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상용화 경쟁 가속… 현대차, 조직 개편으로 대응
||2025.12.16
||2025.12.16
국내 자율주행 시장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상용화 속도전의 주도권이 수입차 브랜드로 기울면서 현대자동차그룹도 조직과 리더십 전반을 점검하는 강수를 두고 있다. 기술 완성도보다 ‘누가 먼저 도로에 올리느냐’가 경쟁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그룹 차원의 대응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은 최근 ‘에스컬레이드 IQ’를 통해 핸즈프리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인 ‘슈퍼 크루즈’를 국내에 선보였다. 테슬라도 일부 차종을 대상으로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 서비스를 개시하며 한국 자율주행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입 브랜드들이 상용화 경쟁에 먼저 나서자 현대차그룹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등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담당하는 첨단차플랫폼(AVP)본부와 전통적인 차량 개발을 맡아온 R&D본부의 관리·운영 체계를 재정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룹은 송창현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양희원 현대차·기아 R&D본부장도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후임 인선 절차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기존 개발 체계와 조직 운영 방식만으로는 상용화 경쟁에서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위기 인식이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AVP본부의 경우 리더십 공백에 따른 조직 동요 가능성이 제기되자, 그룹 차원의 수습과 방향 제시가 이어졌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지난 12일 AVP본부와 포티투닷 구성원들에게 SDV 핵심 프로젝트인 ‘XP2’와 ‘XV1’을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송 전 대표가 주도하던 핵심 과제의 연속성을 분명히 하며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둔 행보다.
장 부회장은 “포티투닷과의 협업 체계를 유지하며 SDV 프로젝트인 XP2와 XV1 개발은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는 혁신 기술 개발을 넘어 양산 차종으로의 전개와 완성도를 확보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개발 조직 간 협업을 그룹 차원을 넘어 ‘원팀(one team)’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조만간 주요 개발 리더들과 간담회를 열어 현장의 의견을 직접 청취하고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다가오는 정기 인사를 통해 자율주행·SDV·인공지능(AI) 중심의 조직 재편에 나설 전망이다. 판매나 세일즈 부문보다 미래 기술 분야에 인사의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의 평가 기준이 연구 성과보다 상용화 시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인사의 핵심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R&D본부 수장 교체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룹은 만프레드 하러를 차기 R&D본부장으로 낙점하는 분위기다. 하러는 2024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해 제네시스와 고성능 차량 개발을 총괄해 온 인물로, 하드웨어 경쟁력 강화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를 담당해 온 AVP본부와 함께 R&D 수장을 동시에 교체한 것은 미래차 경쟁에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현대차그룹의 ‘승부수’로 보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율주행을 아우르는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 수입 브랜드가 선점한 상용화 경쟁의 격차를 좁히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조직 재편과 함께 기술 측면에서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 자회사 포티투닷이 최근 비전 기반 엔드투엔드 자율주행 시스템인 ‘아트리아(Atria) AI’의 일반도로 주행 영상을 공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테슬라 FSD처럼 카메라를 중심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부각하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다만 자율주행 경쟁의 무게중심이 상용화 시점으로 이동한 만큼, 기술 시연이 실제 양산 차량 적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데모와 양산 적용 사이에는 품질 검증, 비용 구조, 규제 대응이라는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며 “향후 관건은 아트리아 AI가 언제, 어떤 차급에, 어떤 수준으로 적용되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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