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요금 ‘깜깜이’… 전기차 시대, 소비자만 봉?
||2025.12.18
||2025.12.18
정부의 무공해차 전환 정책에 힘입어 전기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는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확정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까지 고려하면 전기차 이용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작 충전 현장에선 “얼마 내는지 모르고 꽂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충전요금 체계가 복잡한 데다, 요금표시마저 부실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주요 충전사업자의 요금 및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사업자·가입유형에 따라 요금 차이가 과도하게 벌어져 ‘같은 전기, 다른 영수증’ 문제가 확인됐다.
완속 충전요금을 20개 사업자 기준 평균값으로 비교하면 회원가가 293.3원/kWh로 가장 저렴했지만, 로밍가는 397.9원/kWh, 비회원가는 446원/kWh로 가장 비쌌다.
급속 충전 역시 회원가·로밍가·비회원가 순으로 비싸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즉, 회원이 아니거나 로밍을 쓰는 순간 체감비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차이’가 단순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사업자는 회원가 대비 비회원가가 최대 100%, 즉 2배까지 뛰었다. 로밍가도 사업자별 편차가 컸다.
최소 286.7원/kWh에서 최대 485원/kWh까지 69.2% 차이를 보였고, 같은 충전기를 어떤 회원자격으로 이용하느냐에 따라 체감요금이 크게 달라지는 사례도 확인됐다.
소비자는 충전기 앞에서 이 정보를 즉시 확인하지 못하면, 사실상 ‘비싼 선택’을 강요받는 구조다.
더 심각한 것은 요금 고지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다. 전기차 충전요금은 관련 법령에 따라 현장 게시 또는 홈페이지·모바일앱을 통해 제공하도록 규정돼(2025년 10월 1일 시행)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요금표시가 빈약했다.
완속 충전기를 운영하는 19개 사업자 중 57.9%(11개)는 충전기에 요금을 표시하지 않았고, 급속 충전기를 운영하는 17개 사업자 중에서도 23.5%(4개)가 요금 게시를 하지 않았다.
온라인도 사정은 비슷했다. 20개 중 80%(16개)만 메인화면에서 요금을 명확히 안내했고, 나머지 20%(4개)는 공지사항 등 ‘찾기 어려운 곳’에 요금을 숨겨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졌다.
전기차는 ‘친환경’ 이전에 ‘생활 인프라’다. 그런데 요금정보가 불투명하면 시장은 경쟁이 아니라 혼란으로 굴러간다.
요금체계가 다양할 수는 있어도, 소비자가 현장에서 한 번에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통일된 고지 방식은 갖춰야 한다.
지금처럼 회원·비회원·로밍 요금이 제각각인데 충전기에는 가격표가 없고, 홈페이지는 숨바꼭질이라면, 이는 사실상 정보 비대칭을 이용한 소비자 불리 구조로 볼 수밖에 없다.
소비자원이 제시한 현실적 대안도 눈길을 끈다. 회원가가 대체로 가장 저렴하지만 100여 개에 달하는 사업자에 각각 가입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므로, 자주 쓰는 충전기는 회원가로 이용하고 그 외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 회원카드(EV이음 카드)를 활용하는 방식이 편리하고 경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카드 요금은 324.4원/kWh~347.2원/kWh 수준으로 제시됐다. 다만 일부 업체는 환경부 카드 요금보다 비싼 ‘회원가’를 운영하기도 해 주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SK일렉링크의 급속충전 회원가는 430원/kWh으로, 환경부 요금(347.2원/kWh)보다 23.8%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요 충전사업자에 현장 요금표시 강화와 온라인 요금정보 접근성 개선을 권고할 예정이다. 소비자에게는 충전 전 요금을 꼼꼼히 비교해 선택할 것을 당부했다.
전기차 전환은 “충전기 숫자”만 늘린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요금 투명성, 표준 고지, 쉬운 비교가 갖춰질 때 비로소 소비자는 안심하고 전기차를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프라 확장이 아니라, ‘가격의 투명화’다.
우먼컨슈머 =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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