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혁신 시대 이미 시작, 활용과 생태계 조성 나서야” [양자비전 2026]
||2025.12.17
||2025.12.17
인공지능(AI) 다음 시대로 주목받는 ‘양자(Quantum)’ 시대가 이제 눈 앞에 왔다. 양자 기술은 연구실을 넘어 산업에서 유용성을 증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양자 산업 육성에 대한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본격적인 ‘양자 시대’를 앞두고, 정부·산업계·학계가 모여 한국이 나아갈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선미디어그룹의 ICT 전문 미디어 IT조선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AI 시대를 넘어 양자 전환(Quantum Transition)의 흐름을 조망하는 ‘양자(Quantum) 비전 2026’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기술을 넘어 산업으로, K-퀀텀 생태계의 도약’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양자 비전 2026’ 콘퍼런스는 IT조선이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한국양자산업협회가 후원했다.
기술 넘어 산업으로,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양자 시대’
심주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양자혁신기술개발과장은 이번 행사에서 “양자 기술은 미래의 산업, 안보 판도를 뒤흔드는 혁신 기술”이라며 “양자 기술로 넥스트 AI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비전 아래 컴퓨팅·통신·센서 분야별 중단기 목표와 연구개발(R&D), 산업 육성, 인력 양성, 글로벌 협력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 양자 기술 개발에 1600억원, 인프라·국제협력·인력 양성에 각각 600억원쯤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 언급했다.
이준구 큐노바 대표 겸 카이스트(KAIST) 교수는 이 자리에서 “양자 컴퓨팅은 이제 현실적인 시장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양자 컴퓨터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중요한 요건으로 ‘양자 우위’를 꼽았다. 이 대표는 “가장 우수한 고전적 수퍼컴퓨터의 성능을 양자컴퓨터가 언제 뛰어넘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 양자 우위가 시작되면 시장이 실제 이뤄질 것”이라 밝혔다. 이어 “올해 양자 우위로 진입이 시작됐고, 양자 컴퓨터가 산업에서 쓰일 수 있는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동호 메가존클라우드 양자컴퓨팅 사업 총괄(CQO)은 “이제 양자컴퓨팅은 ‘언제’, ‘왜’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할 단계”라 제시했다. 또한 현재 글로벌 기업들이 양자컴퓨팅 하드웨어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상업적으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시점으로는 2027년을 지목했다. 이어 향후 과제로는 “양자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생태계의 폭발적 발전을 이끌 ‘킬러 앱’ 등장이 필요하다”며 “각 국가들이 정부 주도로 투자액도 늘리고 있다. 한국도 투자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동조 한컴위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양자 시대를 맞아 현실화된 보안 위협과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김동조 CTO는 “현재 수퍼컴퓨터로 300조년이 걸리는 계산을 미래의 완성된 양자컴퓨터는 8시간만에 해결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와 ‘암호 민첩성’ 확보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어 ‘양자내성암호(PQC)’로의 성공적 전환을 위한 전략으로 선제적 대응, 단계적 전환, 국가 로드맵 연계를 제시하며 “기존 알고리즘 교체가 용이한 구조로 전환하고 하이브리드 접근으로 보안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정호 오리엔텀 본부장은 금융 산업에서의 양자 컴퓨팅 기술 활용 사례와 효과를 소개했다. 추정호 본부장은 “금융에서 주가연계증권(ELS)은 기초자산 수가 많아질수록 계산량이 급증해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며 양자 알고리즘의 활용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어 현재 시점에서 효과적인 구성으로 기존의 고성능 컴퓨팅(HPC) 환경과 양자 컴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를 제시하며 “해당 알고리즘이 구축되면 같은 방식으로 기존 고성능 컴퓨팅이 활용되는 다양한 공학적 문제 해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정형주 파스칼코리아 부사장은 양자 컴퓨터의 혁신 시점으로 ‘200 논리 큐비트’를 제시하며 “자금·인력·인수합병 등이 개발 속도를 높일 것이다.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머니 게임이 시작됐다”고 제시했다. 이어 “파스칼은 이 ‘200 논리 큐비트’를 2029년쯤 구현할 계획이다. 이 시간 내 달성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다. 이를 넘는 것이 모든 양자 컴퓨팅 기업들의 과제”라 언급했다. 또한 파스칼은 국내에 50명 이상 석·박사 인력을 고용하며 한국을 글로벌 양자 생태계의 핵심 허브로 육성할 것이라 덧붙였다.
양자 컴퓨팅 산업, 활용과 시장·생태계 조성 고민할 때
이번 행사의 토론 세션에서는 한국 양자 생태계의 현실과 산업화 전략에 대해 정부와 산업계, 학계 주요 관계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지훈 DGIST 교수가 좌장을 맡아 ▲김은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지능기술인프라본부장 ▲방승현 한국양자산업협회장(오리엔텀 대표) ▲박준석 국민대학교 교수(차세대통신사업단장) ▲표창희 IBM 아시아태평양 지역 퀀텀 엔터프라이즈 사업 총괄 상무 등 산·학·연 전문가들이 국내 양자 생태계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김은주 본부장은 “한국의 양자 연구가 비교적 높은 기초연구 역량을 축적해 왔지만 산업화와 시장 형성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라 지적했다. 이어 “양자 기술은 개별 기업이나 단일 연구기관 단위의 접근만으로는 생태계 형성이 어렵다"며 "지역 거점 중심의 클러스터 전략은 한국 양자 산업 정책의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방승현 회장은 "양자컴퓨터가 언제 상용화될 것이냐는 질문이 산업화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양자컴퓨터를 어디에 쓸 것인가를 물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한 “양자컴퓨터 산업화의 본질은 양자만이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산업의 문제를 푸는 것이 핵심"이라며 "생태계와 컨소시엄 구성, 국가 플랫폼, 협회 등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교수는 양자컴퓨팅과 연결될 ‘양자 메모리’를 제시했다. 박준석 교수는 "QPU(양자처리장치)는 데이터를 별도로 저장해 두고 계산하는 구조가 아니므로, 큐비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규모와 시간에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양자 데이터를 원하는 위치에서 정확히 불러오고 제어할 수 있는 저장 구조가 마련된다면 큐비트 상태가 외부 간섭으로 쉽게 흐트러지는 문제(디코히어런스)를 완화하고 계산 규모를 크게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표창희 상무는 양자 컴퓨터의 현실적인 사용 모델로 고전 수퍼컴퓨터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시했다. 표창희 상무는 "양자컴퓨터 한 대만으로 산업 현장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CPU·GPU·슈퍼컴퓨터와 QPU를 연계한 '양자 중심 슈퍼컴퓨팅(QCSC)'을 통해 최적화, 소재·화학 시뮬레이션, 금융·헬스케어 등 실제 산업 문제에 적용 가능한 성과를 이미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자 컴퓨팅 산업 발전을 위해 주목해야 될 분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김은주 본부장은 “양자 컴퓨터는 아직 상당 부분 기존 산업 기술과 맞닿아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양자 소부장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생태계 육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준석 교수는 “지금은 작은 깃발들이 여러 곳에 꽃혀 있는 단계”라며 “모든 영역에서 정책적, 산업적 실험과 검증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승현 회장은 “소프트웨어가 가장 현실적인 기회 영역”이라며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를 통해 IP와 특허를 확보하고 표준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표창희 상무 또한 “시장의 중심은 활용과 애플리케이션에 있으며, 산업별 강점을 살린 실질적 사용 사례가 중요해질 것”이라 밝혔다. 정지훈 교수는 “양자 생태계가 산업공학, 컴퓨터공학 등 공학 전반으로 저변이 확대돼야 기술과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며 저변 확대 측면을 언급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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