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대학생들까지 가세…이란 국민들은 왜 대규모 시위에 나섰나
||2025.12.31
||2025.12.31
이란의 경제난으로 촉발된 시위가 도심 시내를 넘어 대학가까지 확산하고 있다. 서방 제재 속에 이란 리알화는 최근 화폐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 국민들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름한 바 있다.
3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테헤란, 이스파한, 야즈드 등 여러 도시에서 학생 시위가 잇따라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인 ILNA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위가 열린 학교는 테헤란대, 하제나시르투시공과대 등 8곳에 달한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자유”를 연호하는가 하면, “두려워하지 말라. 우리는 모두 함께다”,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제창하기도 했다. 국립 테헤란대 인근에서는 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찍혀 공개된 바 있다.
학생 시위는 앞서 벌어진 상인 주도 시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전날인 29일 상인과 주민들은 리알화 가치 폭락에 따른 경제난에 반발, 테헤란 중심가인 사아디 거리와 시장인 그랜드바자르의 상점 문을 닫고 시위에 나섰다. AP에 따르면 이 시위는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여성이 구금 후 사망하며 촉발된 일명 ‘히잡 시위’ 이후 최대 규모다.
시위는 서방의 오랜 제재 속 경제난이 심화한 한편, 달러 대비 리알화 가치마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벌어졌다. 시위 당일 기준 이란 리알화는 달러당 138만리알을 기록했는데, 이는 무함마드 레자 파르진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취임한 2022년(달러당 43만리알) 대비 약 3배에 달한다. 결국 파르진 총재는 이 일을 계기로 같은 날 사임한 바 있다.
화폐 가치 하락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란 국가통계센터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2.2% 상승했으며, 식료품과 의료품은 각각 72%, 50%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가뭄으로 인한 단수, 에너지 부족에 따른 단전 등 인프라 문제까지 겹치면서 성난 민심이 폭발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당국이 여론 달래기에 나서면서 비교적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시위 당일 X(구 트위터)를 통해 “정부가 국민의 구매력을 유지하려는 조치를 계획 중”이라며 “내무부 장관에게 시위대 대표자들과 대화하고 정당한 요구를 경청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파메데 모하제라니 정부 대변인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시위 주최 측을 포함하는 대화의 장을 만들 계획”이라며 “시민들이 생계 문제로 얼마나 시름하고 있는지 보고, 듣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강경 진압과 대규모 체포 조치를 벌인 것과 대비된다.
다만 이란 내 강경 보수 진영과 일부 국영 매체는 시위의 배후로 외부 세력을 지목하며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이란 국영 타스님 통신은 “시오니스트(유대인 민족주의자) 언론과 인사들이 국민의 요구를 왜곡해 혼란과 폭동을 선동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가 암묵적으로 시위대 설득 대신 진압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란 정부는 이날 31개 주(州) 중 18개 주의 대학과 공공기관, 상업시설을 하루간 폐쇄하겠다고 밝혔는데, 에너지 절약과 한파 안전 대책을 명목 삼았지만 실질적으로 시위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란 경제 전문 싱크탱크 보르스앤바자르재단의 에스판디야르 바트만겔리지 대표는 “이란 지도부 상당수는 그간 국민 다수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그 결과 정권의 정당성과 권위가 훼손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산발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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