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의 미학으로 완성한 플래그십, 제네시스 G90 블랙 [시승기]
||2025.11.09
||2025.11.09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검은색이 그 대표적인 예다. 겉으로는 가장 어두운 무채색으로 인식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의미가 숨어 있다. 권위와 위엄, 신비로움, 안정감, 보호, 결단력, 그리고 품격까지 검은색은 단순한 어두움을 넘어 강렬한 상징성을 품고 있다. 많은 컬러리스트들이 검은색이 지닌 힘을 특별하게 평가하는 이유다.
제네시스는 이러한 색의 힘에 주목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플래그십 세단 ‘G90 블랙’이다. 브랜드는 검은색을 통해 우아함과 고급스러움, 그리고 진정성을 표현하며, 단순한 색상의 확장이 아닌 플래그십 모델의 새로운 가치 기준을 제시했다.
검은색 명암으로 완성한 조화와 깊이
G90 블랙의 외관은 시선이 닿는 모든 부분이 검은색으로 마감됐다. 하지만 기존 블랙 모델과는 확연히 다르다. 검은색의 명암 차이를 활용해 입체감과 조화를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외장 컬러는 ‘비크 블랙(Vik Black)’으로, 현무암 해변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 비크 지역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색상은 일반적인 펄 도료 대신 ‘블랙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유리 안료를 사용해 깊이 있는 질감을 구현했다.
전면부에는 솔리드 블랙으로 마감된 크레스트 그릴과 블랙 전용 기요셰 패턴 엠블럼이 적용됐다. 크롬 대신 블랙으로 완성된 레이어드 아키텍처 그릴은 깔끔하고 정제된 인상을 준다.
신규 디자인의 전용 휠과 블랙 마감된 휠 볼트, 브레이크 캘리퍼, 플로팅 휠 캡은 완성도를 높였다. 사이드 몰딩과 하단 가니시, 도어 핸들 등 크롬이 적용됐던 부분도 모두 블랙으로 대체돼 일체감을 더했다.
후면부 역시 크롬 장식을 모두 제거하고 검은색으로 마감했다. 하단 가니시와 머플러 팁을 블랙 처리해 정돈된 이미지를 완성했다. 트렁크 중앙 레터링은 다크 메탈릭 색상으로 변경하고, 차명과 구동 배지는 삭제해 절제된 고급미를 강조했다.
검은색으로 표현한 ‘여백의 미’
실내는 전체적으로 짙은 톤으로 구성됐다. 단순히 어두움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검은색이 가진 깊이감과 고급스러움을 통해 차별화된 품격을 보여준다. 밝은 컬러로 공간감을 강조한 기존 G90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스티어링 휠에는 외장과 동일한 다크 메탈릭 엠블럼이 적용됐고, 뱅앤올룹슨 스피커 그릴 역시 검은색으로 처리됐다. 전자식 변속 다이얼과 통합 컨트롤러에는 블랙 리얼 알루미늄이 사용됐으며, 오디오·시동 버튼·송풍구·데코라인 등 실내 주요 요소도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도어 패널의 황동색 지-매트릭스(G-Matrix) 패턴 가니시다. 이는 전통 고가구의 경첩이나 모서리 장식에서 볼 수 있는 두석(頭錫) 공예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됐다. 시트에는 어두운 광택의 파이핑과 지-매트릭스 퀼팅이 적용돼 세련된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롱 휠베이스 모델을 기반으로 한 G90 블랙은 3370밀리미터(㎜)의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4인승 VIP 시트 구성을 갖췄다. 실내 공간은 넉넉하며, VIP 시트에는 마사지 기능과 1열 조수석 조절 기능이 포함돼 있다.
2열에는 14.6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스트리밍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무드 조명이 추가된 대형 파노라마 선루프가 개방감을 더한다.
힘보다 품격, 정숙성과 승차감의 정점
G90 블랙은 ‘힘’보다 ‘품격’에 초점을 맞췄다. 파워트레인은 3.5리터(L) 터보 48볼트(V) 일렉트릭 슈퍼차저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풀타임 4륜구동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기존 V8 5.0L 엔진을 대체한 이 구성은 최고출력 415마력, 최대토크 56.0킬로그램미터(㎏·m)의 성능을 발휘한다.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는 저속 구간에서 공기를 한 번 더 압축해 터보랙을 최소화한다. 가속 페달 반응은 즉각적이지만 결코 거칠지 않으며, 400마력이 넘는 출력에도 주행 전개는 여유롭고 안정적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폭발적인 가속보다는 균형 잡힌 추진력으로 부드러운 리듬을 이어간다.
속도에 따라 변화하는 세팅 역시 인상적이다. 일반 주행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이 부드럽지만, 시속 120~130㎞를 넘기면 반응이 예리해지고 서스펜션 감쇠력도 단단해진다. 에어서스펜션은 노면 상태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요철을 부드럽게 걸러내고 코너링 시 차체 쏠림을 최소화한다.
플래그십 모델답게 정숙성은 최고 수준이다. 21인치 휠을 장착했음에도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은 실내로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엔진 회전수를 높이는 상황에서도 실내는 조용함을 유지한다. 전장이 5275㎜에 달하지만, 후륜 조향 시스템 덕분에 좁은 도로와 고속 주행에서 모두 우수한 선회 능력을 보인다.
G90 블랙은 단순히 검은색을 강조한 모델이 아니다. 가장 근원적인 색인 검은색을 통해 새로운 품격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완성했다.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 진정성, 품격, 고급스러움이 G90 블랙에서 한층 더 빛난다. 화려함보다 진정한 고요함과 존재감으로 완성된 G90 블랙은 플래그십의 품격이 무엇인지 다시금 증명한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