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약가제도 개편 후폭풍… 산업계 “미래 포기 선언”[아듀 2025]
||2025.12.23
||2025.12.23
국내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이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 거센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정부는 개편안을 통해 제네릭 약가를 대폭 낮추는 대신 확보한 재원을 혁신 신약과 필수의약품에 재투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산업계는 사실상 미래에 대한 포기 선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관련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수익 구조의 상당 부분을 제네릭에 의존해 온 국내 제약사들 사이에서 이번 개편안이 전격 시행될 경우 연구개발(R&D) 투자와 고용, 필수의약품 공급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제네릭 최고가 산정 기준의 대폭 인하다. 현행 제도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 만료 직전 약가의 53.55%를 제네릭 최고가로 적용해 왔지만, 정부는 이를 40%대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계단형 약가제도 적용 기준도 강화된다.
또한 현재는 동일 성분·동일 제형 의약품이 20개를 넘을 경우 약가를 15%씩 인하하지만, 개편안에서는 10개를 초과하는 시점부터 5%포인트씩 약가를 낮추도록 구조를 바꾼다. 후발 제네릭이 시장에 진입할수록 가격이 더 빠르게 떨어지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자체 생동시험이나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의 약가 인하 폭도 기존 15%에서 20%로 확대된다.
산업계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이 같은 제네릭 약가 인하가 누적될 경우 시장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제네릭 산정비율이 53.55%에서 40%로 낮아질 경우 전체 약품비 기준으로 연간 약 3조6000억원 규모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2024년 기준 국내 전체 약품비 26조8000억원 가운데 제네릭 비중이 약 53%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약가 인하율 25.3%가 그대로 산업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업계는 “영업이익률 4.8%, 순이익률 3%에 불과한 산업 구조에서 이 정도 충격은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약가 가산 제도 개편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일괄 적용해 온 68% 약가 가산을 R&D 투자 비율에 따라 68%, 60%, 55%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매출 대비 R&D 비중 상위 30% 기업만 68% 가산을 유지하고 나머지 기업은 가산율이 낮아진다.
제네릭 등재 후 1년간 부여하던 59.5% 기본 가산도 폐지된다. 대형 제약사들은 “R&D 중심 보상이 명확해졌다”며 신중한 기대를 보이고 있지만, 중소·중견 제약사들은 “투자 여력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이중 부담을 지게 된다”고 반발한다.
업계의 우려는 단순한 수익성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 제약바이오협회와 업계 단체들은 약가 인하가 연구개발 투자 위축으로 직결될 가능성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는다. 상장 제약사 169곳의 평균 R&D 투자 비중은 12.0%, 혁신형 제약기업 49곳은 13.4% 수준인데, 수익 기반이 흔들릴 경우 신약 개발과 파이프라인 확장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기업 수익이 1% 감소하면 R&D 활동이 1.5% 줄어든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산 신약 41개, 파이프라인 3233개로 세계 3위 수준까지 올라온 성과가 약가 정책 하나로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 가능성도 현실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저가·공익 목적 의약품은 이미 채산성이 낮아 기업들이 생산을 기피하는 품목이 많은데, 약가가 추가로 인하되면 공급 중단이 잇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6년간 의약품 공급 중단 사례는 총 147건에 달했으며, 2025년 1~11월 공급 중단·부족 품목 가운데 38.6%는 채산성 부족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소아 발작 치료제 등 응급 필수의약품의 공급 중단 사례도 예고되고 있다. 이에 업계는 국산 제네릭은 단순한 값싼 약이 아니라 보건안보의 핵심 인프라라고 강조한다.
고용 문제도 심각한 파장으로 거론된다. 제약산업은 매출 10억원당 고용유발계수가 4.11명으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보다 높다. 업계는 약가 인하로 매출이 3조6000억원 감소할 경우 최대 1만5000명에 달하는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생산시설과 연구소가 전국 각지에 분포해 있는 만큼, 고용 충격은 지방 경제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정규직 비중이 94.7%에 달하는 산업 특성상, 일자리 감소는 양질의 고용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이 제네릭 난립을 막고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약가 인하로 확보한 재원을 혁신 신약과 필수의약품에 재투자하고,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 임계값 상향과 약가 유연계약제 확대, 적응증별 약가제도 도입 등을 통해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다국적 제약사와 일부 환자단체는 이러한 방향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산업계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비판한다. 1999년 이후 누적 약가 인하 규모만 약 63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구조적인 약가 인하가 반복되면 글로벌 경쟁력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국내 제약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7%에서 2024년 1.3%로 오히려 낮아졌다. 업계는 정부가 제약바이오 5대 강국을 외치면서 정작 산업의 수익 기반을 허무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 11월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개편안을 공식 보고한 뒤 의견 수렴을 거쳐 2026년 2월 최종 의결, 같은 해 7월부터 단계적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과 국민 건강을 동시에 고려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번 개정안은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한국 제약산업의 미래 방향을 가르는 중대 분기점일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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