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 없어도 배상…보이스피싱 책임 강화에 은행권 ‘울상’
||2026.01.02
||2026.01.02
[디지털투데이 이지영 기자] 정부와 여당이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시 금융사의 과실이 없어도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무과실 배상책임제’ 법제화에 착수하면서 은행권이 울상이다. 막대한 피해 보상 재원은 물론 FDS 고도화 등 시스템 마련을 위한 추가 투자 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보이스피싱 TF와 보이스피싱 범정부 TF는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고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TF와 범정부 TF는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지난해 8월28일 발표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의 추진 현황과 성과를 점검하고 금융사의 무과실 배상 책임 제도 도입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누적 기준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2만1588건으로 전년 대비 15.6% 증가했고 피해액(1조1330억원)도 56.1% 늘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보이스피싱 TF 간사인 조인철 의원과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은 최근 각각 관련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두 법안은 보이스피싱 피해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위험으로 확산된 만큼 금융 시스템이 피해 회복에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바탕으로 했다.
강준현 의원의 법안은 금융사의 무과실 보상 한도를 최대 5000만원으로 정하고 피해자 계좌 금융사와 사기 이용 계좌 금융사가 보상액을 절반씩 분담하도록 했다.
조인철 의원의 경우 보상 한도를 1000만원 이상 범위로 설정했다. 금융사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상시 운영하도록 의무화하고 금융위원회가 금융사의 보이스피싱 대응체계 운영 실태를 평가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평가 결과가 미흡할 경우 개선계획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무과실 배상책임제가 도입될 경우 은행권에는 새로운 비용 부담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이스피싱 피해 배상뿐 아니라 FDS 고도화 등 시스템 마련을 위한 추가 투자도 불가피하다.
반면 금융당국은 제도 도입이 금융권의 예방 노력을 끌어올려 장기적으로는 피해 규모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정은 이와 함께 가상자산거래소에도 보이스피싱 방지 의무를 부여해 피해금 환급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가상자산이 주요 자금 탈취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법인계좌와 외국인계좌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윤창렬 보이스피싱 범정부 TF 단장(국무조정실장)은 "이번 당정 TF 협의 결과를 토대로 관련법의 하위 법령을 신속히 정비하고 8·28 대책도 빈틈없이 보완해 신종 사기 수법에도 더욱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는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역시 소비자보호를 핵심 가치로 삼고 조직 개편과 관련 대응 체계 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먼저 연말 조직개편에서 KB금융은 지주 정보보호부를 기존 IT부문에서 준법감시인 산하로 이동시키고 본부장급 전문가를 배치했다. 정보보호 조직 내에는 ‘사이버보안센터’를 신설했다. 국민은행은 소비자보호그룹 산하에 금융사기 대응 전담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부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했다. 하나금융은 소비자보호그룹장의 직급을 상무에서 부행장으로 격상하며 책임과 권한을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AI 기반 스미싱 문자 안심 서비스를 도입했다. NH농협은행은 소비자보호지원국을 금융사기대응국으로 개편하고 준법감시 인력을 확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제는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비용 부담과 책임 범위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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