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왜 지금 코스피 이전 상장 택했을까
||2025.12.09
||2025.12.09
국내 바이오 대장주 알테오젠이 코스닥을 떠나 코스피(유가증권시장)로 향한다. 시가총액 23조원에 달하는 코스닥 시총 1위 기업이 공식적으로 ‘탈(脫) 코스닥’을 선언하면서, 시장의 시선은 왜 지금 코스피 이전을 택했느냐에 쏠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최근 열린 임시 주주총회을 통해 ‘코스닥 조건부 상장 폐지 및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안건을 통과시키며 사실상 코스피 입성을 확정했다.
알테오젠의 선택에는 분명한 사업적 타이밍이 깔려 있다. 회사의 핵심 기술은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ALT-B4’로, 전 세계 최대 의약품 매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 MSD의 항암제 ‘키트루다’를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기술 성과는 2026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매출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키트루다의 글로벌 매출은 295억달러(43조원)에 달한다. MSD는 기존 키트루다 사용자의 40%가 2027년까지 SC 제형으로 전환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MSD는 알테오젠과 키트루다 SC와 관련해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매출 기반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 계약을 맺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올해 코스피 이전 계획이 윤곽을 드러내면서부터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에 맞춰 이전 상장을 실행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번 코스피 이전은 단순한 ‘시장 이동’ 차원을 넘어 알테오젠의 체급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코스닥이 개인 투자자 중심의 고위험·고수익 시장이라면, 코스피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고 자금 조달 환경이 훨씬 안정적이다.
일부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는 내부 규정상 코스피 상장 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어,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게 코스피는 사실상 필수 코스로 여겨진다. 여기에 ‘코스피 상장사’라는 간판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협상에서 기업 신뢰도를 높이는 상징적 무기로 작용한다.
알테오젠 내부에서도 코스피 이전 이후를 대비한 준비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박순재 대표는 12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기업가치 95%를 차지하는 ALT-B4 외에 추가 성장동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오픈 이노베이션 팀을 신설해 최소 임상 1상 단계의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26년부터는 생산능력(케파) 확대를 위한 공장 증설도 본격화된다. 이미 독일 설계사무소와 계약을 체결했고, 본설계와 착공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허가를 모두 충족하는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이 목표다.
다만 박 대표는 코스피 이전이 결코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한국거래소가 이전 상장을 허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코스피에 걸맞은 실적과 매출, 영업이익 구조를 갖춰야 하는 만큼 상당히 엄격한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코스피 이전 이후에는 공시 의무와 내부 통제 기준이 대폭 강화되고, 공매도 재개와 유통 주식 수 확대에 따른 주가 변동성도 불가피하다.
주주들은 전반적으로 코스피 이전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코스피는 제조업 중심의 안정적 실적 기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임상 결과와 기술 이전 성과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바이오 기업에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코스닥 시장 자체의 위상 약화에 대한 걱정도 뒤따른다. 일정 규모로 성장한 바이오 기업들이 ‘성공하면 코스피로 간다’는 공식처럼 움직일 경우, 코스닥이 초기 기술기업의 성장 플랫폼이라는 본래 기능을 잃고 단순한 ‘임시 정거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테오젠의 선택은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필연적 수순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ALT-B4를 앞세운 기술 수출 성과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는 시점, 안정적인 자금 조달 환경과 글로벌 투자자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코스피는 알테오젠에게 가장 현실적인 다음 단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일한 걸림돌로 평가받던 키트루다SC에 대한 독일 할로자임의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도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 상황이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 “독일 할로자임이 신청한 키트루다SC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이 인용됐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명확히 알아야 할 것은 독일에서의 가처분 신청 인용은 특허권의 유·무효 판단과 전혀 별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명령은 미국에서의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유럽 외 다른 국가도 독립적으로 가처분 인용 여부를 판단한다”며 “이 명령으로 영향을 받는 매출은 키트루다SC 전체의 2%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테오젠이 자체적으로 상업화까지 성공시킨 의약품은 없지만 무형의 기술력만으로도 회사의 체급이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좋은 예시를 보여줬다”며 “코스닥을 평정한 알테오젠이 코스피에서도 다시 한 번 ‘바이오 대장주’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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