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VS 리사 수, AI 반도체 제국의 두 얼굴 [AI 선택의 순간]
||2026.01.02
||2026.01.02
인공지능(AI)은 이제 기술 경쟁을 넘어 산업 주도권을 가르는 전략 자산이 됐다. 동맹은 느슨해지고,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은 전면화되고 있다. AI 시대를 이끄는 주요 인물들의 선택을 통해, 글로벌 IT 산업의 권력 이동과 전략적 갈림길을 짚는다. 이러한 선택들이 2026년 이후 AI 산업의 질서와 힘의 방향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AI 시장의 절대 강자와 영원한 도전자를 대표하는 두 인물이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과 AMD의 리사 수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향후 5000억달러(약 722조4500억원) 매출"을 예고하며 시장 지배를 강화했고, AMD의 리사 수 CEO는 "2028년 시장 양분"을 선언하며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 '대만계 미국인이자 5촌 친척'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CEO는 비즈니스에서는 정반대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한 명은 생태계를 지배했고, 다른 한 명은 생태계에 도전한다.
양 사 모두 3분기 사상 최대 실적… 압도적 격차는 여전
AI 거품론이 글로벌 증시 변수로 등장한 가운데, 엔비디아는 2025년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11월 20일 3분기 매출 570억달러(약 82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엔비디아 자체 가이던스 상단(약 550억 달러)과 시장 전문가 예상치를 모두 4% 가량 뛰어넘은 수치다.
엔비디아는 2025년 4분기 매출액도 650억달러(약 94조160억원) 내외로 제시했다. 콘퍼런스콜에서 엔비디아는 "AI 인프라 수요가 예상치를 초과해 핵심 사업인 데이터센터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대비 66% 증가한 510억달러(약 73조8000억원)였다.
AMD도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92억4600만달러(약 13조38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리사 수 AMD 회장 겸 CEO는 "에픽·라이젠 프로세서와 인스팅트 AI 가속기에 대한 폭넓은 수요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며 "데이터센터 AI 사업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성장 궤도가 한 단계 상승했다"고 밝혔다.
부문별로 보면, AMD 데이터센터 매출은 43억달러(약 6조2200억원)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클라이언트 및 게이밍 부문은 40억달러(약 5조8000억원)로 73% 증가했다. 특히 라이젠 프로세서 판매 호조로 클라이언트 매출이 사상 최대인 28억달러(약 4조508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매출 기준으로 엔비디아와 AMD의 격차는 여전하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은 510억달러, AMD는 43억달러로 약 12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확연한 전략 차이 : CUDA 독점 vs ROCm 개방
두 CEO의 전략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젠슨 황은 CES 2025에서 "AI가 모든 곳에서 모든 것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며 피지컬 AI와 에이전틱 AI를 강조했다. 그는 로봇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와 개인 AI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지츠'를 공개하며 '지각→생성→물리 AI' 비전을 제시했다.
엔비디아 전략의 핵심은 쿠다(CUDA)라는 독점적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해 고객사를 묶어두는 것이다. 엔비디아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다른 제품으로 갈아타기 어렵다. 젠슨 황은 "AI는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를 포함한 이전의 모든 플랫폼 변화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더 커질 것"이라며 AI를 '새 산업 혁명'으로 포장하고, 엔비디아의 플랫폼을 표준으로 만들려 한다. 엔비디아는 2024년 6월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달성했고, 2025년 10월에는 5조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상 첫 기록을 세웠다.
반면 리사 수는 "AI의 미래는 단일 기업이 닫힌 생태계에서 독점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오픈 협업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개방형 생태계를 강조한다. AMD는 '로크엠(ROCm)'이라는 오픈 프레임워크를 통해 엔비디아 쿠다의 폐쇄적 생태계에 균열을 내고 있다.
AMD는 AI 인프라 시장에서 주요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오픈AI는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에 AMD GPU를 도입할 예정이며, 오라클은 2026년 3분기부터 AMD GPU 기반 AI 슈퍼클러스터를 구축한다. 또한 미국 에너지부와 협력해 AI 슈퍼컴퓨터 개발도 진행 중이며, 2028년에는 차세대 CPU와 GPU 기반 슈퍼컴퓨터를 공급할 계획이다.
리사 수는 올해 6월 자체 연례 행사인 '어드밴싱 AI(Advancing AI)'에서 인스팅트 MI350과 차세대 MI400 시리즈를 발표하며 2028년까지 5000억달러 규모의 AI 가속기 시장을 엔비디아와 양분하겠다고 선언했다.
공급망 '월드 투어' 진행한 젠슨 황 vs 전략 발표에 집중한 리사 수
2025년 두 CEO의 행보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젠슨 황은 중동·유럽·아시아를 잇는 글로벌 로드쇼를 펼치며 '쇼맨십과 실질 계약' 중심으로 움직였다. 리사 수는 투자자 콘퍼런스와 제한적 파트너 방문 위주로 '전략 발표'에 집중했다.
젠슨 황은 2025년 10월 APEC CEO 서밋 참석을 위해 15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그룹·SK그룹 수장들과 만나 HBM4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삼성과 SK하이닉스는 한국 메모리 생태계의 필수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대만·중국·일본 등 아시아 주요 국가 일정을 잇는 행보와 맞물려 엔비디아의 글로벌 공급망 장악을 가속화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반면 리사 수는 직접적인 해외 CEO 미팅보다는 금융·기술 콘퍼런스에 집중해 AMD의 AI 로드맵을 알렸다. 12월 초 UBS 글로벌 기술·AI 콘퍼런스에서 연 35% 성장 전망을 재확인했으며, 같은 달 레노보 베이징 본사 방문으로 중국 시장 협력을 강화했다. 6월 자체 연례 행사인 어드밴싱 AI 2025와 11월 애널리스트 데이 외에 해외 출장은 드물었고, CES 2026 키노트(1월)를 예고하며 클라우드·엣지 AI 포트폴리오를 강조하고 있다.
2026년에도 예상되는 제국 확장과 끈질긴 추격
젠슨 황의 독주는 거세다. CES 2025에서 그는 블랙웰 울트라, GB300, 프로젝트 DIGITS를 발표하며 로봇과 자율주행 생태계 전체를 장악하려는 야심을 드러냈다. 또한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비즈니스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1위에 올라 'AI 황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한국 방문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는 공급망 파트너십을 직접 챙기며 엔비디아 생태계를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리사 수가 11년 전 CEO가 됐을 때 AMD 주가는 3달러 안팎이었지만, 지금은 210달러를 넘어섰다. 파산 위기의 AMD를 되살린 것처럼, 2028년까지 5000억달러 AI 가속기 시장을 엔비디아와 양분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리사 수는 2024년 타임 '올해의 CEO', 2025년 포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 14위에 선정되며 구조 개혁형 리더로 인정받았다. AMD는 2026년 하반기 MI450 시리즈 GPU 출시를 계획하며, 2027년까지의 AI 플랫폼 로드맵을 공개했다.
2025년은 젠슨 황이 'AI 제국'의 황제로 군림한 해였지만, 리사 수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다. 절대 강자의 독점과 영원한 도전자의 개방, 이 대결은 2026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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