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영·정세욱·이광석, AI 시대에 울려 퍼진 세대의 하모니 [인터뷰]
||2025.10.27
||2025.10.27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일상화된 시대에도 ‘라이브 공연’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지만, 같은 공간에서 소리와 숨결을 나누는 경험은 대체될 수 없다. 무대 위의 실존적 교감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 더 소중하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의 결은 화면 너머의 그것과 다르다. 무대의 울림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같은 순간을 함께 살아내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음악그룹 Belles Voix(벨부와)의 공연은 이 ‘현장성의 힘’을 증명해냈다. 벨부와는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목소리들’을 뜻한다. 소프라노 김보영 총감독과 테너 정세욱, 바리톤 이광석이 함께한 이번 공연은 ‘세대를 초월한 하모니’라는 주제로 세 번째 막을 올렸다.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예술 총감독을 맡은 김보영 소프라노는 “세대간 음악 소통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공감의 감성이다. 기술이나 장르가 달라도 이 노래를 들을 때 느끼는 감정이 서로 맞닿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무대 위의 출연자도, 객석의 젊은 분도, 중장년층도 같은 순간을 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하모니임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 메시지의 핵심을 ‘세대 간 공감’으로 정의했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장르의 경계를 허문 프로그램 구성이다. 성악 중심의 전통적인 클래식 콘서트에서 벗어나 영화음악, 팝송, 가곡, 클래식이 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기획됐다. 관객이 무대를 ‘함께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되, 공연의 질과 깊이는 유지하는 전략이다.
김 총감독은 “클래식을 낯설게 느끼는 분들을 위해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담고자 했다. 익숙한 영화음악과 팝송으로 시작해 점차 가곡과 클래식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었다”며 “세대별 음악 언어가 다르더라도 하나의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성 덕분에 관객은 첫 곡부터 자연스럽게 무대 안으로 스며들 수 있었고, 공연이 이어질수록 점차 깊은 음악적 경험을 공유했다.
공감의 무대를 만들어내기 위한 준비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세 명의 출연진은 공연 전까지 총 13회의 리허설을 진행했고, 한 번 시작하면 3시간 이상 쉬지 않았다. 연습 후에도 카페와 식당을 옮겨 다니며 곡목별 토론을 이어갔다. 김 총감독은 “특히 연세가 많으신 정세욱 테너님께는 공연의 기획자이자 총감독으로서 큰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정세욱 테너는 이번 무대에서 단연 돋보였다. 서울대학교와 파리 제2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명지대학교 부총장과 외교·정책 자문 활동을 이어온 그는, 2011년 독창회를 시작으로 다수의 성악 공연 이력과 툴뮤직 콩쿠르 성악남자부문 1위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정세욱 테너의 무대는 세대를 잇는 울림 그 자체였다. 그는 “음악은 제게 ‘시간을 초월하는 친구’이다. 젊었을 때 부르고 들었던 노래가 지금도 누군가와 공유될 수 있다는 것, 그 가치를 무대에서 느낀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PT. Chamin jaya 대표이사로 활동하는 이광석 바리톤도 무대를 향한 열정을 놓지 않고 있다. 국내외 무대와 오케스트라 협연, 벨부와 창단 멤버로서의 활동을 병행해온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안정감 있는 목소리로 무대를 단단히 받쳤다. 그는 “음악은 제 삶의 흔적이다. 여러 해 무대 위를 걸었지만 매번 노래할 때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순간이 관객과 공유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최근 공연계에서도 디지털 요소의 적용이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서 김 총감독은 “‘한국인이 세대별로 가장 사랑하는 영화음악을 분석해줘’라고 AI에 묻기도 했다”며 “이런 디지털 도구들이 공연의 확장을 돕는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벨부와 팀은 향후 라이브 스트리밍, VOD, 실시간 자막 서비스 등을 통해 온라인 관객과의소통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무대를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날 공연의 절정은 세 명의 출연진이 함께 부른 영화음악 메들리였다. ‘L'immensita’, ‘Donde Voy’, ‘Can't Help Falling in Love’, ‘Love is Many Splendored Thing’으로 이어지는 무대에서 관객들은 함께 따라 부르며 웃고 울었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세대를 초월한 공감의 순간이 자연스럽게 피어났다.
김보영 총감독은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소프라노로, 다수의 콩쿠르 대상과 지휘자 부문 수상 경력을 바탕으로 이번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했다. 그는 “벨부와가 단순한 콘서트 브랜드를 넘어 ‘세대 간, 장르 간, 국적 간 경계를 넘는 음악 플랫폼’으로 확장되기를 희망한다”며 “이 무대가 관객과 출연자가 함께 기억하고 다시 찾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3년과 2024년 이어 열린 이번 제3회 벨부와 콘서트는 단순한 클래식 공연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공감의 무대였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공연의 형태를 확장시킬 수는 있지만, 무대 위의 목소리와 숨결은 여전히 깊고 오래 남는다. 관객은 그 안에서 각자의 추억과 감정을 발견했고, 음악은 세대의 언어를 하나로 엮었다.
오는 11월 19일, IT조선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인공지능대상 & AI 기업인의 밤’ 행사에서도 벨부와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세대를 잇는 그들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AI 산업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또 다른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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