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발목 잡힌 약국 재고 확인 서비스
||2025.11.27
||2025.11.27
국회에서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불리는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산업에 사실상 강력한 제동이 걸렸다. 법안은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업 허가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으로, 현행 시스템을 기반으로 약국 재고 정보를 공개해 온 닥터나우가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된다.
비대면 진료 산업계는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한 ‘닥터나우 방지법’에 대해 우려에 목소리를 드러냈다. 법안이 최종 관문인 본회의까지 넘을 경우, 비대면 진료 시장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6일 오후 국회 법사위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플랫폼 사업자는 의사나 약국보다 훨씬 영향력이 크다”며 “플랫폼 사업자가 약품 도매상을 겸업하면서 제휴약국에게 도매상을 통해 약을 공급받게 유인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말했다.
닥터나우가 도매업 허가를 취득해 운영해 온 약국 재고 공개 서비스는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환자들이 가장 빈번히 호소하던 문제, 이른바 ‘약국 뺑뺑이’ 해소를 위한 서비스로 알려졌다.
환자가 처방받은 약을 어느 약국에서 조제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시스템이 부재한 탓에 환자들은 여러 약국을 돌아다니며 번거로움과 치료 지연을 겪어왔다. 닥터나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약국 재고 정보를 확보·개방해 왔고, 회사 측은 “국민 편익을 위한 투명성 강화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존 도매업 영위 플랫폼에도 경과 기간 후 사업 중단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해당 기능이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정치권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 제기도 이어졌다. 개정안 대표 발의자인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닥터나우가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면서 수수료나 우선 노출 혜택을 통해 불법적인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도 “일종의 불공정거래(의약품 불법 리베이트)가 될 수 있는 거고 특정 의약품을 쓰게 만드는 유인 효과가 있다”며 “플랫폼이 독점력, 파급력이 큰 것을 가지고 의사 처방이나 약국 조제에 영향을 미치는 걸 우려하는 것이고 플랫폼이 제약사 투자를 받거나 이렇게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닥터나우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약국에 공급한 의약품 대금만 수취하고 있으며, 모든 약국을 위치 기반으로 동일하게 노출해 특정 약국을 우선 노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안 발의 이후 우려가 제기된 약국 정보 노출 방식을 개편하고 모든 약국에 재고 시스템을 개방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닥터나우는 이번 입법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약사법·의료법·공정거래법 등 기존 법률로 이미 환자 유인, 불공정 거래, 리베이트 등은 규제할 수 있는데 별도의 법을 신설해 특정 플랫폼 기능을 정면으로 금지하는 것은 법체계의 일관성, 예측 가능성, 스타트업 혁신성을 전반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4년 국정감사에서 “닥터나우의 도매업 방식이 불공정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던 만큼, 정부의 기존 판단을 신뢰해 시스템을 고도화해 온 기업 입장에서는 정책의 일관성 훼손이란 비판도 나온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스타트업 규제 논란을 넘어 의료 공급자 중심의 현 체계와 기술 기반 의료 접근성 확충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다. 실제로 비대면 진료는 제도권에 편입되기 전부터 국민 만족도가 90%를 넘는 등 수요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플랫폼 규제는 강화되는 흐름으로 업계 내에서는 환자의 편익보다 의료계 이해관계가 우선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한다. 약 배달 금지, 초진은 동네의원 중심, 플랫폼의 환자 매칭 제한 등 최근 규제의 방향은 ‘플랫폼 역할 축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닥터나우는 이번 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환자 불편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는 혁신적 시도가 소통 없이 일괄 제한되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남은 입법 과정에서 국민 편익, 법체계의 일관성, 스타트업 혁신 의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 판단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생태계 발전을 위해 설립된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도 국회에 닥터나우 방지법 철회를 촉구했다.
코스포는 입장문을 통해 “스타트업 혁신 동력을 약화시키는 닥터나우 방지법 입법 추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번 법안은 국민 편익 제고와 의료·약무 영역의 불편 해소를 위해 비대면 진료 중개 스타트업이 시도해 온 혁신을 소급적으로 불법화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제2의 타다금지법을 떠올리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같은 규제 방식이 자리 잡는다면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스타트업의 혁신이 시작 단계에서 좌절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로톡·삼쩜삼 등 기득권 직역과 관련된 혁신 서비스들이 제도적 장벽에 막혀온 것처럼 시장 투명성과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신산업 모델들이 직역단체의 반대로 규제로 이어지며 혁신의 지속가능성 역시 차단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코스포는 “기득권 직역단체의 논리를 벗어나 기업이 국민편익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주기 바란다”며 “신산업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입법보다는 기업에 최소한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해 지속 가능한 혁신 환경을 마련해 주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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