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0건’인데…페달 오조작 장치 의무화, 누굴 위한 법인가?
||2025.11.05
||2025.11.05
서울 시청역 참사 이후 ‘급발진’이라는 단어는 대형 사고의 단골 해명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급발진이 실제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대부분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하는 오조작이 원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충격은 컸다. 9명이 숨진 참사부터 음식점과 인도로 돌진한 사고까지, 피해자 입장에서는 ‘급발진’이든 ‘실수’든 결과는 참혹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업계는 예방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 보조 장치’ 보급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급발진 인정 사례가 없는데도 이 장치를 의무화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결국 ‘누구를 위한 법인가’라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국과수 자료를 보면, 지난 5년간 접수된 급발진 의심 사고 364건 중 321건(88.2%)이 페달 오조작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41건도 차량 파손으로 원인을 확인하지 못했을 뿐, 급발진이 인정된 경우는 없었다. “급발진은 없다”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실수로 인한 사고가 훨씬 많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에 자동차 업계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현대차·기아는 캐스퍼 일렉트릭과 EV5에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장치를 탑재했다. 이 장치는 전·후방 센서가 사람이나 차량을 인식하면,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아도 자동으로 멈추게 한다. EV5에는 추가로 ‘가속 제한 보조’ 기능까지 탑재돼 돌발 상황에서 속도 폭주를 막는다.
일본은 이미 더 나아갔다. 정부가 주도해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의무화했고, 2028년부터는 모든 차량에 오조작 방지 장치를 설치하도록 법제화했다. 일본의 교통사고율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는 보고도 나왔다.
한국 역시 발걸음을 뗐다. 국토부는 5억 원의 예산을 들여 고령 택시기사와 소형 화물 운전자를 대상으로 장치 설치비의 50~80%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시범 사업’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오조작 안전 보조 장치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의무화 과정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 장치는 4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후장착도 가능하다”며 “모든 차량에 확대 적용한다면 사고 예방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장치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될 것이다. 40만 원이라는 비용은 불필요한 소비가 아니라, 대형 사고를 막고 사람 목숨을 구하는 장치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실제로 일본은 장치 의무화를 통해 교통사고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성과를 내며, 안전 규제가 사회 전체의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한국 역시 시범 사업을 넘어 전 차종으로 확대 적용한다면,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비용보다 안전이다. 급발진 인정 사례가 ‘0건’이라는 사실보다, 오조작 사고로 매년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현실이 중요하다. 법과 제도는 논란보다 생명을 우선해야 하며, 오조작 방지 장치 의무화는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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