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새해 첫 일성 ‘소비자 보호’… 조직정비 나선 보험업권
||2026.01.05
||2026.01.05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새해 첫 메시지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감독 체계 방향을 먼저 제시한 만큼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에 두겠다는 기존 기조를 재차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감독 체계가 한층 강화될 기류를 보이면서 민원 비중이 가장 높은 보험업권을 중심으로 조직과 의사결정 구조를 손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보호 전면 배치… 금감원 조직개편에 옥상옥 우려도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찬진 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올해 감독 기조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찬진 원장은 소비자보호 부문을 원장 직속으로 둔 조직개편과 분쟁조정 기능의 업권별 이관을 언급했다. 사전 예방 중심 감독 체계로의 전환을 예고한 것이다. 이는 금융사에 대한 감독 기능이 전반적으로 강화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소비자보호 기능을 감독 체계 전면에 배치했다. 소비자보호총괄 부문을 신설하고 이를 원장 직속으로 두면서 감독 서비스 전반을 총괄하도록 했다. 분쟁·조정 기능은 은행 보험 자본시장 등 각 업권별 감독국으로 이관해 상품 심사부터 분쟁 대응 검사까지 한 라인에서 처리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다만 소비자보호총괄 부문뿐 아니라 각 업권별 감독국에도 소비자보호와 분쟁 대응 기능이 병존하면서 역할이 중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감독과 분쟁 대응을 일원화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기준과 역할 분담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을 경우 이른바 ‘옥상옥’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소비자보호 기능이 원장 직속으로 집중된 구조를 두고 감독 권한이 과도하게 상층으로 쏠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민원=감독 리스크’… 보험사, 조직부터 손본다
감독 체계 변화는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보험업계는 이를 사실상 상시 감독 강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민원 비중이 높은 보험업권은 분쟁 하나하나가 곧바로 감독·검사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소비자보호 조직을 전면에 배치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분쟁·민원 통계만 봐도 보험업권 위기감이 과장된 반응만은 아니라는 평가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발생한 금융회사 분쟁민원 중 보험사에서 발생한 총 건수는 1만6022건으로 전체의 84%에 달한다. 손해보험 71%, 생명보험 13% 비중이다. 분쟁민원 대부분이 보험에 집중된 구조에서 감독 체계가 사전 예방과 상시 관리로 재편될 경우 보험업권이 가장 먼저 압박을 체감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보험사들은 소비자보호 조직을 전면 배치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민원과 분쟁이 곧바로 감독과 검사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사전 관리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계기로 소비자보호 조직의 위상을 높이거나 책임 라인을 격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생명은 기존 소비자보호팀을 소비자보호실로 격상하고 최고소비자책임자(CCO)를 선임했다. 팀 단위 조직을 실 단위로 확대해 상품 개발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원 관리가 단순 고객 응대 차원을 넘어 감독 리스크 관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화재도 소비자권익보호파트를 신설했다. 기존 대표이사 직속 소비자정책팀 산하에 있던 ▲소비자기획 ▲소비자보호 ▲소비자정책 3개 파트에서 소비자권익보호를 추가했다. 분쟁 발생 이후 대응보다 민원 예방과 권익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한라이프는 소비자 보호 범위를 내부통제와 디지털 보안 영역까지 확장했다. 소비자지원 조직을 CEO 직속으로 격상하고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했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 등 디지털 리스크가 소비자 민원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화손해보험은 고객서비스실을 소비자보호실로 개편하고 CCO 직급을 부사장급으로 상향했다. 소비자보호 조직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경영진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산하에 고객서비스팀을 신설해 소비자 정책과 권익 보호 기능도 강화했다.
KB금융 계열 보험사들도 조직 정비에 나섰다. KB손해보험은 소비자보호본부 산하에 고객경험파트를 신설해 고객 중심 경영을 전사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콜센터 조직은 AI데이터본부 산하로 편제해 민원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전 예방 기능을 강화했다. KB라이프는 CEO 직속 소비자보호혁신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상품 설계 제조 판매 전 과정에 사전 예방적 소비자 보호 체계를 적용하고 내부통제 사전 점검 기능을 강화했다.
업권 차원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불완전판매 방지와 사전 심의 기능을 강화하는 자율규제부를 신설했다. 보험소비자 민원과 상담을 전담하는 조직도 보강했다. 감독 체계 변화에 맞춰 업권 전반이 소비자보호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제도의 구체화 속도와 현장 적용 간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역할 분담과 판단 기준이 명확해지지 않으면 민원 하나하나가 곧바로 감독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며 “현장에서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제도 취지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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