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현실화… LG에너지솔루션, 북미 대형 계약 줄줄이 해지
||2025.12.28
||2025.12.28
[산경투데이 = 이준영 기자]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 국면에 본격 진입하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이 대규모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들어서만 약 13조5천억 원 규모의 북미 공급 계약을 잇달아 해지했으며, 이로 인해 K-배터리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6일, 미국 배터리팩 제조사 프라우덴베르크 배터리 파워 시스템즈(FBPS)와의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4월 체결된 4조400억 원(27억9,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 가운데, 잔여분 약 3조9,217억 원 상당이 이번 해지로 무산됐다.
이번 해지는 FBPS의 전기 상용차 배터리 사업 철수 결정에 따른 것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 모듈을 북미 시장에 공급하려던 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이는 지난 17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의 9조6천억 원 규모 계약 해지에 이은 조치로, 불과 열흘 사이 약 13조5천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이 사라진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고객 포트폴리오와 생산 규모를 자랑해왔다.
특히,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막대한 설비 투자와 전략적 제휴를 단행해왔지만, 최근의 계약 해지 연쇄는 그 전략에 구조적 재검토를 요구하는 신호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북미 시장의 전기차 수요 정체가 현실화된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삼성SDI, SK온에 비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반면, 삼성SDI와 SK온은 최근 파트너 구조 재정비 및 수익성 기반 전략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동화 전략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북미 시장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인 유럽 시장과 에너지저장장치(ESS)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SK온은 이달 초 포드와의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운영 구조를 전면 개편, 테네시 공장을 단독 운영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삼성SDI도 리스크 점검에 착수하며 신중한 대응을 준비 중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 해지가 재무적 손실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전용 설비 투자나 맞춤형 연구개발이 없었기 때문에 손실은 제한적”이라며, “불확실한 고객사를 정리하고, 수요 안정성이 높은 ESS 및 유럽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사의 점유율은 35%로, 지난해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CATL 등 중국 업체들의 시장 확장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내 점유율 방어와 확장은 배터리 업계의 최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사의 전략 변화가 예고 없이 이뤄지면서 수조 원대 계약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ESS와 유럽 완성차 고객사 확보가 K-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생존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