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멈춰도 서비스는 이어진다… 국산 DB·SaaS 기업 뭉쳤다
||2025.12.15
||2025.12.15
민간 기업 주도의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이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얼마나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서비스가 중단되며 클라우드 재해복구(DR)의 중요성이 부각된 데다 인공지능(AI)시대 기반 인프라를 우리 기술로 운영해야 한다는 ‘소버린(Sovereign) AI·클라우드’가 화두가 된 시점에서 이번 검증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12월 17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제3회 ‘2025 K-PaaS 플러그페스트(PlugFest)’를 중심으로, 국내 오픈 클라우드 플랫폼 기술의 발전과 생태계 조성의 의미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클라우드 하나가 통째로 멈춰도 서비스는 끊기지 않는다. 데이터센터에 불이 나도 데이터는 유실되지 않는다. 재해복구(DR)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오픈 클라우드 플랫폼 얼라이언스(Open cloud Platform Alliance, 이하 OPA)'가 12월 17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하는 '2025 K-PaaS 플러그페스트'에서 국산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과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기업들이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DR 역량을 직접 시연한다. 큐브리드, 인젠트, 두드림시스템 등 K-PaaS 생태계 참여 기업들이 각기 다른 방식의 DR 아키텍처를 선보이며, 국산 솔루션이 실제 장애 상황에서도 서비스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음을 증명할 예정이다.
큐브리드 "3개 CSP 넘나드는 멀티클라우드 DR 구현"
국산 오픈소스 DBMS 기업 큐브리드는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3개 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CSP)를 연동한 액티브-스탠바이 방식의 멀티클라우드 DR을 시연한다. 큐브리드는 현재 공공 부문 전체 시스템 약 1만950개 중 2117개(10.6%)에서 사용되고 있다.
박중현 큐브리드 전무는 "DR 구축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데이터베이스"라며 "소프트웨어는 서버 간 이중화가 비교적 단순하지만, DB는 실시간 데이터 동기화와 장애 발생 시 데이터 유실 최소화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큐브리드는 자체 고가용성(HA) 기능을 활용해 마스터(주)-슬레이브(부)-리플리카(복제) 구조의 DR 체계를 구현한다. NHN클라우드에 마스터와 슬레이브 노드를 배치하고, 네이버클라우드에 리플리카를 구성해 DR 센터 역할을 맡긴다. 한 클라우드 리전에 장애가 발생하면 다른 클라우드에서 즉시 서비스를 이어받는 구조다.
박 전무는 "실제 분산 구축된 외교부 거점 공관이나 온나라 시스템 등 공공 환경에서 이미 유사한 구조로 DR을 운영 중"이라며 "이번 시연에서는 운영 중인 DB 백업본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새로운 DR 환경을 추가 구축하는 시나리오까지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인젠트 "오픈소스로 액티브-액티브 무중단 DR 실현"
데이터 플랫폼 전문기업 인젠트는 포스트그레SQL(PostgreSQL) 기반 오픈소스 DBMS를 활용한 액티브-액티브 방식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기반 DR을 시연한다.
이대희 인젠트 이사는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를 혼용하는 이기종 환경에서 데이터 동기화를 맞추고 무중단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영역"이라며 "액티브-액티브 구조는 양쪽에서 동시에 읽기·쓰기가 가능해, 한쪽에 장애가 나더라도 서비스 전환 시 중단 없이 연속성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액티브-스탠바이 방식은 장애 감지 후 스탠바이 쪽으로 주도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수십 초에서 수 분간 서비스 중단이 불가피하다. 반면 액티브-액티브는 이런 과정 자체가 필요 없다.
이 이사는 "액티브-액티브는 기존에 오라클 RAC 같은 고가의 상용 기술에서만 제공되던 기능"이라며 "오픈소스 진영에서 이를 구현함으로써 비용을 8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AWS도 최근 'DSQL'이라는 액티브-액티브 기반 기술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이번 시연에서는 AI 서비스 연속성까지 검증한다. 이 이사는 "검색증강생성(RAG) 플랫폼과 벡터DB를 액티브-액티브로 구성해, AI 서비스 이용 중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 전체에 장애를가 발생해도 사용자가 중단을 체감하지 못하는 수준의 DR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드림시스템 "SaaS 관점에서 본 멀티클라우드 DR 구현"
전자도서관시스템 등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공급하는 두드림시스템은 멀티클라우드 환경에서 SaaS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공개한다. 두드림시스템은 약 1100개 공공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있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단일 SaaS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이승윤 두드림시스템 팀장은 "국내 SaaS 시장은 구독료 단가가 높지 않아, 인프라 비용과 소프트웨어 비용을 함께 감당해야 하는 SaaS 사업자 입장에서 멀티클라우드 DR은 비용 부담이 크다"며 "가격과 성능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두드림시스템의 해법은 레이어별 차등화다. 쿠버네티스, 로드밸런서 등 인프라 영역은 두 클라우드에 액티브-액티브로 구성해 트래픽을 분산 처리하고, DB와 스토리지 등 데이터 영역은 액티브-스탠바이로 구성하되 실시간 전환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 팀장은 "작년 플러그페스트에서는 액티브-스탠바이만 선보였지만, 올해는 일부 레이어를 액티브-액티브로 개선했다"며 "전체 인프라 장애뿐 아니라 특정 레이어만 문제가 생기는 국소적 장애에도 서비스 영향이 없도록 대응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K-PaaS 표준화가 연 새로운 가능성
이번 플러그페스트에서 국산 오픈소스 DB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기술적 의미를 넘어 산업 전반의 인식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이대희 이사는 "과거 공공·금융에서 오라클을 많이 쓴 이유는 당시 시장 플레이어가 오라클밖에 없었고, '오라클이면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구축된 시스템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픈소스 진영도 전 세계 개발자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기술 수준을 끌어올렸고, 이제는 오라클과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이 이사는 "기술은 따라왔는데 '오픈소스는 불안하다', '지원은 어떻게 받나'라는 문화와 인식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버린 AI도 같은 맥락"이라며 "오픈AI, 앤트로픽 등 빅테크도 오픈소스에서 출발해 상용화했고, 지금도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관리가 더 이상 오라클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라며 "금융·공공에서 오라클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인식과 문화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K-PaaS 표준화와 클라우드보안인증(CSAP)도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승윤 팀장은 "예전에는 CSP마다 운영체제(OS)도 다르고 표준화 되지 않아 선택지가 10개면 10개를 다 검토해야 했다"며 "이제는 K-PaaS 인증을 받았으면 어느 정도 호환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후 DR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 팀장은 "DR은 문제가 없으면 비용만 발생하는 영역이라 그동안 투자가 미뤄져 왔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점이 바뀌고 있다"며 "내년에는 DR 관련 예산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박중현 전무 역시 "화재 복구에 투입된 서버·스토리지 예산이 이미 반영됐고, DR 구축이 본격화되면 DB 시스템 수만큼 기술 지원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며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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