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은 200만원, 핵심은 선택과 집중… 데스크톱 PC 실속형 조합해보니
||2025.12.10
||2025.12.10
최근 몇 달간 PC업계는 두 가지 역설적인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먼저, 지금은 지난 몇 년 중 가장 ‘새 PC를 구매할 만한’ 시기다. 지난 10년간 사용돼 온 ‘윈도10’의 지원 주기가 지난 10월 끝나면서, 윈도11로 업그레이드하기 어려운 구형 PC는 교체 시점에 도달했다. 여기에 새로운 ‘AI PC’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PC 업계는 2025년에 이 윈도11 전환과 AI PC로 인한 새 PC 수요를 기대해 왔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은 지난 몇 년 중 가장 ‘새 PC를 구매하기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인공지능(AI)의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PC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몇 달 전과 비교하면 메모리 가격은 몇 배가 뛰었고 이에 따라 PC 가격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이에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데스크톱 PC를 구성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 하지만 꼭 필요한 요소에 집중한다면 제한된 예산 안에서도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은 PC 구성이 가능하다. ‘200만원’이란 예산 안에서 게이밍부터 AI 활용까지 모든 부분에서 만족스러운 PC를 구성하기 위한 핵심은 제한된 비용 속에서 최신 PC 경험에 꼭 필요한 부분만큼은 확실히 지켜내는 일이다.
비용 상한 속 꼭 사수해야 할 조건들
이번 PC 구성의 전제 조건은 ‘200만원’이라는 예산이다. 최근 PC 시장에서 200만원이라는 금액은 고성능 그래픽카드 한 장을 구입하는 데 그칠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메인스트림 급 이상의 PC 전체를 구입할 수도 있는 금액이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최대한의 만족감을 얻으려면 부품 구성에서도 핵심 가치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번 구성에서는 이 선택과 집중의 가치를 ‘비용 대비 성능’에 맞췄다. 구매 기준일은 지난 11월 18일이었다.
PC의 핵심이 될 프로세서로는 인텔의 ‘코어 울트라 7 265KF’를 선택했다. 코어 울트라 7 265KF 프로세서는 8개 P-코어와 12개의 E-코어로 총 20코어 구성과 최대 5.2GHz 수준의 높은 동작 속도를 갖췄다. 최상위 모델인 코어 울트라 9 285K와 비교하면 8개 P-코어는 동일하고 E-코어 수만 4개 적은 수준으로, 가격 대비 가장 뛰어난 가치를 지닌 점이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한편, 외장 그래픽을 사용할 예정인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비용적인 매력이 있는 ‘F’ 모델을 골랐다.
인텔의 코어 울트라 2세대 프로세서에는 내장 그래픽의 유무에 상관없이 신경망처리장치(NPU)가 장착돼 ‘AI PC’로의 요건을 충족한다. 윈도11 환경에서 코어 울트라 2세대의 NPU는 카메라 등에 윈도 스튜디오 효과를 지원하고, 여타 서드파티 프로그램들에서 음성 인식이나 이미지 편집 등 AI 작업에 활용할 수도 있다. 출시 초기 언급되던 전력 프로파일 설정에 따른 성능 문제도 해결돼, 이제는 온전히 최적화된 성능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됐다.
코어 울트라 7 265KF와 함께 사용할 쿨러는 듀얼 타워 방식 공랭 쿨러인 써멀라이트의 ‘피어리스 어새신 120’을 선택했다. 코어 울트라 7 265KF의 플랫폼 최대 전력 설정은 250W 수준으로, 이 쿨러의 TDP 용량 범위 안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즉, 꼭 고가의 고성능 수랭 쿨러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코어 울트라 200 시리즈는 이전 세대 대비 실제 워크로드에서의 전력 소비량과 발열 모두 줄어서, 쿨링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함께 사용할 메인보드는 에이수스의 B860M-A CSM을 선택했다. 이 메인보드는 인텔의 B860 칩셋을 사용해 기본 기능에 충실한 점이 장점이다. 메모리 소켓 4개를 온전히 갖춘 점 등이 중요한 선택의 이유가 됐다. 프로세서의 오버클럭킹은 사용할 수 없지만 K 시리즈 프로세서의 기본 사양 자체를 온전히 지원하는 것만으로 일반 프로세서 대비 성능 우위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K 시리즈 프로세서라도 정규 동작 조건 이내에서 사용한다면 B860 칩셋 기반 메인보드의 전원부 구성으로도 충분히 여유롭다.
메모리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현재 데스크톱 PC 구성에서 꼭 지켜야 할 요건 중 하나가 ‘32GB 메모리’다. 이제 16GB 메모리는 기본적인 활용에도 조금 빠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에 메모리는 16GB 모듈 두 개로 32GB를 맞췄고, 모듈은 꼭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제품을 고집할 것 없이 가장 기본적인 DDR5-5600 표준 규격을 준수하는 선에서 선택했다. 결국 선택한 것은 마이크론의 DDR5 제품이었는데, 표준 사양을 준수하면서 단품별 포장과 방열판 기본 장착 등에서 만족스러운 면이 있다.
스토리지는 가능하면 2테라바이트(TB) 용량을 쓰는 게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1TB’ 용량만큼은 지켜내야 한다. 최근 프로그램과 게임 등의 설치 용량이 제법 커진 덕분에 512GB 용량은 좀 아쉽다. 클라우드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일상화로 PC에 대용량 저장 장치를 고민해야 할 필요가 줄어든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선택한 제품은 WD의 블루 SN5100 1TB 모델인데, QLC 메모리에 1TB 용량으로 무난한 선택이다. 이제 QLC 기반 SSD의 내구성을 그리 걱정할 시기는 아니고, 성능도 극한 상황이 아니면 무난한 수준이다.
그래픽카드는 예산 안에서 양보할 수 없는 필수 요건들을 빼면 선택지가 몇 남지 않는다. 이번 구성에는 조텍의 지포스 RTX 5060 Ti 16GB 모델을 선택했다. 이 모델은 크기도 작고 전력 소비량도 적어 대부분의 PC에서 장착과 활용에 큰 어려움이 없다. 성능 측면에서는 기본 성능도 준수하고, DLSS4 다중 프레임 생성 기능을 사용하면 체급의 아쉬움까지 제법 극복할 수 있다. AI를 다룰 때는 상위 모델인 지포스 RTX 5070보다도 메모리가 많아 더 큰 모델까지도 다룰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래픽카드에서 예산을 더 줄이고자 한다면 조금 도전적인 선택도 고려할 만하다. 그래픽카드 비용을 줄일 때의 정석적인 선택이 ‘지포스 RTX 5060 8GB’라면, 좀 더 도전적인 선택으로는 ‘인텔 아크 B580 12GB’ 모델까지 생각해볼 수 있겠다. 인텔 아크 B580 12GB 모델은 준수한 성능에 좀 더 넉넉한 그래픽 메모리를 더 매력적인 가격대에 얻을 수 있는 선택이다. 드라이버 지원 수준도 제법 안정화됐고, ‘다중 프레임 생성’ 기술도 제공이 예고된 바 있어 기능·성능적으로 경쟁 제품에 크게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적당한 메인스트림 급에서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를 선택했다면 파워 서플라이와 케이스에서도 비용을 조절할 여지가 있다. 인텔 코어 울트라 7과 지포스 RTX 5060 Ti의 조합이라면 파워 서플라이 권장 사양은 600W 선이면 충분하다. 케이스 또한 지포스 RTX 5060 Ti나 인텔 아크 B580 레퍼런스 디자인에서는 무난한 중저가형 미들타워 케이스 정도로 충분하다. 이 부분에서 지나치게 여유를 잡는 경향은 최근 몇 년간 시장에 나타난 거품 같은 존재기도 하다.
게이밍에서 작업용, AI까지 두루 만족스러운 성능
이렇게 ‘200만원’에 맞춘 시스템의 성능은 대략 어느 정도일까. 테스트 시스템은 인텔 코어 울트라 7 265KF와 에이수스의 B860M-A CSM 메인보드, 지포스 RTX 5060 Ti 16GB 그래픽카드, 32GB DDR5-5600 메모리와 1TB SSD 등을 장착했다.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11 25H2에 11월 정기 업데이트까지 적용했고, 주요 드라이버는 각 제조사 제공 최신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테스트는 일반적인 성능에서부터 콘텐츠 제작, AI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역량을 확인했다.
먼저, UL 프로시온(Procyon)의 애플리케이션 성능 테스트에서는 가격대가 높은 하이엔드 급 PC 구성에 비해서도 큰 손색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오피스 생산성과 사진 편집은 코어 울트라 9 프로세서와 더 고가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한 것과 비교해도 큰 차이 없다. 일반적인 생산성 관련 워크로드에서는 GPU 가속을 사용한다 해도 현재 조합이 최적 비용 효율 지점에 가깝다. 비디오 편집 성능은 상위 모델 대비 인코더 수로 인한 성능 차이가 있지만 하위 모델들과도 차별화된 만족스러운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3D마크(3DMark)의 ‘CPU 프로파일’ 테스트에서의 연산 성능에서도 코어 울트라 7 265KF는 코어 울트라 9 285K에 손색 없는 성능을 보이고, 하위 모델과는 분명한 성능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지금까지 ‘필수’로 여겨지던 고가의 고급형 메인보드와 수랭 쿨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본연의 성능은 충분히 잘 나오고 발열 측면에서도 충분히 여유가 남아 있다. 비용 대비 성능에 충실하자면 이러한 부분에서 ‘거품’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
UL 프로시온의 AI 테스트에서는 모든 거대언어모델(LLM) 테스트를 무난히 수행할 수있는 데서 ‘GPU 메모리’의 여유가 느껴진다. 현재의 코어 울트라 7 265KF와 지포스 RTX 5060 Ti 16GB 그래픽카드 조합은 그래픽카드를 12GB 메모리를 장착한 지포스 RTX 5070으로 올릴 때보다도 접근할 수 있는 AI 모델 영역이 더 넓다. 테스트 대상 모델들의 초당 토큰 수도 파이 3.5 모델은 초당 118토큰, 라마 3.1에서도 74토큰 이상으로, 개인이 사용하는 정도로는 제법 쾌적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다.
게이밍에서의 그래픽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3D마크(3DMark)’에서도 테스트 시스템 구성은 인상적인 성능 균형을 보여준다. 그래픽카드가 성능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프로세서도 충분한 기본 성능을 갖춰야 하는데, 코어 울트라 7 265KF는 지포스 RTX 5060 Ti 16GB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는 여유있는 기본 성능을 갖췄다. 테스트 시스템은 대부분의 결과에서 그래픽카드가 낼 수 있는 최상위급 결과를 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카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DLSS 4’ 기술은 게이밍에서의 체감 성능을 한 차원 더 높인다. 지포스 RTX 50 시리즈의 ‘DLSS 4’ 기술에서는 그래픽을 낮은 해상도로 렌더링하고 AI로 업스케일링하며, 한 프레임을 렌더링할 때 3프레임을 AI로 생성할 수 있는 ‘다중 프레임 생성(MFG)’ 기술도 제공된다. 이를 사용하면 지포스 RTX 5060 Ti 16GB 그래픽카드도 FHD(1920x1080) 이상 해상도에서도 여유로운 게이밍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
3D마크의 4K DLSS 기능 테스트에서 테스트 시스템은 DLSS를 사용하지 않을 때 22프레임에 그치지만, DLSS 4 퍼포먼스 모드에 프레임 생성 4배를 적용했을 때는 141프레임 수준까지 성능이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 ‘사이버펑크 2077’에서도 2560x1600 RT 울트라 옵션에서 DLSS를 사용하지 않으면 초당 34프레임에 그치지만, DLSS 퍼포먼스 모드에 4X 프레임 생성 기능을 사용하면 초당 210프레임의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언제나 예산이 정해진 상황 속에서 후회 없는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최근처럼 시장 상황이 갑자기 변할 때는 PC 구입을 결정하기가 더욱 어렵다. 하지만 AI PC로의 시장 전환과 윈도10의 지원 종료 등 여러 계기를 맞아 교체가 필요한 PC를 제 때 바꾸지 않는 것은 비용만큼 중요한 ‘시간’을 잃는 선택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적의 결과를 찾아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200만원’이라는 한정된 예산으로 최적의 조합을 찾는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PC를 사용할 목적이 분명하다면, PC 조합 또한 일반적인 ‘추천 구성’보다는 목적에 맞춘 특별한 조합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가성비’란 단순히 ‘비용 대비 최적 효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내게 필요한 성능을 얻을 수 있는 효율적 구성’을 뜻하기도 한다. 두 의미는 비슷해 보여도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PC 구성에서 프로세서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면 이러한 차이를 체감하게 된다.
조립 PC 시장 전반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제품 구성의 ‘인플레이션’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많은 부품들이 경쟁 제품과 차별화를 위해 실제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은 여유를 두고, 이를 이유로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메인보드의 전원부 구성이나 고급 수랭 쿨러의 유행, 혹은 고용량 파워 서플라이와 화려한 조명을 갖춘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극한 성능을 추구하는 하이엔드 유저에게는 이런 요소들이 필요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용자에게는 활용하지 않을 여유에 비용을 지불하는 ‘낭비’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부분을 누구에게나 꼭 필수적인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시장의 거품을 키워 온 부분도 있다. 지금처럼 시장에 큰 변화가 있는 시점에는 비용을 최적화하면서 과거의 ‘거품’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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