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 인력 감축 칼바람… 디지털 전환 영향
||2025.11.20
||2025.11.20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고금리 장기화와 연구·개발(R&D)비 부담, 특허 만료 경쟁, 디지털·AI 전환에 따른 조직 재편 등이 겹치면서 전통 ‘빅파마’들이 인건비 절감에 돌입한 것이다.
피어스파마(fiercepharma)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감축하는 인원이 3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한 기업은 노보 노디스크다. 비만 치료제 ‘웨고비(Wegovy)’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며 고성장을 이어가던 회사지만, 새 CEO(최고경영자) 취임 직후 전 세계 직원 9000명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전체 인력의 약 11%에 해당하는 규모다. 당뇨·비만 치료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와 생산 능력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반면, 경쟁 심화와 비용 부담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조직 효율화를 서둘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도 대대적인 감원 절차를 실시했다. 뉴저지 로렌스빌 캠퍼스에서만 110명 추가 감원을 예고했으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구조조정으로 이미 2000명 넘는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
신약 파이프라인 재편 과정에서 상업·본사 조직의 재구성이 계속되면서, 회사는 ‘20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을 공식 목표로 내걸고 있다. 최근 항암제 부문의 매출 성장 둔화와 경쟁 심화가 감원 배경으로 거론된다.
머크(Merck)도 예외는 아니다. 회사는 최근 미국 뉴저지 주에서 204명 감축 계획을 제출한 데 이어, 글로벌 기준으로는 올해에만 약 6000명(전체 8%) 규모의 인력을 재배치·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크는 이를 단순 구조조정이 아닌 ‘자원의 전략적 재배치’라고 강조하지만, 2027년까지 연간 30억 달러 비용 절감이라는 목표를 내놓으면서 사실상 장기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특정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에서 확인된다. 바이오월드(BioWorld) 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들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발표된 감원 규모는 3만 2824명으로 이미 지난해 총량을 넘어섰다.
인력 조정의 폭과 속도가 동시에 커진 셈이다. 특히 임상시험·자료 분석·약가 협상 등 고비용 영역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기존 인력의 역할이 줄어드는 구조 변화도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감원이 단기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비용 구조 혁신’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만·면역계·항암제 분야에서 수많은 기업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기존 빅파마들도 공격적인 투자와 효율화 전략을 병행해야 하는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유럽 제약사의 구조조정은 기술이전(L/O) 전략 변화나 외부 파트너십 확대와 연결될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협력 기회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비용 절감을 이유로 기존 공동개발·상업화 계약 조정이 이뤄질 경우 한국 바이오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규제 환경 변화와 신약 후보 우선순위 조정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글로벌 파트너의 전략 방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 분석 능력이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신약 개발 시대의 승자와 패자가 내년이면 더 뚜렷해질 것”이라며 “지금의 감원은 그 전초전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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