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들고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위를 걷다가 커피를 쏟을 뻔한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혹은 무거운 짐을 수레에 싣고 가다 턱에 걸려 짐이 쏟아지는 난감한 상황도 일상에서 드물지 않게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동할 때 지면은 언제나 평평하지 않습니다. 경사로도 있고, 과속 방지턱도 있으며, 예기치 못한 요철도 존재합니다. 지금까지의 바퀴 달린 이동 수단들은 이 충격을 탑승자나 적재물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그런데 만약 바퀴 달린 로봇이 살아있는 동물처럼 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여 수평을 유지한다면 어떨까요.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공개한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입니다. 단순한 로봇 청소기나 배달 로봇을 넘어, 미래의 '움직임' 그 자체를 새롭게 정의한 이 기술에 대해 자세히 뜯어보겠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납작한 직육면체, 그 이상의 가치
현대차와 기아가 선보인 모베드(MobED)는 Mobile Eccentric Droid의 약자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편심(Eccentric)' 기술이 핵심인 모바일 로봇입니다.
첫인상은 꽤 단순합니다. 납작한 직육면체 바디에 네 개의 바퀴가 달려 있는 모습입니다. 얼핏 보면 스케이트보드 같기도 하고, 공장에서 쓰는 단순한 운반대차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단순함 속에 현대차그룹의 최첨단 로보틱스 기술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바로 바퀴입니다. 일반적인 자동차나 로봇의 바퀴와는 구조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지면의 굴곡을 무시하는 엑센트릭 휠
모베드에는 엑센트릭 휠(Eccentric Wheel)이라는 독자적인 기술이 적용되었습니다. 네 개의 바퀴가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입니다. 단순히 굴러가는 것을 넘어 바퀴의 높낮이를 조절하고, 기울기까지 제어합니다.
이 기술 덕분에 모베드는 기울어진 도로나 요철이 심한 구간에서도 바디를 언제나 수평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컵에 담긴 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들고 가는 사람의 손목 스냅처럼, 로봇이 스스로 지형을 읽고 반응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큽니다. 깨지기 쉬운 물건을 배송하거나, 정밀한 촬영이 필요한 카메라를 장착했을 때 흔들림 없는 안정성을 제공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공개된 영상들을 보면 높은 방지턱을 넘을 때도 본체는 마치 공중부양을 하듯 고요하게 수평을 유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자유로운 움직임, 확장된 스펙
모베드는 단순히 수평만 유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휠베이스와 조향각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고속 주행이 필요할 때는 앞바퀴와 뒷바퀴의 간격을 넓혀(휠베이스 확장) 주행 안정성을 높입니다. 반대로 좁은 골목길이나 복잡한 실내 공간에서는 휠베이스를 줄여 민첩하게 회전합니다. 심지어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도 가능해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방향 전환이 자유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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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스펙을 살펴보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너비 60cm, 길이 67cm, 높이 33cm의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무게는 약 50kg입니다. 배터리 용량은 2kWh로 1회 충전 시 약 4시간 동안 주행이 가능합니다. 최대 속도는 시속 30km까지 낼 수 있어 실내외를 아우르는 서비스 로봇으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특히 지면의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 기능과 조향, 제동, 구동 기능을 바퀴 하나에 통합한 인휠 모터 시스템은 현대차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플랫폼
제가 이 로봇을 주목하는 진짜 이유는 '확장성'에 있습니다. 모베드는 완성된 로봇이라기보다 하나의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이 납작한 판 위에 무엇을 올리느냐에 따라 그 용도가 무한히 확장됩니다.
유모차를 올리면 아이가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스마트 유모차가 됩니다. 부모가 힘들게 밀지 않아도 되고,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아이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하면 움직이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됩니다. 쇼핑몰이나 공항에서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정보를 제공하거나 광고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택배 상자를 적재하면 도심형 배달 로봇이 됩니다. 기존의 배달 로봇들이 턱을 넘지 못해 쩔쩔매던 것과 달리, 모베드는 계단이 아닌 이상 도심의 웬만한 장애물은 부드럽게 주파할 수 있습니다. 방송 장비를 올리면 흔들림 없는 촬영을 돕는 촬영용 돌리(Dolly)가 됩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즉, B2B 시장에서 각 기업의 니즈에 맞춰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최적의 베이스가 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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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돕는 기술, 로보틱스의 지향점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랩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미래는 명확해 보입니다. 단순히 신기한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동 경험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기존의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것에 집중했다면, 모베드는 도로가 아닌 곳, 즉 우리의 일상 공간 깊숙한 곳까지 들어옵니다. 현관 앞까지, 혹은 사무실 책상 옆까지 찾아오는 라스트마일 모빌리티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남아있을 겁니다.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의 자율주행 안전성, 배터리 효율, 그리고 가격 경쟁력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하드웨어의 완성도 측면에서 모베드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현재 나와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 중 단연 돋보입니다.
이제 우리는 로봇이 커피를 배달해 주는 세상이 아니라, 로봇이 커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배달해 주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더 세련되고 편리하게 만들어줄지, 모베드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앞으로 CES 등 다양한 글로벌 전시회와 실증 사업을 통해 우리 곁에 다가올 모베드의 실제 모습을 계속해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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