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정통망법 개정, 심각한 우려”… 한·미 통상 갈등 불씨 되나
||2026.01.01
||2026.01.01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둘러싸고 한·미 간 통상 갈등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대변인 명의의 공식 성명을 통해 해당 법안에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다.
미 국무부는 31일(현지 시각) 한국 언론의 질의에 대한 공식 답변에서 “미국은 한국 정부가 네트워크법(정통망법) 개정안을 승인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무부 차관급 인사가 “기술 협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외교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통상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둔 수위 조절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무부는 특히 이번 개정안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성명에서 국무부는 “이 개정안은 미국에 본사를 둔 온라인 플랫폼들의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디지털 서비스에 ‘불필요한 장벽’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표현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개된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 명시된 문구와 동일한 표현으로, 한국 정부가 약속한 원칙을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당시 공동 설명자료에는 양국이 망 이용료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을 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 정부는 해당 규제가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한 차별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미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들은 이를 사실상의 차별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반발 속에 지난 18일 예정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연례 회의가 연기되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미 국무부는 이번 법안이 표현의 자유에 미칠 파장을 한국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국제적 문제로 확장해 경고했다. 국무부는 “대한민국의 네트워크법 개정은 표현의 자유에 대해 역외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플랫폼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콘텐츠를 검열하도록 요구함으로써, 한국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적인 검열 강화 흐름에 일조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법률이 한국 안팎에서 표현의 자유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신중히 고려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정통망법 개정안은 이용자 수와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지정하고, 허위 정보 신고가 접수될 경우 해당 콘텐츠에 대한 수익화 차단 의무와 투명성 보고서 제출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이 조항들이 구글·메타·엑스(X) 등 자국 빅테크 기업을 사실상 겨냥한 검열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에 대해서도 자국 기업에 대한 검열 시도라며 강경 대응에 나선 바 있어, 한국의 디지털 규제 역시 외교·통상 압박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디지털 주권과 표현의 자유, 통상 규범이 정면 충돌하는 새로운 갈등 국면이 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입법 취지와 국제 통상 질서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따라, 정통망법 개정안은 향후 한·미 관계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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