌지부터 마련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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