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일가의 부탁으로 시작해 현대차 ‘숨은 일등 공신’으로 자리 잡은 기업
||2025.11.01
||2025.11.01
현대차의 첫 국산 모델 ‘포니’와 함께 역사가 시작된 기업이 존재한다. 바로 1974년 설립된 국내 대표 전장 부품업체 ‘경신’이다.
경신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인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절친했던 故 이기홍 경신 회장에게 “자동차 전선(와이어링 하네스)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부품 수만 개가 필요한 자동차를 현대차가 단독으로 완성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경신은 포니에 들어갈 와이어링 하네스를 제작했다. 차 안의 전기 장치에 전기적 신호와 전류를 전달하는 배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네스는 자동차의 신경망 역할을 하며 ‘자동차의 혈관’으로도 불리는 핵심 부품이다.
경신은 지속적인 현대차와의 협력을 통해 1982년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서며 사세를 확장했지만, 창업주인 이경신 회장이 건강 악화로 작고하게 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1985년 부인 김현숙 회장이 경영을 도맡아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면서 이를 기회로 탈바꿈했다. 이후 경신은 2004년 12월 일본 스미토모그룹의 지분 참여를 통해 한일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경신은 국내 인천·경주·화성·군산 등 주요 산업 거점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인도·중국·베트남·멕시코·인도네시아 등 10여 개국에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공급망을 갖춘 경신은 현대차와 기아, 제너럴모터스(GM) 등 세계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부품 업계는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경신은 ‘차세대 능동형 정크션 박스’로 돌파구를 찾았다. 정크션 박스는 엔진과 배터리에서 발생한 전력을 차량 내 각 부품으로 분배하는 ‘자동차의 두꺼비집’ 역할을 한다.
경신이 개발한 차세대 제품은 자율주행차 전용으로, 반도체 기반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센서 이상이나 제어 오류 시 자동으로 비상 제어를 수행한다. 해당 기술은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완성됐다. 현대차가 제공한 자율주행 데이터로 경신은 수천 가지 운행 시나리오를 분석해 고장 대응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그 결과 경신은 2022년 ‘R&D 테크데이’에서 우수 협력사로 선정돼 기술력을 공식 인정받았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경신은 지난해 연결 매출액 기준 2조 8,154억 원을 기록하며 현대차의 핵심 1차 협력사로 자리 잡았다.
경신은 향후 유럽 및 아프리카 시장 대응 강화를 위해 튀니지에 대규모 투자도 검토 중이다. 이는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 전략의 일환으로, 글로벌 전장 산업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반세기에 걸친 현대차와의 동행 속에서 경신은 ‘포니’로 시작해 현대차의 숨은 공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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