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홍역 퇴치국 지위 상실 위기
||2025.11.20
||2025.11.20
미국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홍역 퇴치국’ 지위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현지 감염병 전문가들은 미국 일부 지역에서 백신 접종률 저하로 홍역이 연속 전파되는 고리가 만들어졌다고 경고했다.
CDC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2개월 동안 1700명 넘는 홍역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대다수가 백신을 제때 맞지 않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초 텍사스 서부에서 시작된 대규모 감염이 아리조나·유타 등 인근 주로 이어지며 세계보건기구(WHO)와 CDC는 “홍역이 미국 내에서 다시 유행할 위험이 현실화 됐다”고 지적했다.
국제적으로 홍역 ‘박멸 상태’는 12개월 이상 한 지역에서 지속적인 전파가 이어지지 않아야 유지되는데, 미국은 이 기준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홍역 확산의 근본 원인으로는 백신 기피와 접종률 격차가 꼽힌다. 미국 유치원생의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 접종률은 평균 92%대에 머물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80%대 이하까지 떨어지는 곳도 있다.
전문가들은 “초전염성 질환인 홍역을 막으려면 지역사회 면역률이 95% 이상 유지돼야 한다”며 “소수의 ‘취약 지역’이 전체 전파의 발화점이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발병 사례 대부분이 백신을 한 번만 맞았거나 아예 맞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
홍역은 고열과 발진으로 알려졌지만, 폐렴·뇌염 등 중증 합병증 위험이 높고 감염 후에는 면역체계가 기존에 기억하던 병원체에 대한 방어력을 잃는 ‘면역 손실’ 현상까지 일으킨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이 박멸국 지위를 상실할 경우 해외 유입 사례 하나가 지역사회 감염으로 즉시 이어지는 환경이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이번 사태는 선진국이라도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순간 감염병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경고라는 평가다. 과학자들은 커뮤니티별 접종률 회복, 취약 지역 백신 접근성 강화, 조기 차단을 위한 감시체계 개선 등이 당장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한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홍역은 한 번 통제력을 잃으면 되찾는 데 매우 큰 에너지가 든다”며 “백신 접종률을 전국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홍역이 미국 내 상시 유행 병원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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