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 너머의 세상’ 양자컴퓨팅 혁명 [새책]
||2025.12.25
||2025.12.25
양자컴퓨팅 혁명
김정상· 정연욱·김재완 지음 | 184쪽 | 최종현학술원·플루토 | 2만원
양자컴퓨팅은 더 이상 물리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축으로 올라섰고, 반도체 이후의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국가 간 투자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한국 정부가 2035년 ‘양자경제 선도국’을 목표로 퀀텀 이니셔티브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방향이다. 무엇을 이해해야 하고,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가.
‘양자컴퓨팅 혁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은 양자컴퓨터를 ‘언젠가 올 미래 기술’로 다루지 않는다. 이미 현실로 들어온 기술이 어떤 경로를 통해 산업이 되고, 국가 전략이 되는지를 짚는다. 단순한 입문서가 아니라, 정책 결정자와 산업계, 연구자 모두를 독자로 상정한 공적 지식서에 가깝다. 이 책은 최종현학술원이 진행해온 '과학기술혁신 시리즈' 강연 중 양자컴퓨팅 분야를 재구성한 결과물로, 양자컴퓨터 연구 최전선의 실제 강연과 토론에서 다룬 내용을 기반으로 집필됐다.
이 책의 무게감은 저자 구성에서 분명해진다. 양자컴퓨팅 상장기업 아이온큐 공동창립자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1·2장을 맡아 기술 원리부터 산업 전망, 양자 네트워크까지 큰 그림을 제시한다. 양자컴퓨팅을 ‘물리 실험’이 아닌 ‘플랫폼 기술’로 이해하도록 돕는 대목이다. 이온트랩 기반 양자컴퓨터의 현재와 한계를 함께 설명하는 방식은 과장도 비관도 없다.
3장은 국내 양자 하드웨어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정연욱 성균관대 교수가 집필했다. 초전도 큐비트, 극저온 냉각 시스템, 칩 제조 공정 등 양자컴퓨터 구현의 ‘현실적 난제’를 다룬다. 특히 양자팹(Quantum Fab) 인프라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은 한국 산업 정책과 직결된다. 양자 기술이 소부장 경쟁력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4장은 김재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가 맡았다. 이 장에서는 양자 중첩, 얽힘, 편광 실험처럼 난해한 개념을 비유와 실험 이야기로 풀어내며 ‘왜 양자 정보과학이 패러다임 전환인가’를 전달한다. 양자컴퓨팅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심리적 장벽을 낮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기술 낙관론에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1981년 파인만의 문제 제기에서 시작해 쇼어 알고리듬,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팅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40년의 역사를 보여주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기술적·산업적 과제를 숨기지 않는다. 양자컴퓨팅은 이미 사용 가능한 기술이지만, 동시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인프라’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한국은 어떤 플랫폼에 집중해야 하는가. 하드웨어·소프트웨어·네트워크 중 어디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가. 인재 양성과 산업 생태계는 어떤 구조로 설계해야 하는가. 5장에서 이어지는 토론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
‘0과 1 너머의 세상’은 막연한 슬로건이 아니라, 이미 준비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설득한다. 양자컴퓨팅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혹은 이 기술을 둘러싼 과도한 기대와 막연한 불안을 동시에 걷어내고 싶다면, 이 책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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