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中 기업공개 무덤’이었던 홍콩은 어떻게 ‘상장의 성지’로 거듭 났나
||2025.12.31
||2025.12.31
지정학적 긴장 등 불확실성으로 주춤했던 홍콩 증시가 다시 아시아 금융 허브 위상을 되찾고 있다. 홍콩은 올해 미국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를 제치고 글로벌 IPO 조달액 순위 1위를 탈환했다. 홍콩거래소(HKEX) 집계에 따르면 올해 홍콩 시장에서 이루어진 기업공개(IPO)는 총 119건으로,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약 2858억 홍콩달러(약 53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조달액 875억 홍콩달러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3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하루 홍콩 증시에서는 중국 기업 6곳이 동시에 상장하며 한 해를 마감했다. 같은 날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소비재 같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새 상장사들이 쏟아졌다. 특히 AI 신약 개발 전문 기업 인실리코메디슨과 가상 시뮬레이 기술을 보유한 51월드는 상장 첫날부터 각 45%, 20% 넘게 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홍콩 증시가 단순한 자금 조달처를 넘어, 중국 본토의 엄격한 상장 규제를 피하면서도 국제 자본과 즉각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완벽히 자리매김했다고 전했다.
이날 상장한 6개 기업을 살펴보면 홍콩 시장이 지향하는 미래를 읽을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AI 기반 신약 개발사인 인실리코메디슨이다. 이 기업은 공모가 24.05홍콩달러로 상장해 첫날 장중 45.5% 급등한 35홍콩달러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은 단숨에 195억 홍콩달러(약 3조 6000억 원)를 넘어섰다. 특히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1427.37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수년간 홍콩 바이오 섹터에서 보기 드문 열기였다. 인실리코메디슨은 이번 상장으로 확보한 약 22억 8000만 홍콩달러의 자금을 AI 모델 고도화와 30여 개에 달하는 파이프라인 임상 연구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트윈 분야의 선두주자인 51월드 역시 성공적으로 증시에 데뷔했다. 이 회사는 현실 세계 도시를 가상 세계에 똑같이 복제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으면서 시뮬레이션하고 분석, 예측, 최적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51월드는 장중 20% 이상 상승하며 시가총액 150억 홍콩달러를 돌파했다.
이외에도 가사 로봇 전문 기업 원로보틱스, 실시간 데이터 인프라 기업 쉰스커뮤니케이션, 천연 화장품 브랜드 임목초, 조립식 철강 구조물 기업 USAS가 연말 상장 대열에 합류했다. 원로보틱스는 일본과 유럽 등 해외 시장 매출 비중이 높은 점을 내세워 약 18억 홍콩달러를 조달했다. 쉰스테크놀로지는 자산운용업계 특화 데이터 솔루션 시장 점유율 1위라는 점을 강조해 12억 4000만 홍콩달러를 확보했다.
홍콩 증시 회복은 상장 건수 외에 다른 지표로도 뒷받침 된다. 올해 홍콩 증시에서는 100억 홍콩달러(약 1조 8600억 원)을 넘는 소위 ‘대형 딜(mega IPO)’이 8건 성사됐다. 대표 사례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CATL이다. CATL은 지난 5월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하며 올해 최대 IPO로 기록됐다. 세계 최대 빙과 프랜차이즈 미쉐빙청도 올해 홍콩 증시에 처음 등장했다. FT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러한 대형 상장이 증시 전반에 자금 유동성을 공급하고, 후속 중소형 기술주들 가치 평가를 높이는 낙수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미국 금리 인하 사이클에 맞춰 홍콩 증시에 자금을 재배치했다.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올해 9월 보고서에서 홍콩 증시에 대해 “홍콩은 중국 본토와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슈퍼 커넥터’이자 ‘슈퍼 가치 부가자’로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며 “다양한 투자자들이 홍콩으로 돌아오면서 증시에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가 완성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과거 부동산과 금융업 중심으로 돌아가던 홍콩 증시도 이제 AI와 반도체, 바이오테크처럼 새 기업으로 체질을 바꿨다. PwC 홍콩은 전문가를 인용해 “홍콩이 단순한 자금 조달처를 넘어 미래 기술의 가치를 가장 잘 알아봐 주는 금융 중심지로 진화했다”고 전했다.
2019년 우산혁명 이후 홍콩증시에는 금융허브 지위를 잃었다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2020년 중국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전격 시행한 이후부터는 홍콩이 누리던 자유와 자치가 크게 훼손됐다는 우려까지 퍼졌다. 그러나 올해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 본토 증시(A주) 대비 유연한 홍콩 증시 특유의 상장 제도와 지정학적 불안정성에 민감한 글로벌 자금이 중국 본토를 대신해 홍콩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중국 본토 증시는 규제 당국 의지에 따라 IPO 승인 속도를 조절하는 경우가 잦다. 지난해부터 본토 증시에서는 시장 안정을 이유로 신규 상장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현재 상장 대기 명단에 묶여있는 기업이 수백 개에 달한다. 반면 홍콩은 등록제에 기반한 심사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전문가를 인용해 “본토 시장은 규제 강도가 높고 불확실성이 큰 반면, 홍콩은 대형 상장사에 대한 간소화된 심사 절차를 도입해 기업들이 자금 조달 시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돕는다”고 했다.
홍콩거래소는 2023년부터 혁신 기업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챕터 18C’와 ‘챕터 18A’라는 특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두 제도는 AI, 차세대 정보기술, 신재생에너지와 바이오 관련 기업이 기술력만 입증하면 수익이 나지 않아도 상장에 문을 열어 주기 위해 마련됐다. 매출이 없는 단계에서도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증시에 안착하는 기업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투자 전문가들은 이어 중국 본토 증시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아 감정적인 매매가 주를 이루지만, 홍콩은 글로벌 기관 투자자와 헤지펀드가 시장을 주도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에게는 국제적인 경영 기준을 유지하면 그에 맞는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리스크도 존재한다. 중국 본토에서 지정학적 위험성이 지금보다 불거지면 외인 자금은 순식간에 빠져나갈 수 있다. 본토 경제 성장률이 둔화할 경우 홍콩 증시 지수 전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크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홍콩 증시가 이미 최악의 침체기를 지나 체력을 회복한 상태라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다. 투자사 앨리언츠 글로벌 인베스터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H주(홍콩 상장 중국 주식)가 A주 대비 월등한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글로벌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홍콩 시장은 다시금 필수적인 투자처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