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스템 95일 만에 정상화… “복구 넘어 재설계 필요”
||2025.12.31
||2025.12.31
정부가 지난 9월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 화재로 중단됐던 행정정보시스템을 95일 만에 완전 복구했다. 단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핵심 행정 서비스가 수개월간 중단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순 복구를 넘어 공공 IT 인프라의 근본적인 재설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30일 오전 9시 30분을 기점으로 화재 영향을 받은 709개 행정정보시스템이 모두 복구됐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재난 위기경보 '주의' 단계를 해제하고 재난 대응체계를 종료했다. 이번 복구에는 정부와 민간 인력 800여명이 투입됐다고 알려진다.
절연 조치 없이 작업… ‘인재’ 결론
화재는 대전 본원 5층 전산실에서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 이설 작업 중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UPS 본체 전원만 차단됐을 뿐 배터리 모듈 전원은 연결된 상태에서 절연 조치 없이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자들은 절연복과 절연 공구를 착용하지 않았다. 대전경찰청은 11월 25일 이번 화재를 "작업자 과실에 따른 인재"로 결론짓고, 관련자 1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화재로 서버 740대와 배터리 384개가 전소되면서 정부24, 국민신문고, 인터넷우체국 등 주요 행정서비스가 중단됐다.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이어서 시민 불편이 컸다. 전략물자관리시스템, 나라장터 등 주요 시스템 또한 기업 민원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화재 자체보다 일부 장애가 장기간 전체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진 점을 더 큰 문제로 지적했다. 단일 인증 체계와 복잡한 시스템 연계 구조 등 수십 년 전 설계가 장애 확산을 막지 못한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복구는 순차적으로 이뤄져 95일 후인 12월 30일에 마무리 됐다.
4000억원 투입 인프라 개편… DR 투자 인식도 변화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해복구체계(DR)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에 2026년도 예산안에 긴급 복구 장비 및 민간 클라우드 전환 490억원, DR 시스템 개선과 대전센터 단계적 이전 3434억원이 포함됐다. 행정안전부는 인터넷우체국 등 13개 핵심 시스템에 2120억원을 투입해 두 개 이상의 시스템을 동시 운영하는 '액티브-액티브' 방식의 DR 체계를 우선 도입할 계획이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도 'AI 인프라 거버넌스·혁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전산망 재설계에 착수했다. 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예산·조직·기술 관리가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로 진단하고, "AI 전환에 앞서 디지털 전환(DX)부터 단단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DR에 대한 업계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한 클라우드 업체 임원은 "그간 DR은 문제가 없으면 비용만 발생하는 영역이라 투자가 미뤄져 왔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점이 바뀌고 있다"며 "실제로 내년도 정부 예산이 확대 반영된 만큼 기술 지원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며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복구 과정에서 일부 시스템이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로 이전된 만큼, 재난 대응이 중요한 영역부터 민간 클라우드 활용 논의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면적인 클라우드 전환보다는 안정성이 중요한 핵심 시스템부터 단계적으로 검토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일을 교훈 삼아 국정자원 관리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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