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통했다… K-보안, 수출·운영 성과 본격화
||2026.01.04
||2026.01.04
국내 사이버 보안 기업들이 일본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며 2026년 시장 입지 확대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단순 파트너십이나 기술 검증(PoC) 단계를 넘어 실제 솔루션 수출 물량과 매출 성과, 대규모 이용자 지표, 전사 도입 사례 등을 확보하며 일본 IT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보안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성과는 일본을 겨냥한 해킹 공격이 확대되는 추세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대형 소비재·유통 기업을 중심으로 침해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일본 대표 주류 생산·유통기업인 아사히그룹은 2025년 9월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이후 수개월에 걸쳐 시스템 장애를 겪었고, 일부 고객 정보 유출 가능성도 제기됐다. 야후재팬의 이커머스 자회사 아스쿨(ASKUL)도 2025년 10월 사이버 공격을 받아 주문·출하 시스템이 마비되며 운영 차질을 빚었다. 이로 인해 무인양품 등 아스쿨에 온라인 배송을 맡긴 소매·유통 기업들까지 사업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기업을 노린 해킹 공격의 증가는 AI 기술 발전과도 관련이 있다. AI 기반 번역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비영어권, 특히 아시아 지역을 겨냥한 공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다수 보안 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은 최근 전 세계 사이버 공격의 약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한국 이상의 주요 공격 대상 국가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일본 사이버 보안 시장은 연간 약 90억달러(약 12조원) 규모로, 한국이 연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데 비하면 몇 배나 큰 시장이다.
이에 일본 기업들도 규제 대응 중심의 최소 보안에서 벗어나 실제 운영 환경에서 검증된 기술과 사례를 중시하며 보안 솔루션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25년 국내 보안 기업들은 첫 관계 구축 시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들을 축적했다.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CTI) 및 네트워크 탐지·대응(NDR) 솔루션 전문기업 샌즈랩은 2025년 12월 말 AI 기반 NDR 솔루션 ‘MNX’를 일본에 1000대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2025년 4월 일본 진출을 공식 선언한 후 비교적 짧은 기간 내 실제 물량을 출하하는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MNX는 국내 네트워크 보안 전문기업 파이오링크가 일본에 설립한 ‘파이오플랫폼’의 현지 유통망을 통해 중소기업(SMB) 환경에 설치·적용되며, 이후 수요에 따라 추가 공급될 예정이다.
모바일 앱 및 웹 보안 전문기업 에버스핀은 그보다 앞선 12월 중순, 일본 대형 금융그룹인 SBI홀딩스의 전사 보안 체계에 핵심 기술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에버스핀은 국내외 금융권에 피싱 방지 솔루션 ‘페이크파인더(FakeFinder)’, 해킹 방지 솔루션 ‘에버세이프(Eversafe)’ 등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에버스핀의 AI 기반 선제적 보안 기술은 SBI의 금융·투자 플랫폼 전반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는 해외 대형 금융그룹 보안 아키텍처에 국내 보안 기업 기술이 전사적으로 도입되는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에버스핀은 사업 초기 SBI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도쿄에 합작회사 ‘SBI에버스핀’을 설립하고 사업을 펼치고 있어 일본 내 장기적 사업 확대도 기대된다.
랜섬웨어 대응 소프트웨어 기업 체크멀도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12월 초 제62회 무역의 날 기념행사에서 ‘3백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체크멀은 2025년 총 수출액이 700만달러(약 100억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체크멀도 도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안티랜섬웨어 솔루션 ‘앱체크(AppCheck)’의 영업과 기술 지원을 직접 수행하며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생체인증과 네트워크 보안 분야에서도 성과가 나타났다. 라온시큐어는 생체인증 서비스 ‘터치엔 원패스(TouchEn OnePass)’의 일본 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2025년 5월 7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25년 말에는 1000만명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스위치 전문기업 한드림넷은 보안 스위치 ‘서브게이트’ 시리즈를 앞세워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올해 700만달러(약 100억원) 규모의 수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드림넷은 일본 대형 IT 유통기업과 손잡고 2021년경부터 700만~1000만달러 규모의 수출 실적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파이오링크도 일본 시장에서 보안 스위치로 연 100억원가량의 수출 성과를 꾸준히 거두고 있다.
보안 업계는 보수적인 도입 문화와 높은 안정성 기준을 가진 일본 시장에서 실제 운영·매출 성과가 축적되기 시작한 만큼, 2026년에는 이를 발판으로 솔루션 공급 범위와 적용 영역이 한층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국내 보안 기업 관계자는 “일본은 제품 소개와 도입 과정에서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를 충족하는 것이 쉽지 않고 대형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면서도 “최근 일본을 노린 사이버 공격이 늘어나면서 일본 내에 아직 없는 다양한 분야의 보안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 한국 기업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5년에 확보한 사례와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에는 일본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종길 기자
jk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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