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가 주목한 ‘단청’의 세계… “목재를 지키고 미학을 입히다”
||2026.01.03
||2026.01.03
[편집자주] 이직이 흔한 시대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한 사람은 10명 중 4명에 그쳤다. 특히 MZ세대(1980~2000년대생)는 안정성보다 성장 가능성과 개인의 가치를 우선하며 직장을 옮기는 데 주저함이 적다. 이런 시대에 이동 대신 한 우물을 택한 젊은이들이 있다. 속도보다 깊이, 유행보다 숙련을 선택한 ‘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청(丹靑) 건축물 목재 위에 오방색 문양을 입혀 공간의 격을 완성하는 작업입니다. 색으로 아름다움을 더하는 동시에, 바람과 습기, 햇빛으로부터 건물을 지켜온 전통 기술이기도 하지요.”
경기 파주시에서 만난 김경열 단청장 전수교육생은 단청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1980년생인 그는 단청을 업으로 삼은 지 22년째다. 현재 책임 단청기술자로 일하며, 국가무형유산 단청장 아래에서 전수교육을 받으며 현장을 지키고 있다.
김 전수교육생은 “유명해지는 것보다 현장에 오래 남는 장인이 되고 싶다”며 “‘조금만 더 하면 완성될 것 같다’는 마음으로 매 순간 단청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단청 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크다. 단청을 업으로 삼으면 장기간 집을 떠나 현장에서 생활해야 하고, 비계 위에서 붓을 들고 채색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육체적 부담이 크고 작업 기간도 길다. 김 전수교육생은 “최근 K팝과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단청의 아름다움과 미학이 재조명 받고 있지만, 정작 붓을 드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다음은 김 전수교육생과의 일문일답.
―이른바 ‘MZ세대’에게는 생소한 길이다. 어떻게 입문했나.
“2003년부터 단청 일을 시작했다. 대학에서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2002년 말 ‘문화상품 디자인’ 과제를 하며 전통 문양을 조사하다 단청을 처음 알게 됐다. 이후 경복궁과 덕수궁을 찾아다니며 단청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사람이 직접 올라가 채색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찾아가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 길로 들어섰다.”
―작업 과정이 녹록지 않아 보이는데.
“단청은 단순히 색칠만 하는 작업이 아니다. 목재를 보호하고 그 위에 미학을 입힌다. 현장에 도착하면 작업 높이에 맞춰 비계를 설치한다. 먼저 사포로 기존 문양을 정리하는 ‘면 닦기’를 한다. 준비가 끝나면 ‘출초’에 들어간다. 초지(종이)에 단청에 들어갈 문양의 밑그림을 부재별로 그리는 과정이다. 이후 밑그림에 바늘로 작은 구멍을 내는 ‘천초’를 한다. 문양에 따라 촘촘한 구멍을 낸다.
그다음 목재 바탕면에 접착제를 발라 물감이 잘 스며들고 오래 유지되도록 하는 ‘바탕면 포수’를 한다. 구멍 낸 밑그림 위에 가루를 두드려 문양 윤곽을 점선 형태로 옮기는 ‘타분’을 거친다. 윤곽이 올라오면 안료로 문양별 색에 맞춰 채색한다. 모든 채색이 끝나면 다시 접착제를 바르는 ‘단청면 포수’를 한다. 그래야 색이 벗겨지지 않고 오래 보존된다."
―첫 현장을 기억하나.
“물론이다. 첫 작업은 강원 강릉의 등명낙가사였다. 주문진 인근 7번 국도 옆에 있는 사찰로, 수평선이 보이는 곳이다. 일주문(절 등 입구에 기둥을 세워 만든 문) 단청에 막내로 들어가 두세 달 작업했다. 비계 설치부터 파이프 나르기, 면 닦기, 타분까지 힘든 일은 거의 다 맡았다. 단청은 채색만 떠올리기 쉬운데, 실제 현장에선 몸을 쓰는 일이 훨씬 많다.”
―최문정 단청장 전승교육사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작업을 앞두고 문양 모사도 자문을 받으러 갔다가 지금의 스승인 최문정 단청장 전승교육사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스승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없다고 하자 놀라시더라. 그렇게 인연이 닿아 전수 교육생으로 공식 등록했다. 1년 정도 됐다.
전수 교육은 한 달에 세 차례 정기 교육이 이뤄진다. 주차별로 교육 주제가 정해져 있고, 단청 기술뿐 아니라 고민을 나누는 시간도 많다.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함께 토론하고 부족한 점을 짚어주며 상담해 주는 과정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조계사 작업도 함께했다고 들었다.
“전수 관계를 맺은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2025년에만 해도 두 차례 정도 현장을 함께했다. 서울 종로 조계사에 새로 지어진 칠성각 단청을 같이 맡았는데, 보름 정도 걸렸다. 건물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문양 밀도가 높아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그 현장을 통해 기술뿐 아니라 작업을 대하는 기준과 판단을 가까이서 배울 수 있었다. 또 선생님의 권유로 올해 처음 전시회에도 참여했다. 전시 준비 과정 자체가 큰 공부였고, 현장에만 머물러 있던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가 됐다.”
―단청이 어려운 이유는.
“불규칙성이 크다. 단청 작업 장소가 일정하지 않고 매번 바뀐다. 지방 출장도 잦다. 외부 환경에서 작업하다 보니 여름과 겨울은 아무래도 힘이 부친다. 기후 변화로 봄·가을이 체감상 한 달 남짓한 것 같다. 그래도 단청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면 감당할 만하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더 유명해지기보다는 현장에 오래 남아 있고 싶다. 하루 일을 마치고 팀원들과 맥주 한잔하고, 다음 날 다시 현장으로 나가는 시간이 좋다. 무형유산 보유자는 제도에 따라 밟아 가겠지만,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지금처럼 현장을 지키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금처럼 현장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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