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브레인’이 전망한 AI 추론 시대 메모리 시장 변화… “기능별로 메모리 배치하는 조합의 시대 열려”
||2025.11.04
||2025.11.04
“이제 메모리를 위한 최적화가 아키텍처(설계)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SK하이닉스에서 ‘브레인’으로 불리는 박경 부사장(비즈인사이트 담당)과 주영표 부사장(시스템 아키텍처 담당)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Summit) 2025’ 2일 차 세션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AI)이 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메모리 시장도 ‘고객 맞춤형’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부사장이 이끄는 비즈인사이트 조직은 메모리 시장의 기술·경쟁과 같은 핵심 동향을 파악해 주요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AI 서비스 진화에 따른 시스템 변화를 연구해 메모리 시장의 성장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어 ‘SK하이닉스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곳’으로 불린다. 주 부사장이 이끄는 시스템 아키텍처 조직은 미래 전략을 실행하는 핵심 개발 부서다. 메모리 중심의 차세대 시스템 아키텍처 기술의 실질적 연구개발(R&D)이 여기서 이뤄진다.
◇ “단순 공급자에서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변화”
박 부사장은 이날 ‘AI 서비스 인프라의 진화와 메모리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에이전트 AI를 거쳐 피지컬 AI(로봇과 같은 물리적 시스템에 AI 결합)로 이어지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지는 모르지만, 변화의 속도·양이 문제지 (AI 중심으로 사업이 변화하는) 방향은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변화를 구현하는 AI 반도체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2030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9800억달러(약 1410조8080억원) 이상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AI향 데이터센터가 8230억달러(약 1184조7908억원)로 전체의 약 84%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30년에는 웨이퍼 4100만장 정도의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공급할 수 있는 규모는 3100만장에 그친다”며 “이런 구조 변화에 따라 가격 경쟁 중심이었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강력한 힘이 생겨 다양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고, 기술을 선도하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부사장은 또 AI 서비스가 ‘추론’ 중심으로 발전하고, 점차 소형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고객 맞춤형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AI 학습에는 필요한 메모리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추론 영역에서는 메모리 고정이 불가능하다. 접속자 수가 많아지고 생각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소요되는 메모리양이 급증하기 때문”이라며 “추론은 학습과 달리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주기억장치(Host Memory)·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모두가 최적화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성능·용량·구성 방식이 서비스의 효율을 결정짓는 요소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엔비디아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최근 공개한 차세대 AI 반도체 플랫폼 루빈(Rubin)은 GPU에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중앙처리장치(CPU)에 LPDDR5X(저전력 D램)를, CPX(AI 추론 특화 가속기)에는 GDDR7(그래픽 D램)을 장착했다. 박 부사장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 보지 못한 패턴”이라며 “x86 CPU에 D램과 낸드를 붙이는 천편일률적인 메모리 구조가 깨지고 기능별로 메모리를 배치해야 하는 ‘조합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은 이런 변화로 메모리 시장이 “소품종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하던 시대를 지나, 고객 가치를 함께 창조하고 고객 요구를 해결할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메모리 기업 입장에서 바라본 시스템 업체와의 협업 필요성과 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주 부사장도 “다변화된 AI 서비스 환경에서는 단계별 요구에 최적화된 메모리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최적화된 메모리 구조는 시스템 설계 초기 단계부터 공동 기획과 참여 없이는 구현하기 어렵다”며 “협업을 통해 구조 설계·인터페이스·전력과 열 특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AI 추론 시대에 접어들면서 고객사별 맞춤형 메모리 반도체를 적기에 공급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전날 발표에서 “메모리 프로바이더(공급자)를 넘어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창조자)’가 새로운 지향점”이라며 ▲커스텀 HBM ▲AI-D(D램) ▲AI-N(낸드) 등 D램과 낸드에서도 고객 맞춤형 제품군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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