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삼키는 OTT 공룡… 벼랑 끝에선 韓 영화 산업
||2025.12.10
||2025.12.10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를 품으면서 글로벌 영화산업의 힘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만 받으면 슈퍼맨과 배트맨을 비롯한 헐리우드 대표 흥행 IP를 모두 확보한 초대형 스튜디오가 된다. 미국 영화업계는 극장 개봉 질서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은 이미 관객 감소와 폐점 확대로 흔들리고 있다. 넷플릭스가 시장 재편을 시작하기도 전에 버티기 힘든 구조적 위기에 놓였다는 진단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워너브라더스와 워너브라더스 산하 영화·TV 제작사, HBO TV채널, OTT HBO맥스를 720억달러(약 106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워너브라더스는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를 비롯해 슈퍼맨, 배트맨 등 DC코믹스 IP 같은 글로벌 흥행 IP를 대거 보유한 미국 헐리우드의 제작사 겸 투자·배급사다.
OTT 넷플릭스가 106년 역사를 가진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미국 헐리우드 작가조합, 프로듀서조합, 감독조합, 배우조합 등 영화계 관계자들은 세계 최대 OTT 기업의 영화산업에 전례 없는 위협을 가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의 영화를 넷플릭스가 영화관에서 우선 개봉하지 않거나 영화관 개봉 직후에 넷플릭스에서도 상영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 영화계에도 비슷한 우려가 쏟아진다. 워너브라더스가 배급하는 영화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의하면 올해 상영작은 총 50편이다. 이중 워너브라더스가 우리나라에 배급한 영화는 ‘미키17’, ‘마인크래프트 무비’, ‘F1 더 무비’, ‘슈퍼맨’,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등 10편이다. 국내 개봉 영화 5분의 1의 배급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담당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 영화계도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를 걱정스레 쳐다볼 이유는 차고 넘치는 셈이다. 특히 넷플릭스가 홀드백(의무 상영 기간)을 유지하지 않고 영화관 상영 중인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공개하면 영화산업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세계적으로 나오는 추세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어렵다는 점이다. 넷플릭스가 트럼프 대통령과 규제당국으로부터 워너브라더스 인수를 승인받고 본격적으로 영화산업에 뛰어들기도 전에 한국 영화업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영화관을 찾는 이가 코로나19 대유행이 절정에 달했던 2020~2021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 가장 문제다.
실제로 올해 누적 관객 600만명을 돌파한 영화는 단 한 편도 없다. 500만을 넘은 것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좀비딸’, ‘F1 더 무비’ 등 세 편뿐이다. 이중 좀비딸과 F1 더 무비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 직후 배포한 ‘영화관 6000원 할인권(문화소비 쿠폰)’의 수혜를 본 작품들이다. 게다가 올해 600만 고지를 돌파할 만큼 기대를 모으는 블록버스터 영화는 ‘아바타3: 불과 재’만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를 품고 영화산업의 배급 구조를 뒤흔들기 시작한다면 우리 영화산업은 버틸 여력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넷플릭스가 디즈니처럼 영화관 업계와 상생을 추구하더라도 국내 영화산업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비상 상황이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자사 OTT 디즈니 플러스를 서비스하면서도 영화관 개봉작을 바로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하지 않고 홀드백을 지키고 있다.
이미 우리 영화업계는 코로나19 대유행기 티켓 가격 인상으로 인해 관객이 줄면서 붕괴 조짐을 보였다. 노철환 인하대학교 교수가 아시아영화연구 15권 2호에서 연구한 주요국 영화관람료 부담지수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미국 다음으로 소득 수준 대비 영화 관람에 많은 돈을 들이는 나라다. 영화를 보러 가는 게 경제적 부담으로 느껴진다는 말이다. 영화관에 가는 이가 줄면서 영화관 실적이 악화됐다. 영화관 3사는 올해만 해도 CGV 12곳, 롯데시네마 4곳, 메가박스 5곳을 각각 폐점했다.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롯데시네마 운영사 롯데컬처웍스는 희망퇴직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영화업계는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 승인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넷플릭스가 디즈니처럼 홀드백을 지키려 할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업계의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영화 ‘아바타’를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11월 영화 팟캐스트 ‘더 타운’에서 “테드 서랜도스 CEO는 극장용 영화가 죽었다고 공식 석상에서 발언했다”고 말했다.
서랜도스 CEO가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워너브라더스가 배급하는 영화는 앞으로도 워너브라더스를 통해 영화관에 개봉될 것이라고 해도 영화업계 우려는 불식되지 않고 있다. 영화산업의 위기 원인 중 하나로 OTT 성장이 꼽히기 때문이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가 성사될 경우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통합이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과 콘텐츠 공급 안정성을 도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작사·창작자의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LA는 글로벌 영상·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 거점인 만큼 지역 경제와 고용에도 직접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형 플랫폼의 의사결정이 글로벌 제작·투자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LA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해외 독립 제작사·크리에이터들도 중장기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K콘텐츠의 글로벌 협업 및 공동제작을 추진하는 기업은 소수 메이저 플레이어 중심의 조정력 강화가 위험이자 새로운 변수다”라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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